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시 미래 원도심서 찾다 2. 대구광역시 중구

읍성 위치했던 '중심' 불구 외곽지 도시화로 쇠퇴
지역 대학생들 '아이디어'로 골목 근대 건물 조명
민·관 협력 골목투어로 인구 유입 등 활기 되찾아

제주시 무근성 일대와 마찬가지로 읍성이 위치했던 대구광역시 중구는 이름 그대로 대구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외곽 지역의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한때 인구 유출 등 쇠퇴의 길을 맞았던 중구는 현재 대구 관광의 중심으로 다시 우뚝 섰다. 도시 재생의 핵심인 사람들을 다시 중구로 모이게 한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지역 청년들의 호기심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히는 대구 중구를 한국언론진흥재단 대전지사의 지원으로 살펴봤다. 

△호기심에 그린 골목지도

대구 중구에는 일제 강점기 때 건축된 종교·병원·학교 등 각종 시설과 적산 가옥 등이 골목골목마다 비교적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리하고 있다.

6·25 한국전쟁 당시 폭격 등의 피해를 받지 않았는데다 제주의 '고도제한'과는 정반대인 '저도제한'에 따라 일정 높이 이하로는 건축할 수 없는 덕택에 1~2층 규모의 옛 건물들이 현재까지 보전되고 있는 것이다.

근대 건물들의 가치를 처음 알아본 것은 다름아닌 지역 청년들이었다.

지난 1990년대부터 대구 YMCA 소속 대학생 10여명은 도시 곳곳에 들어서있는 근대 건물들을 발굴해 지도로 그리기 시작했다. 심심풀이로 그려낸 지도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더니 골목여행의 길잡이로 역할하기 시작했다.

당시 지도 제작에 참여한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상임이사는 "약전골목에서 3대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약방을 보면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며 "진정한 의미의 재생은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낡은 것 그대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 관광의 메카로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지도는 현재 대구 중구 골목투어 '근대路(로)의 여행'으로 발전했다. 대구 중구청은 골목투어 조성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근대골목·동성로·봉산문화거리 공공디자인개선사업과 함께 종로·진골목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사업, 경상감영주변 디자인개선사업, 방천시장문전성시사업 등 환경·기반조성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또 골목문화해설사 및 시각장애인해설사 양성, 도시대학·역사문화아카데미·은빛순라군·자원봉사대학 등을 운영하며 골목투어 설명을 위한 인적 수요를 지역주민들로 채웠다.

또 '근대로의 여행'을 경성감영달성길, 근대문화골목, 패션한방길, 삼덕봉산문화길, 남산100년향수길 등 코스화하는 한편 야경투어·맛투어·김광석길·메스투어·국악투어 등 테마코스도 마련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지난 2008년 287명에서 지난해 114만5101명으로 무려 4000배 가까이 폭증했다.

△명성 되찾은 원도심

지도그리기에서 시작된 골목투어는 결국 도시재생으로 이어졌다.

골목문화해설사 양성은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효과로 나타났으며, 적산 가옥 등 개인 소유의 근대 건물들은 중구청의 지원을 받아 원형을 보존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골목마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며 식당 등 지역상권이 활기를 되찾자 떠났던 주민들이 하나 둘 씩 고향으로 돌아오는 등 인구 역시 가파르게 유입됐다.

지역주민들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행정의 지원과 민간의 협력으로 사업화되면서 쇠퇴했던 원도심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은 셈이다.

대구 중구 관계자는 "우범지대로 방치됐던 골목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첨병으로 발전하고 불법 노점영업이 성행하던 동성로가 대구문화의 중심지로 변신하는 데는 주민들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다"며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관 주도가 아닌 민·관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인터뷰] 윤순영 대구광역시 중구청장

"지역에 대한 관심과 숨은 가치의 재발견 그 접점에 골목이 있다. 골목에 스며있는 역사와 삶의 정취는 죽은 역사가 아닌 도시 정체성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숨은 원석이다"

윤순영 대구광역시 중구청장은 "중구는 사실 죽어가는 도심이었다"며 "고민 끝에 골목에 남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여기에 이야기를 입혀 상품으로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광석길의 경우 조성 첫 해에 투입된 예산은 단 300만원이었다.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것은 예산 규모가 아니다"며 "주민들의 의견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등 '공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중구는 골목투어 '근대로의 여행' 외에도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윤 청장은 "도심공동화 등으로 침체된 원도심의 대구읍성 및 주변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대구읍성상징거리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구국·항일정신을 다크투어리즘으로 승화하기 위한 '순종황제 어가길', 인쇄골목 및 자동차부속골목의 상권활성화를 위한 '남산100년향수길' 등의 조성사업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시에 숨겨진 가치를 발굴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룩하면서 이제는 중구 내 여러 마을 주민들이 먼저 스토리를 가져와 사업 추진을 요청하고 있다"며 "어디서든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면 그림엽서가 되는 도심을 만들기 위해 민·관 협력의 도시재생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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