9. 송석휘 서울시립대 교수

송석휘 서울시립대 교수는1964년 출생.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 미국 뉴저지주립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 8월부터 서울시립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시와 행정자치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직사회 법규·관행 탈피…주민 유연·개방적 태도 의견 표명해야
제주도 지향 미래상 도민 공감·합의할때 개발·보존 환경갈등 예방
법정 요건 의견수렴 절차보다 공청회 등 주민 마음 얻는 운영 중요
도의회, 주민과 도정간 정보 전달 갈등 중재·조정자 역할 이행 필수

# 민주주의사회에서 갈등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한번 발생하면 해결은 요원한채 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면서 악화되는지요.

=현대사회의 복잡성 및 환경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갈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예방과 해결에 적극성을 띠지 않음으로써 악화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인 네트워크 사회화도 원인이다.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직접적 이해관계자는 물론 간접적 이해관계자들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함께 최근의 갈등은 예방·관리의 제도적 미흡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신뢰문제 등 사회·감정적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부족해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 갈등 악화에 따른 사회적 손실 문제도 제기된다. 어느 정도인가.

=가장 일반적인 언급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제적 손실을 꼽는다. 엄청난 예산이 수반되는 공항건설이나 군 기지 건설·이전사업 등 국책사업은 공사 일정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손실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은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근간인 상호 신뢰를 허물어뜨리는 데 있다. 한번 허물어진 신뢰는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원상 회복이 어렵기에 계산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용을 가져온다.

# 제주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대부분 정책갈등에서 비롯된다. 이유와 해결방안은.

=우선은 정책결정 담당 기관 및 담당자들의 인식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행정·정책환경이 급변하고, 국민·지역주민들의 역량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책결정자들의 인식은 법규나 관행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하게 무엇을 하기 위한 기계적 정책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왜, 그리고 누구를 위한 정책결정인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 특히 제주는 투자유치 등 대규모 개발사업 과정에서 환경 갈등이 적지 않다. 개발과 보존을 조화롭게 해결할수는 없는지.

=제주를 어떤 도시로 만들것인가에 대한 도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제주도는 현 세대 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삶을 영위해야 하는 터전이기에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기존 종합발전계획 등 법정계획에서 다루고 있지만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또 도민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제주도가 지향하는 미래 도시 모습에 대한 도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환경갈등 예방 및 관리의 근본적 해결책 중 하나로 진단한다.

# 제주도정이 정책갈등 예방을 위해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함에도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주민의견수렴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책 담당 기관 및 공무원 입장에서는 주민·지역 이기주의로 보겠지만 기존 의견수렴 절차에 적지 않은 하자가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법정 요건만을 고려한 의견수렴 보다 주민 수요 충족의 절차 운영이 시급하기에 공청회 등 주민의 마음을 얻는 데서 정책결정의 근거를 찾아야 한다. 특히 주민들도 좀 더 유연하고 개방적 태도를 견지해 의견을 표명하고 개선 노력을 기울이되, 폭력이나 무력행사는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사회갈등 예방·관리 해소를 위한 공식 기구로 사회협약위원회가 설치, 7년째 운영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선도적인 제도로 평가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보완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위원회 위상·역할을 결정할 참여 위원의 대표성 확보가 가장 시급, 서울버스개혁위원회 구성방식을 눈여겨  볼만하다. 서울시는 버스개혁위원회를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구성한 결과  대표성을 확보, 성공 요인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는 위원회 권고기능의 법적 강화도 방안이지만 위원회에 걸맞는 권위를 도지사가 부여하는게 더 중요하다. 위원회 결정을 존중하는 도지사의 의지 표명이 매우 중요하다.

# 제주사회 갈등관리 역량 향상을 위한 주민의식 개선 분야가 있다면.

=주민 의식개선 표현이 조금 불편하다. 오히려 주민들이 제주도를 사랑하고 지역사회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듦으로써 자연스럽게 의식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제주도가 주민만의 삶의 터전이 아니라 전 세계 방문객들의 도시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따라 도내 대학들과 연계, 지역사회 및 사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개인으로부터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만드는 노력이 요구된다.

# 제주사회 갈등 관리 관련 도의회의 역할은.

=적극적인 조정자나 중재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의기관으로서 주민 입장이나 요구를 집행부에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집행부의 정책 취지·내용 등 정보를 주민에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회의 입법기능을 활용, 공공갈등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국책 및 지역사업들에 대해 주민과 사전협의토록 하는 과정을 법제화하거나 제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예방이나 해소가 어려운 경우 중간에서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제3자의 역할도 필요하다. 

# 올해 4월13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투표와 관련해 세대간 갈등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세대간 통합을 위한 정부나 제주도 정책은.

=세대간 갈등은 고령화 사회가 심화될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세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해결책은 상호간 이해 향상 및 상대방 배려가 유일하다. 근본 해결책 중 하나로 대의기관 구성 과정에서 세대를 대표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와 고령화 세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이 시급하다.  

 

송석휘 교수의 제주현안 해결 제언

"지역주민 자존심 살려야 제주 제2공항 갈등 해결"

정부 주민 존중않아 갈등 악화
진정성·합리적 보상 병행 필요

정부가 지난해 11월 제주 제2공항 입지를 성산읍 온평리 등 5개 마을로 선정한후 지역주민들이 반발, 심화되는 국책사업 갈등과 관련해 송석휘 교수는 "정부가 좀더 지역주민들의 자존감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먼저 국책사업 갈등 원인으로 정부의 폐쇄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을 지적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국책사업은 개발예정지역의 지가 폭등, 정부의 정책결정 권한 부여 등과 같은 이유로 지역주민이나 지방정부가 배제된 채 의사결정이 이뤄지면서 갈등이 발생하는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폐쇄적 의사결정방식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경제적 보상 미흡의 이유보다는 정부로부터 최소한 받아야할 존중을 받지 못하는 심리적 절망감에서 공공갈등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에따라 제2공항 국책사업 갈등 해결 방안으로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지역주민을 대하는 태도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 사업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가능하다면 사업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송 교수는 정부의 보상과 관련해 "제2공항의 입지 보상이 사유재산권 보장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합리적인 보상시스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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