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하와이' 스페인 마요르카 4. 지속가능한 관광

스페인의 대표적인 휴양 관광지 마요르카는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하락하면서 각종 갈등을 경험했다. 사진은 마요르카 시내의 관광객들. 강승남 기자

환경훼손·부동산 상승 등 삶의 질 하락으로 반감 확산
숙박·침대세 징수…자연보호·물 부족 해소 등에 투입
도민, 중국인에 부정적 인식 커…"공동 번영 추구해야"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개발사업자·관광객과 지역주민과의 공존·상생이 필요하다. 특히 관광개발로 인한 이익을 지역에 환원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안티 투어리스트

최근 관광객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하락을 겪고 있는 세계의 유명관광지에서는 '투어리스트 고 홈'이라는 외침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휴양 관광지인 마요르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관광과 관련된 갈등은 지역 내 보존과 개발세력간의 충돌은 물론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갈등으로까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발 세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마요르카는 실업률이 20%까지 상승하면서 다시 '관광'만이 유일한 경제 활로인 것처럼 주민들에게 각인됐다. 관광객에 관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광객들로 인한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심화되면서 '안티 관광객'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는 관광객을 자신들에 대한 테러리스트라는 다소 격한 문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관광객 증가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호텔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쓰레기처리난·물 부족,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정작 자신들의 삶의 질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관광이익, 지역주민에 환원

마요르카는 관광산업 성장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를 연결하기 위해 환경비용 등을 관광객과 개발사업자 등에 부담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숙박세다. 마요르카는 2002년 사회주의 진보당 정권에서 환경세를 도입했었다. 부과액은 호텔 투숙객에 1박당 0.25~2유로다. 하지만 마요르카 관광객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관광객도 감소하면서 불과 1년 만에 폐지됐다.

그런데 마요르카는 올해 7월 다시 환경세를 도입했다. 올해 말까지 3200만 유로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발레아레스 지방정부는 이를 인공강·저수지 조성에 투입해 물 부족 문제를 해소키로 했다. 발레아레스 정부는 내년에는 6000만~7000만 유로가 징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관광객 감소 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이미 많은 유럽의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데다 투명한 절차에 따라 환경보호 등에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저항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침대세' 역시 관광개발과 지역주민의 상생을 위해 도입됐다.

마요르카 등에서 호텔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침대 1개당 4500유로의 비용을 정부에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해당 지역의 박물관과 편의시설 등을 짓는데 투입한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숙박업소를 제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개발에 따른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기 위한 차원도 크다. 

또한 계절적 실업자를 예방하기 위해 여름 관광객 뿐 아니라 스포츠 관광객 등을 유치, 계절적 편중 현상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주민들에게 제공,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다.

△중국관광객 제주발전에 부정적

최근 제주도의회기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제주발전에 어떻게 작용하느냐'라는 질문에 68.0%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이유는 중국자본이 국내 관광업계 잠식, 부동산가격·물가 등 생활비용 상승, 지역소득 역외유출, 무분별한 관광개발로 제주가치 훼손, 범죄발생, 교통체증 및 쓰레기 증가 등이다.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수치지만, 최근 제주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 도민들의 반응이다.

이 때문에 제주미래비전 용역보고서에서는 '청정과 공존'의 원칙으로 제주관광의 가치창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관광객 수의 증가에 의존하는 양적 성장정책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관광수용력이 한계에 직면했고 결국 물 부족, 교통체증, 쓰레기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가 갖고 있는 청정한 자연환경의 청정가치를 보전하고 제주도민과 관광객의 상생과 공존의 조화, 외부문화·자본의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원칙적 공존으로 포용적인 번영 추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터뷰] 알렉산드라 빌롬스 발레아레스 관광청 부청장 

"관광산업 성장에 따른 이익이 실질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야 상생발전할 수 있다"

알렉산드라 빌롬스 발레아레스 지방정부 관광청 부청장은 "1970년대 오일쇼크와 1990년대 잠시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마요르카의 관광객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그 결과 마요르카의 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980년대부터 국내총생산의 8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빌롬스 부청장은 "다만 5월부터 10월말까지 관광객의 90% 가량 집중되는 반면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거의 관광객이 오지 않는 계절적 편중현상과 독일·영국인 의존 등은 과제"라며 "스포츠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분산하고 해외 관광객 시장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발사업자·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이 공존·상생하기 위해 환경비용 등을 일부 숙박세·침대세 등을 통해 분담시키고 있다"며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환경정화나 문화시설 확충에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마요르카에서 발생하고 있는 관광객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감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며 "마요르카는 관광산업 없이는 경제 자체를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주민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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