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태지도 31. 조천읍 조천리

'역사·문화가 숨쉬는 마을' '제주항일 운동의 중심지' 조천리는 다양한 문화재와 독립정신 등 유·무형유산이 마을의 자랑으로 눈길을 끌었다.

마을 탐방은 제주항일기념관부터 조천연대까지 이르는 '3·1만세운동의 거리'에서 진행했다.

제주항일기념관은 조천만세운동, 무오법정항일항쟁, 제주해녀항쟁 등 제주인의 독립운동의 자료를 총망라한 곳으로 최근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무료 관람을 비롯해 태극기그리기대회, 태극바람개비돌리기 체험 등으로 지역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항일운동의 성격과 이에 대한 홍보가 먼 옛날부터 변방의 섬으로 인식돼왔던 제주를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문정순 문화관광해설사는 "조천만세운동을 비롯해 3·1운동보다 5개월 먼저 일어났던 무오법정항일항쟁, 제주해녀가 주도한 제주해녀항쟁 등 제주만의 특징이 드러나는 독립운동은 제주로 수학여행 온 타지역 학생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천리사무소를 지나 포구 방향의 길에서는 만세운동을 표현한 벽화들이 눈에 띄었다. 백응선, 김시은, 황진식, 김희수 등 조천 3·1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들의 생가터와 비석들도 자연스럽게 만났다. 소박한 가옥과 비석들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평화의 가치와 역사의 교훈을 안기고 있다.
 

조천 비석거리(제주도기념물 31호)에서 다시 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부터 해상 관문을 담당했던 '조천'을 마주했다. 올레18코스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푸른 바다를 만끽하며 문화재를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마을에 부임했던 관리들에 대한 치적과 석별의 뜻이 담긴 비석들을 구경하다 인접해있는 연북정(제주도유형문화재 3호)과 조천진성(제주도기념물 68호)이 눈길을 끌었다.

연북정은 제주 해안가 유적지가 품은 장소성으로 특별했다. '임금을 사모하고 임금이 있는 북쪽을 그리워한다' 등 제주에서 관료를 지내거나 유배를 당하더라도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충정이 밀려오는 파도와 맞물린다.

해상 방어요충지 역할을 한 조천진성은 제주의 9개 방어진성중 가장 작지만 짜임새 있는 축조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1월까지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곳으로 외곽만 관람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현대화된 거리지만 포구의 아늑함은 여전하다. 옛날부터 주민들의 용천수 목욕탕인 '큰물'도 '자근돈지'도 정겨운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을 피워 신호를 보냈던 조천연대(제주도기념물 제23-5호)에 올랐다. 최근 읍면지역까지 덮친 개발의 바람속에서도 비교적 본래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마을 풍경이 인상적이다.  김영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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