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그린시티' 프라이부르크 4. 생활폐기물 처리 실태

프라이부르크시의 환경공기업인 ㈜ASF가 운영하는 재활용품 수집센터. 강승남 기자

프라이부르크시 매립장 포화
분리수거 촉진…직매립 제로
전문공기업 설립 효율성 제고
재활용품 판매 등 수십억 흑자
제주 인구유입 발생량 급증세
25% 직매립 최소화 방안 시급

도내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에 매년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소각 처리를 거치지 않은 쓰레기 매립률이 25%에 달하면서 제주의 청정 환경 훼손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부터 직매립 금지

독일의 대표적인 그린시티, 프라이부르크시는 1970~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프라이부르크시는 당초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제외한 폐기물을 소각처리를 하지 않고 시 외곽에 직매립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직매립량은 전체 폐기물의 60%에 달했다. 여기에 산업폐기물까지 매립하면서 1986년 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됐다.

이에 따라 프라이부르크시 정부는 생활쓰레기 분리수거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2005년 6월 이후에는 직매립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 직매립하는 방식에서 재활용품을 제외한 모든 쓰레기는 소각처리를 거친 후 매립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재 프라이부르크의 주택 단지에는 재활용 쓰레기통이 3~4개의 종류가 있다. 시민들은 정해진 수거통에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한다. 프라이부르크시의 강력한 쓰레기 제로화 정책은 1992년 25%에 불과하던 재활용률을 크게 높이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2013년 쓰레기 발생량 8만1177t 가운데 5만5757t(68.7%)을, 2014년 7만6485t 가운데 5만2334t(68.4%)을 재활용했다. 나머지는 전량 소각 처리했고, 직매립량은 '제로'다. 

△'제2자원'으로 전환

프라이부르크시는 폐기물을 '제2의 자원'으로 만드는 기술개발에도 노력했다. 현재 프라이부르크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의 1인당 배출량은 연간 90㎏안팎이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은 시 외곽 산업단지 내 폐기물소각장(TREA)에서 소각하고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2만8000가구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쓰레기매립지도 에너지 공장으로 진화했다. 쓰레기 소각물을 매립해 생긴 '쓰레기산'에서 생산되는 메탄가스는 열병합발전소로 보내져 33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780가구에 난방을 공급한다. 

또 바이오가스 발효시설과 퇴비생산 시설(BKF)에서는 폐목재, 정원에서 깎은 풀 등 미생물 분해성 쓰레기들을 보낸다. 바이오가스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만든 바이오가스는 시 에너지 소비의 2%에 이른다. 

연간 100만개씩 수집되는 코르크 마개들은 장애인 노동자 단체에 보낸다. 이곳에서는 코르크 마개가 친환경 절연제로 재탄생한다. 

△시내 인근에 재활용센터

프라이부르크시의 쓰레기처리와 재활용을 총괄하고 있는 기관은 바로 환경공기업인 ㈜ASF다. 16년 전에 설립한 이 회사는 프라이부르크시가 총지분의 53%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쓰레기처리 분야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 직원 300명 규모의 민관합작 회사다.  

㈜ASF는 재활용품 수집을 위해 프라이부르크 시내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 3곳의 재활용품 수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부피가 큰 재활용품이나 배출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센터로 가져오면 이를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

이 회사는 프라이부르크시 정부에서 쓰레기 수거비와 눈·낙엽 제거비 등을 지원받기도 하지만 쓰레기 재활용품 판매 등으로 연간 320만 유로의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가 곧 자원이자 돈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1일 발생량 1000여t 

제주도는 최근 늘어나는 인구와 관광객으로 인해 쓰레기 발생량도 급증하고 있다. 연도별 도내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0년 638.8t에서 2011년 764.7t, 2012년 861.9t, 2013년 984.2t, 2014년 976.2t, 2015년 1159.7t이다.

하지만 재활용률은 지난해 기준 56.1%(650.6t)에 불과하다. 218.6t(18.8%)이 소각 처리됐다. 반면 직매립 비율은 25.0%(290.5t)으로 나타났다.

직매립은 국제연합(UN)산하 환경전문기구인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서 배출방지와 재사용, 재활용, 폐기와 에너지생산, 단순 소각, 직매립 등 5개 쓰레기처리방식 가운데 환경에 가장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제주의 핵심가치인 청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제주미래비전 용역보고서에서는 제주의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폐기물 직매립 최소화'라는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고 기본적으로 가연성쓰레기 전량 소각, 비가연성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전량 재활용 방안 등이 제시됐다. 

쓰레기 수거 차량.

[인터뷰] 롤란드 힙  독일 ㈜ASF 정책홍보책임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경훼손에 따른 피해가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프라이부르크시의 재활용쓰레기와 생활쓰레기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공기업 ㈜ASF의 정책홍보를 맡고 있는 롤란드 힙씨는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현재 프라이부르크시의 쓰레기 재활용률이 70%에 달하고 있지만, 20여년 전에는 고작 25% 수준에 그쳤다"며 "하지만 쓰레기매립장 포화를 계기로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재활용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시민들의 협조가 잘 이뤄지는 편이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한 예로 음식물쓰레기를 자원화하기 위해 분리수거를 처음 시작할 때 주민들이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며 "그래서 처음에는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범위를 넓혀가는  방법을 택했는데, 전 지역에 적용되기까지는 10년 가량 걸렸다"고 강조했다.

롤란드 힙씨는 "비단 쓰레기 뿐만 아니라 에너지·교통 문제는 미래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강화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결국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자동차 이용량과 쓰레기발생량 감축, 에너지 효율화 등을 실천하는 것이 환경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정확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