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시 미래 원도심서 찾다 1. 공간적 가치

"제주도민 역사와 문화·생활양식 차곡히 쌓인 도시공간
"낙후된 도시정비 대상지 아닌 공간적 가치 재조명 필요
"옛 건물 단순 복원 아닌 도시 정체성 극대화 계획 시급"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활양식 등이 차곡히 쌓이면서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제주도시의 정체성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원도심이다. 제주원도심의 가치는 도시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하면서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높아 도시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제주 원도심의 가치
제주시 용담1동, 삼도2동, 이도1동, 일도1동, 건입동을 통칭하는 제주시 원도심은 조선시대 훨씬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짧게는 수백년 길게는 수천년 이어지는 옛 도시들은 풍수와 군사적인 이유를 근거로 도시가 형성됐으며, 제주시 원도심이야 말로 도내 최초의 계획도시라 할 수 있다.
특히 제주의 원도심은 서울 북촌과 지리적 공간적 유사성을 갖고 있다. 관덕정을 비롯해 복원된 제주목(목관아)의 관청들이 있고, 여기에 제주성이 동문-서문-남문으로 이어져 있다.
북촌이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옛 한양도심의 공간적인 가치가 상당히 보존되고, 현재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만 제주의 원도심은 가치를 잃어버리는 상황이다. 1970년대 새로운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되면서 무근성과 그 주변 지역이 상업지역으로 지정, 원도심은 큰 변화에 직면한다.
당시 도시계획은 토지의 경제적·효율적 이용을 목표로 기존 시가지내 노후불량건축물의 정비에만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1976년 2차 도시계획이 수립됐고, 1981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도시기본계획이 제도화됐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없이 결정됐다. 이로 인해 제주도시의 정체성은 거의 반영되지 못한 채 획일적인 도시개발이 이뤄진다.
교통시설의 경우에도 공급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외곽도로가 계획됐고, 1980년대 초반 제주시 연동을 중심으로 한 신제주가 활성화되고, 1990년에 이도지구가 개발됐다.
결국 무근성에 집중됐던 상권은 중앙로와 서광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고, 제주시 원도심은 급속도로 쇠퇴하면서 도시공동화가 심각해지게 된다.
지난 50년 동안 제주 원도심이 쇠퇴한 주요한 이유는 잘못된 도시계획에 의해 정체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도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 예로 원도심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도로의 개설과 탑동매립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나마 2000년에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복개된 산지천을 다시 복원했지만 원도심의 가치를 부활시키는데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최상의 활성화 대책 찾아야
제주 원도심이 갖는 가장 큰 가치는 조선시대의 역사문화 유적의 흔적을 비롯해 근·현대사의 주요시설과 제주민들의 생활터전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관덕정과 함께 복원돼 옛 모습을 드러낸 제주목관아, 제주문화재인 향사당과 동자복, 오현단, 중인문터, 북수구터, 공신정 등 역사적 가치를 지닌 도시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건입동, 삼도2동, 용담동 등 주거공간에는 옛 제주도시의 정취가 살아있는 골목길들이 상당수 남아있다.
제주 원도심의 가치를 높여 제주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은 여러차례 시도됐지만 모두 헛구호에 그쳤다.
서울 북촌은 삼청동과 북촌한옥마을을 이용해 효율적인 자원활용과 보존, 그리고 적절한 복원을 통해 공간의 매력을 높였다. 하지만 제주 원도심의 경우 문화자원과 시간 및 공간적인 가치, 제주민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계획은 지금까지 배제됐다.
지금까지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 대책은 낙후된 건물을 철거한 후 고층아파트나 빌딩 등을 짓는 도시재개발 방식만을 고수해 왔다. 특히 원도심 활성화 계획과정에서도 지역주민들은 주체가 되지 못했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뉴타운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원도심 활성화 계획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중이며, 국토교통부 2차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번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주민공청회 등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수립과정에서 지역주민 참여가 부족했고, 원도심 공간과 자원 활용이 아닌 개발 위주로 사업계획이 편중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제주원도심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최상의 계획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도심의 가치와 정체성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공간가치를 높이면서 지역주민들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주민 자발적 참여 성공의 열쇠" |
| [인터뷰]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제주원도심은 제주성과 제주목을 중심으로 공간적 가치가 크다. 이 공간들을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고, 도심활성화 대책에 활용을 해야 한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제주원도심을 통해 제주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정도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지금부터라도 명확하게 개념과 방향을 정해 활성화 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제주원도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 계획이 부동산개발 위주인 뉴타운방식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며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다면 실패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주원도심은 조선시대와 그 이전시대, 일제강점기 및 근대 그리고 현대까지 모든 도시의 역사가 압축된 곳"이라며 "특히 관덕정과 제주목, 동문시장과 서문시장 등 제주도시의 역사와 문화자원이 공간적으로 적절히 배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옛길을 복원하고, 동문과 서문, 남문 등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원도심의 주체인 지역주민들을 배제한채 도시재생을 비롯한 활성화대책을 추진한다면 결국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며 "도시재생대학 등을 설립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도 원도심과 도시재생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도시재생은 기존의 재개발과 근본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