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독서산책 21. 기 드 모파상 「의자 고치는 여인」

사랑 주제로 각자 생각·경험 공유하는 작품
최초 선심, 환상 만들어…자발적 삶 등 강조

노파의 일편단심 사랑이야기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기쁨은 동일시의 경험과 카타르시스, 통찰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한 행운은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 수 없다. 최근에 읽은 문학작품 가운데 기 드 모파상의 단편들은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도 하고, 한참이나 침묵 속으로 나를 데려가기도 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의자 고치는 여인」 이라는 단편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베르트랑 후작의 저택에서 사냥 개시를 축하하는 만찬이 끝날 무렵 열 한 명의 사냥꾼과 여덟 명의 부인들이 '사랑'을 주제로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인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단 한 번밖에 하지 못한 사람들의 실례를 들어 말하는 이도 있었고, 열렬하게 여러 번 사랑한 사람들의 실례를 들어 말하는 이도 있었다. 대체로 사랑은 병과 같아서 한 사람이 여러 번 앓을 수 있으며, 어떤 장애물이 생기면 충격을 받아 죽게 되는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견해는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지만, 현실에 대한 관찰보다는 시적인 것에 기울어지는 부인들은 참된 사랑, 위대한 사랑이라면 인간에게는 단 한 번 밖에 주어질 수 없으며 그것은 벼락과도 같아서 이 사랑의 벼락을 맞은 마음은 타버리고 황폐하게 돼 어떻게나 공허해지는지 그 후로는 어떤 감정도 솟아날 수 없게 되고, 어떤 꿈마저도 다시 싹틀 수 없된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슈케라는 이름의 의사가 전해주는 어느 노파의 일편단심 사랑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얼마 전 죽은 그 노파는 의사가 어린 시절,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의자 고치는 집'의 딸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집안은 가난했고, 동네 사람들은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욕을 하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그녀와 함께 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마을의 어린아이, 슈케는 친구에게 돈을 빼앗기고 울게 된다. 이 모습을 본 의자고치는 집의 딸은 자기가 받은 돈을 그에게 준다. 그는 그녀가 주는 돈을 받았고, 그녀는 기쁨에 넘쳐서 그를 껴안는다. 이후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려고 한다. 소년은 자라서 약제사가 됐고, 의자 고치는 집의 딸, 그녀는 그를 찾아가 키스를 퍼붓는 등 소년의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녀에게는 사랑의 마음이 이미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소년은 결혼을 했고,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됐다. 소녀는 부모의 대를 이어 의자 고치는 여인이 됐고, 평생 슈케를 생각하며 돈을 모았다고 한다.

마침내 임종에 이르자 그동안 모은 돈, 2327프랑을 슈케에게 남기고 죽었다. 노파가 남긴 돈을 받은 슈케는 "자신의 명성, 신사로서의 품격, 인격, 그에게는 생명보다 더 귀중하고 고귀한 무엇을 그녀가 빼앗아 가기라도 한 듯이 펄쩍 뛰며 화를 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 돈을 자신의 호주머니 속으로 넣었다고 한다. 

의사가 전해주는,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목격한 유일한 깊은 사랑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작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정말이지, 사랑할 줄 아는 것은 여자들뿐이지요!" 라고.

사랑에 대한 감정의 정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궁금한 것은 사랑에 대한 감정의 정체다. 책에서 보여준 소녀의 감정은 어쩌면 사랑이기보다는 환상 혹은 집착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의 영혼의 싹이라는 느낌, 이 확신은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 객관적 지식은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에 중요한 건 직관, 즉, 이성의 정상적 작용 과정을 건너뛰기에 더더욱 정확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만 같은 자발적 감정이다'(본문중)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감정은 낭만적 환상이라는 것이다. 낭만적 환상은 일종의 판타지다. 하지만 이러한 판타지는 현실화할 수 없는 처지에서는 최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판타지가 존재하는 덕분에 하나의 현실을 파괴하지 않고 다른 현실에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슈케를 평생 사랑한 소녀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어린 시절 자신의 선심을 최초로 받아준 슈케에 대해 가진 환상을 깰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슈케와 결혼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그를 유일한 존재로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니 손해볼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 임종에 이르러서 평생 모은 돈을 그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돈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준 것에 대한 대가였다. 즉, 평생 사랑할 수 있게 한 대가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자신만의 논리를 펼친다. 예를 들어, '열정을 낳는다' '영원하다' '유일하다' '희생을 동반한다' 등 그 어느 것이어도 자신을 박해하지 않고, 타인을 원망하거나 음해하지 않으면서 기쁘게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사랑의 방식도 용서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거나 변화될 때 집착과 원망, 더 나아가서는 증오를 낳는다. 

작품 후반부 후작부인의 반응은 웃음을 터트리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노파가 보여준 모습을 '희생적인 사랑', 즉 '유일한 사랑'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길러준 사랑에 대한 정의가 그녀를 통해 다시금 말해지고 있는 것이다. 희생만이 어찌 유일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노파가 보여준 사랑은 희생적인 사랑이기보다는 현실화 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동경, 환상이었을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가질 수 없는 너'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이 때로는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처지에 대해 너무 애석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해석하기 나름이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수용하기만 한다면 된다. 

오히려 '사랑은 이런 것이야'라고 단정짓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노예가 되게 할 수 있다. 그 어떤 것에도 노예가 된다면 삶의 기쁨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쁨은 자발성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자발성, 삶의 주체로 우뚝 선 자만이 발휘할 수 있는 씩씩한 아름다움이다.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은 노르망디의 미로메닐 출생이다. 아버지 귀스타브 드 모파상은 로렌 지방 가문 출신인데 18세기부터 노르망디 지방에 정착했다. 어머니 로르 르 푸아트뱅의 오빠가 플로베르의 절친한 친구였다. 1868년 루앙에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자주 플로베르의 집을 방문하면서 그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플로베르는 모파상을 졸라, 위스망스, 도데 등 당대의 위대한 문인들에게 소개한다. 

1875년 처음으로 지역신문에 단편 '박제된 손'을 발표한다. 1880년 졸라는 모파상을 포함한 6명의 젊은 작가들이 쓴,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취재한 단편집 '메당 야화(夜話)'를 간행했는데, 모파상은 여기에 '비계 덩어리'를 실어 날카로운 인간관찰과 짜임새 등에서 어느 작품보다도 뛰어나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으며, 문단 데뷔를 확고히 했다.

1883년에는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 Une vie」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은 선량한 한 여자가 걸어가는 환멸의 일생을 염세주의적 필치로 그려 낸 작품으로 그의 명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함께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이 낳은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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