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하와이' 스페인 마요르카 3. 성장일변도 '탈피'

마요르카에서 공사중인 건물.

늘어나는 관광객 수용 이유
중산간·해안가에 건물 난립
관광 의존 도시팽창 가속화
독재 붕괴에도 개발 압력
'청정자연' 제주 유일 자원
마요르카 사례 '반면교사'

스페인의 국제적인 휴양관광지인 마요르카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자산 손실로 관광객이 감소하자 기존 개발·성장 위주의 정책에서 환경·보존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지역의 가장 큰 강점인 청정 환경자산의 가치를 간과했을 때 결국 부메랑이 된다는 경험에서다.

△무분별 개발 성행

마요르카에서는 과거 환경과 자연자원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이 성행했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도로를 비롯해 호텔 등 숙박시설, 각종 편의시설 등 인프라 확충에 주력했다.

마요르카의 관광개발 붐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다. 이 시기 유럽과 마요르카를 연결하는 전세운항선이 개설되고 여행자 비자의무도 폐지된다. 정부 주도로 도로시설 등이 정비된다. 

마요르카의 관광객도 1955년 18만명에서 1973년 350만명으로 20배 가량 급증한다.

당시 프랑코 군부 독재정권(1939~1975년)은 관광객 수용을 위한 개발압력을 무계획적으로 수용하면서 권력을 등에 업은 일부 개발사업자들이 해안변과 중산간에 가리지 않고 난개발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해안선이 사라지고 비옥한 토지가 황폐화됐다. 그 곳에는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 등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 환경적으로 가치가 높은 중요한 자연환경들이 훼손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특히 프랑코 독재정권 붕괴 후에도 마요르카의 개발압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관광에 의존한 산업구조 탓에 도시 팽창속도가 가속화됐다. 

여기에는 1983년 발레아레스 제도의 정치행정 자치구로의 전환은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같은해 3월 첫 의회 선거가 있었으며, 이듬해인 1984년 자치구 의회가 의결한 '호텔 건축에 관한 규제 법률'의 최소화는 난개발을 가속화시켰다. 유럽에서는 '발레알'화라는 신조어가 널리 쓰이게 된다. 발레알화는 마요르카가 속한 발레아레스 제도에서의 경험에서 유래된 단어로 해안가에 과도하게 호텔이나 아파트 등 대형 '콘크리트 건물'들이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난개발로 마요르카는 위기를 맞게 된다.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 그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문화의 향유라는 '휴양지의 매력'을 잃은데 따른 것이다.

다수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로와 호텔 등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모순적이게도 관광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던 자연을 파괴시키고 관광지의 도시화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해안선을 따라 과도하게 호텔 등 콘크리트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의미하는 '발레알'화라는 신조어는 마요르카가 속한 발레아레스 제도의 난개발을 빗대어 생겨났다. 사진은 아레날 해변 전경. 강승남 기자

△환경보호에 관심

프랑코 독재정권이 붕괴되고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 마요르카의 개발일변도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마요르카는 전환기를 맞게 된다. 관광개발 중심에서 환경 중심으로 옮겨진다.

신규 호텔 건축시 부지규모 제한과 밀도 규제라는 방안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1991년 '특별보호지역내 천연자연지와 건축규정에 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자연보호와 질적관광이 이 시기 마요르카 관광의 새로운 모토로 자리잡게 됐다.

1990년대 이후부터 마요르카의 중심도시 팔마의 주요 이슈를 도시문제와 환경보존으로 정하고 이를 혼합한 도시성장운동을 전개해 깨끗하고 유연한 도시개발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이 때 기존에 개발된 해안선리조트의 토지를 재정비하기 위한 건축물 정비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발전계획이 아니라 단기적 부문별 목표와 행동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후 1995년 환경가치를 중요시하는 '지속가능성'을 새로운 목표로 수립하고 장기전략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주요 내용은 환경을 핵심으로 관광과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했고, 개발압력까지 고려한 육지와 바다환경의 환경용량을 설정했다. 또 지속가능한 이용을 기반으로 신규건축을 지양하고 문화유산 복원에 노력했다.

특히 해변 보호를 위해 해안선에서 최대한 거리를 두어 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해소를 위해 분리수거를 법적으로 제도화했으며, 전기자동차 도입 등으로 오염원 발생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요르카의 전체 면적의 44%를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 건축물 건립을 제한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제주, 반면교사 삼아야

마요르카의 사례는 지역의 갖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을 간과하고 자본논리에 치우쳐 펼쳐진 정책은 결과적으로 지역을 지탱하는 근본적 자산 손실에 따른 위기를 겪게 된다는 점에서 제주에 교훈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도민들은 지역의 중요한 청정 환경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 가치보전을 위한 우선순위 정책을 공동으로 수립한 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에서는 청정한 환경가치와 고유의 문화가치 보존을 우선적으로 하는 정책전개가 필요하다.

제주미래비전에서 청정을 핵심가치로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미래비전 도민계획단은 청정자연이 사라지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는 대규모 관광지를 보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제주의 청정자연을 향유하기 위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제주의 산물은 농수산물을 소비하는 농수산물 역시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정자연은 제주의 유일한 자원이며 청정을 잃는 것은 제주를 모두 잃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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