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 7. 인간성 회복 화두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 등재권고…최종 결정 코 앞
제주 두번째 쾌거…11년간 제민일보 기획 공감대 유도 주효
공동체·여성성 등 각인시켜…"공통재 활용 고민 서둘러야"

"제주해녀문화는 지역공동체가 지닌 문화적 다양성의 본질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안전과 풍어를 위한 의식, 잠수기술의 전승, 책임감, 공동 작업을 통해 거둔 수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활동 등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해녀 문화 (Cluture of Jeju Haenyeo·Women divers)'에 대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권고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19번째 제주에는 두 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이하 대표목록)이다. 

# 지속가능한 발전 주목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제주 해녀문화'에 등재권고(inscribe) 판정을 내린 이유는 분명하다. '지역 공동체' '문화 다양성' '사회적 응집력' 등에 대한 평가다. 

앞서 등재된 대표목록과의 차이는 전승·보존의 주체 외에도 이를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까지 포괄한 결정이라는 점에 있다.

유엔의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의제 채택으로 올해 6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있었던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내용이 협약 운영지침에 새롭게 포함됐다.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노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조치들을 연계하기  위함이다.

아직은 분분한 '공동체성'의 해석에 제주해녀 문화가 일조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13년 김장문화의 대표목록 등재 당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의 증대'를 주목했다. 우리나라의 17번째 대표목록인 농악은 '공동체 의례 기능'과 더불어 '관객까지 참여하는 유연하고 개방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 '여성의 역할' 가치 부여

'제주해녀 문화'는 물질 기술 외에도 민속지식을 통해 이어져온 '살아있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의 인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도는 문화재청과 등재신청서를 준비하며 '제주해녀문화'에 △잠수장비 없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 문화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안녕을 빌고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잠수굿'(공동체 의례) △바다로 나가는 배 위에서 부르는 노동요 '해녀노래'(공연)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세대간 전승 △무형유산으로서의 '여성의 역할' 강조 △제주 도민 대부분 알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 형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이중 무엇보다 '여성의 역할'에 대한 가치가 유산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른바 '여성성 회복'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Universal value of humankind) 부활 선언이다. '여성(Women)'이란 설명을 달기는 했지만 제주해녀가 상징하는 것은 인간관계 전반에 걸친 직관성과 공감성, 따뜻함을 포괄한다. 바다를 관리하는 등 자연과 공생할 줄 알고 국경을 가리지 않은 '생활력'의 전파, 오늘 제주가 있기까지 어려운 고비마다 앞장섰던 자세는 "여성성에 대한 세계적 인식을 제고하고, 유사한 관습을 보유한 다른 공동체간 대화도 장려할 것"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 공유된 지식의 활용

제주의 가치 역시 높아졌다. 제주해녀문화의 대표목록 등재가 확정되면 그동안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과 더불어 문화유산적 가치에 있어 타 지역에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지만 앞으로 무형유산 관리에 있어 국내·외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협력 체계를 보다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와 해녀공동체간 공조는 물론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공유된(shared)' 공동체성을 공통재로 활용하는 방안에 있어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해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들의 문화를 접목해 전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지금까지 지속가능한 연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근원을 도시화·개인화로 삭막해진 인간성 회복과 지역재생에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2005년 창간 15주년에 맞춰 '제주해녀'의 정체성(Ide-ntity)을 화두로 꺼내고 이후 11년 동안 한 호흡으로 해녀 문화의 가치를 다져온 제민일보의 역할을 주목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무형유산 전문가인 제라드 코세인 영국 뉴케슬대학교 교수의 언급을 다시 인용한다. 

"자연과 문화, 과거와 현재의 상호 연계성과 책임감 있는 자원 활용 측면에서 봤을 때 제주해녀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해녀들의 민속지식이 이어졌던 것처럼 삶의 일부분으로 해녀문화를 받아들이는 상호행위를 통해 그 의미를 전승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은 지역사회 전체의 몫이다"

제주해녀문화의 대표목록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26일부터 12월2일까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에서 열리는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제주해녀문화'는 전체 대표목록 등재 심사 37건 중 24번째로 검토된다.

※이 기획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와 함께 합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우도바다의 기억'

이성은 사진작가 내달 20일까지 비아아트서 개인전

"휘이~이 휘~이이"

순간 숨이 멈춘다. 아예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들어본 사람은 잊지 못하는 생명의 소리다. 그 소리를 사고 시간은 하고 싶은 것 많은 여성 다큐멘터리 작가가 그만 우도에 발이 묶였던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비아아트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주해녀마을 : 이성은 흑백사진전'이다. 제주아트페어 기회전으로 마련됐지만 이 전시만큼은 다음달 20일까지 전시장을 지키고 있다.

이성은 작가가 흑백 앵글에 담은 해녀들의 얼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볼 때 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아픔이 치밀어 오른다. 오래 참은 숨 같은 통증이다. 이 작가의 목소리도 떨린다. "지금 이 할머니는 이 세상에 안 계세요. 이 자리도 이제 없어요" 그나마 사각 프레임에 담겼으니 망정이지 그저 잊혀 졌을 기억들이 기록으로 남았다.

단순히 기록 작업을 했다면 전해지지 않았을 느낌은 이 작가가 오랜 시간 해녀들과 부대끼며 삶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눈을 감아도 앞에 바다가 보이고, 할머니들의 거칠지만 정겨운 입담은 늘 귓가에 맴돈다. 생과 사의 경계를 오르내리는 해녀들이다. 카메라 앞에서 거침이 없으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표정들이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우도에서 작업한 사진 중 17점을 골랐다. 해녀들이 직접 적은 손글씨 이야기 3점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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