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하와이' 스페인 마요르카 2. 성장의 그늘

소예르의 명물 나무기차(트램). 강승남 기자

해안·중산간 숙박시설 우후죽순…난개발에 상처
부동산 가격 폭등·지역주민 불편 등 부작용 속출
제주도 쓰레기·교통난 발생 청정 가치 보전 필요

마요르카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1000만명에 육박하면서 경제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난개발 등 환경적인 문제와 물가상승 등 사회적인 문제 등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역시 급격한 관광객 증가에 따른 쓰레기·교통체증·환경훼손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환경훼손 심각

마요르카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는 역설적으로 위기로 나타났다. 1980~1990년대 환경과 자연자원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과 문화유산이 크게 훼손되면서 생활환경이 악화됐다. 또 관광지로써의 매력이 저하되면서 장기적인 투자의 손실로 이어졌다.

그 결과 1988년부터 1991년까지 관광객이 20% 감소하면서 관광산업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경제 자체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당시 난개발의 상처는 지금도 여전하다. 

발레아레스 제도 4개 섬 가운데 가장 큰 면적의 마요르카의 북부에 위치한 포옌사 해변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해변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조간대에 인위적으로 모래를 채워 넣어 해수욕장을 만들었다. 바다와 육지의 완충지대로써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던 조간대가 사라지면서 해양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팔마항을 마주하고 있는 아레날 해변도 난개발의 상처를 안고 있다. 당초 아레날 해변에서  2~3㎞가 사구였다. 하지만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숙박시설을 짓기 시작하면서 사구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콘크리트 건축물이 차지했다.

아레날 해변에서는 지금도 독일 투자사업가가 뮌헨의 맥주축제를 마요르카에서도 개최하기 위해 사구에 숙박시설 건립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등 환경파괴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주민불편 등 속출

부동산 가격 급등도 마요르카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관광객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요르카의 중심도시인 팔마시는 급격하게 팽창했다. 하루에 개발되는 도시의 면적만 1980~1992년 1.3㏊, 1993~2006년 2.0㏊에 달했다.

주택수도 1980년대 14만1399호에서 2006년 53만7912호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20%는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집이며, 9.4%는 세컨드하우스다.

1990년~2007년 독일인(2억2000만 유로)과 영국인(9500만 유로)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전체 부동산의 40.1%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인도 6500만 유로를 투자하는 등 외국인들이 투자한 총액이 9억7000만유로(2006년)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 투자 열풍은 자연스럽게 토지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1995년 1㎡당 평균 거래가격은 661유로였지만 불과 10년만인 2006년에는 1㎡당 2237유로로, 3배 이상 올랐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주민들의 불편도 적잖다. 마요르카의 중심도시인 팔마에서 북쪽으로 27㎞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소예르. 15세기 지어진 옛 건물들과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즐비, 최근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의 명물은 바로 1912년부터 운행되고 있는 나무기차(트램)다. 당초 주민들을 위한 교통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관광객들로 가득차면서 정작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포옌사 해변도 차량이 늘면서 대부분의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전환됐고, 관광객이 집중된 여름철에는 생활용수 부족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 환경자산 파괴 위기

제주도의 현실도 마요르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관광객이 1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쓰레기 증가 등 환경훼손, 교통체증, 외국인범죄 기승 등의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 중국의 '큰손'들이 잇따른 개발사업 추진으로 인해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과 중산간지역이 난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또 투기수요가 제주에 몰려들어 부동산가격도 크게 올랐다. 2011~2015년 도내 주택매매가격은 연평균 11.3% 상승하면서 지난 10월 평균 거래가가 2억3068만원을 기록했다.

토지가격 상승률 역시 전국 평균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제주미래비전 최종보고서에서는 제주의 환경적 가치가 미래번영의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발의 대가로 생태환경이 훼손되고 오염되는 현재의 성장방식을 중단하고 해안변과 중산간 등 환경자산의 난개발과 사유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제시했다.

또 섬이라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자원이용에 한계가 있어 지속적인 인구·관광객 증가와 난개발 등에 따른 주택 수급, 지역간 불균형, 원도심 침체, 경관훼손, 공유자원의 남용과 파괴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성장과 보존이 조화로운 성장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마요르카의 북부에 위치한 포옌사 인공해수욕장. 조간대에 인위적으로 모래를 채워 넣어 조성한 해수욕장으로 조간대가 사라지면서 해양오염 문제를 낳고 있다.

[인터뷰] 영국인 관광객 마크 소머스씨 

"마요르카의 매력은 자연환경인데 훼손되면 더 이상 이곳을 찾은 이유도 없어진다"

마요르카의 포옌사 해변에서 만난 영국인 관광객 마크 소머스씨는 "25년 전 마요르카를 처음으로 방문한 후 이번이 21번째 여행"이라며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온화한 날씨에 매료돼 거의 매년 부인과 함께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요르카의 해안선을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수변경관은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영국과 독일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마크 소머스씨는 "최근 마요르카의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해안가는 물론 푸른색을 띠었던 중산간 지대까지 숙박업소 등 건축물들이 들어서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며 "물가도 많이 오르고 차량도 증가하는 등 불편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마요르카의 아름다운 환경이 훼손된다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영국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느냐"며 "마요르카 지방정부가 급격한 성장에 다른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성장을 관리,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아직 제주도는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마요르카처럼 아름다운 곳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지켜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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