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이젠 그만 쉬라고 하는데 집에 있으면 오히려 병이 납니다”

 10세 때부터 물질을 해왔다는 고인호씨(78)는 60년 넘게 해온 자맥질로 만성이 된 두통 외에는 다른 할머니들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3남매 키우면서 밭일하다가도 물 때되면 바다로 달음박질쳐 왔다는 고씨는 “아기 낳는 일부터 집안일, 농사일, 남편 거드는 일이 따로 없었지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한 55년 전에는 평안남도 원산까지 100명이 넘는 잠녀들이 진출했드랬습니다. 그곳까지 가는데 배로 한 달 넘게 걸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리 힘든 일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했었는지…”

 가사·육아·생업까지 1인 5역을 해왔던 고씨지만 오금을 부지런히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쉬지 않고 일해온 덕분에 자녀들 무사히 컸다면서 자랑을 했다.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얇은 해녀복을 입다가 20년 전부터 고무잠수복으로 갈아입었는데 “너무 쉽게 닳아서 탈이예요. 20여 만원 주고 해 입으면 1년이 채 못 가지. 살이 긁히지 않고 따듯해서 좋긴 하지만 좀 오래 입게 튼튼히 만들어야겠습니다 ”

 젊은 잠녀들이 줄어들어 걱정은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잠녀라는 직업을 천하다고 여기는 측들의 있습니다. 좋은 직장 많은데 굳이 힘든 물질을 왜 하느냐면서요. 이러다가 잠녀도 수입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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