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공존의 가치, 유럽에서 답을 찾다 / '독일의 그린시티' 프라이부르크 1. 환경수도의 모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한 인구 22만명의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 전경. 강승남 기자

원전반대서 환경보전으로 정치적인 변화 이끌어내
에너지표준 등 기준 엄격 독일 전역 시행 시범지역
2020년 제주세계환경수도 인증사업 선진모델 부각

제주도가 올해 도제 실시 70주년을 맞았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은 제주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기 위해 '청정'과 '공존'을 핵심가치로 하는 '제주미래비전'을 수립, 실행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제주미래비전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도민공감대 형성과 실천방안 모색, 미래방향 설정 등에 대해 유럽의 선진·모범도시 4곳의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원전반대 운동이 모토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시는 인구 22만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프라이부르크라는 이름은 '자유로운 교역'에서 유래됐으며, 관광과 각종 회의개최 장소로 유명하다. 특히 최근 국내에 그린시티, 즉 환경수도의 모범도시로 소개되면서 2020년 세계환경수도(허브)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주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의 친환경정책은 1970년대 인근지역의 비일(Wyhl)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 반대운동이 계기가 됐다. 이후 1980년대 슈바르츠발트의 산성비 피해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거치면서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도시 만들기의 결과다.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원전 반대운동을 자체적으로 발전시켜 '에너지운동'으로 확대시켰고, 핵발전소 건설반대와 더불어 화석연료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통시스템의 변화, 자원의 절약과 재이용,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기술혁신을 통해 녹색생태도시를 건설하는데 성공했다.

프라이부르크시 정부와 시민들의 이같은 노력은 1992년 독일환경원조재단 주최의 독일 지방자치단체 경연대회에서 151개 지자체 가운데 1위로 '자연 환경보호의 연방수도'로 선정되며 열매를 맺었다.

△그린시티를 위한 다양한 노력

그린시티를 지향하는 프라이부르크시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자동차(승용차) 교통 억제 시책이 1989년 시의회에서 채택됐다. 이를 근거로 승용차 이용을 어렵게 함으로써 수요를 줄이고, 속도제한을 통해 배기가스·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보행자의 안전을 높였다.

환경정기권(Eco-ticket)제도를 도입, 시내 공·민영 전철 및 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트램과 버스 등 대중교통의 이용을 장려했다.

13세기에 만들어진 시내 수로 '베히레(Behire)'를 관광상품 뿐 아니라 도시의 열섬 저감 및 미기후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지혜를 보이기도 했다.

청정 환경을 지키기 위한 프라이부르크시의 노력은 지금도 유효하다.

프라이부르크시는 건물 신축시 독일에서 가장 엄격한 에너지 표준을 적용하고 있다. 에너지표준은 1㎡당 1년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2016년 프라이부르크시는 15~20㎾다. 전국 평균이 180㎾인 점을 감안하면 10% 안팎이다.

심지어 몇몇 건물은 저에너지 빌딩보다 훨씬 에너지 효율이 좋은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지어진다. 독일 정부는 패시브 하우스의 확대를 위해 1% 저금리 융자를 제공하고, 에너지 절약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보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배출을 줄이는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2년 연간 210만t에서 2030년에는 105만t, 2050년에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인 20만t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프라이부르크시의 에너지표준 등 환경정책을 독일 연방정부가 전 지역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점이다. 

△환경수도 롤모델

제주도는 2013년 1월 제주 세계환경수도 비전선포식을 개최, 2020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인증받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가 목표로 하는 세계환경수도는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미래 세대의 환경을 배려한 도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정의될 수 있다. 

제주는 이미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위한 충분한 자격을 증명해왔다. 제주도정은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이미 도입기를 지나 확산기에 접어들었다. 2018년부터 시작되는 3단계 완성기를 앞두고 더욱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지난해 초에 발표된 도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 세계환경수도 세부실행계획에 대해 모른다는 응답이 51.7%에 달했다. 여전히 세계환경수도 전략은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미흡하다. 제주도정은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되자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설득은 미지수다.

프라이부르크시의 그린시티 성공사례는 세계환경수도를 꿈꾸는 제주도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인터뷰] 클라우스 폰 찬 프라이부르크 환경보호청장

"제주 2020년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클라우스 폰 찬 프라이부르크시 환경보호청장은 "프라이부르크가 그린시티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동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1970년대 원전반대 운동으로 시작된 환경보호 운동을 학생과 시민들이 주도하면서 정치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클라우스 폰 찬 청장은 "프라이부르크시의 환경정책을 결정하는데 주된 역할을 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시민대표단"이라며 "전문가 그룹은 물론 지역의 다양한 계층들을 참여토록 함으로써 모든 시민의 이해를 구하고 정책 선택권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세계환경수도 인증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정책의 연속성과 주민참여를 성공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다소 불편함이 불가피하지만 환경보전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점을 이해시켜 자발적으로 참여를 유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인 효과가 나오는 것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땅이나 물, 환경이 좋아지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평가해 정책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환경보호로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여건이나 기술이 변하면 사업계획이 일부 수정될 수 있지만 완전히 멈춰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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