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 9. 소멸 위기' 접근 한계

등재 기념행사 등 무형유산 보호 해석 제각각
자립 지원보다 수혜 등 '지속가능' 장치 미흡
민속 지식·공동체성 등 브랜드 연결 서둘러야
 

우리나라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것은 '제주해녀문화'다. 우리나라 국가어업유산 1호는 '제주해녀어업'이다. 그렇다면 제주해녀는.제주해녀와 관련한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제주의 '제주해녀문화'정책이 우리나라 무형유산 정책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주문도 그래서 나왔다. 아직 제2차 해녀문화 전승보전(세계화) 5개년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을 내걸고 공개된 제주도의 '의지'는 방향성 등에 있어 조심스럽다.

# '물질'지원 우선

지난 14일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어머니 숨비소리, 세계를 품다'가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기념 행사에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를 위한 특별 지원 대책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주요내용을 보면 제주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인 소라 가격 안정을 위해 소라 가격을 ㎏당 5000원까지 보전하고 '고령 해녀 소득 보전 직접지불제' 시행으로 고령화로 인한 안전사고 등에서 해녀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신규 해녀 양성을 위해 어촌계 가입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3년간 초기 정착금을 지원해 미숙한 물질에 따른 소득 불안을 해소하는 내용도 함께 발표됐다. 

일단 '해녀'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했지만 '문화'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1차 5개년 계획에서도 '세계화'주요 사업으로 해녀축제를 꼽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고민은 다소 시간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민속지식을 통해 이어져온 '살아있는 문화유산'의 인정이라는 점에 있다.

해녀문화의 주체가 '해녀'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네스코 등재가 우리 삶 속의 무형유산을 재발견하고, 일반인의 무형유산 보호 활동 참여와 무형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되새기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과 연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 대표성 부여 시급

유네스코의 선택은 '척박한 삶'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척박한 상황에서도 나름의 문화를 지키며 전승돼 온 공동체에 있다. 이 공동체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채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은 과거에서 이어온 '정통성'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바다'가 있어야 하고 그에 의지해 사는 것이 의미 있고 자랑스러워야 한다는 것이 기준이라면, 고령화 문제에 있어 해결점을 도출하려는 목적이라면 당장 해녀들에게 더 바다에 뛰어들 이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해녀'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발굴해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도록 유도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 있다. '소멸 위기'적 접근은 형평성 문제는 물론, 예산 확보 등에 있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앞서 대표목록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이자 국가 브랜드로서 '제주해녀'의 위상과 가치를 높이고 독특한 문화와 공동체적 삶의 방식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에 대응하는 방안도 서둘러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제주 외 지역에서 '왜 제주해녀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일반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해녀에 대한 수혜성 지원 정책은 타 지자체의 견제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의미한 경쟁이 아니라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협력 체계를 보다 공고히 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하고 한 테두리로 묶는 일이다.

# 해녀 가치 재설정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무형유산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 역시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기준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과 연결된다. 

유네스코는 '무형유산'을 주체가 없어져 사라지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유산'인지, 또 그럴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런 주문은 지난 2009년 1기 제주해녀문화보존 및 전승위원회에서부터 나왔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전문가로 위원회의 중심 역할을 했던 임돈희 무형유산학회장은 '제주해녀'가 지닌 정신 문화적 가치와 더불어 '단독 등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가유산목록 등에 '제주해녀'를 포함시키는 작업에도 힘을 보탰다. 제주해녀문화에는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가치(공동체·여성성·생태학적 가치·공생 등)가 함축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한편 해녀들의 공동체 문화와 기후와 바다 환경 등에 대한 민속 지식을 높이 샀다.

임 무형유산학회장은 "유네스코가 본 해녀의 이미지는 '여성(어머니)'이 아니라 여성성(젠더)"이라며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해녀의 가치를 풀어낼 때 지속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모니'로 살피는 제주해녀문화 

22일 제주창작합창페스티벌
창작곡 5곡중 4곡 주제 다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된 제주해녀문화가 이 세상 최고의 악기인 '목소리'를 통해 세상을 흔든다. 

2016 제주창작합창페스티벌의 빚어내는 기분좋은 울림이다. 한국합창총연합회 제주도지회 주최로 마련된 행사는 우연히도 참가 작곡가 5명 중 4명이 '해녀'를 오선지에 올리면서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기념하는 의미까지 얹게 됐다.

제주도음악협회장 등을 역임한 강문칠 작곡가는 제주 출신 김용길 시인의 '해녀 타령-좀녀 타령'을 합창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남성 레시타티브와 무조 형식의 피아노 독주를 연결해 해녀들의 삶을 깊이 있게 해석했다.

제주국제관악제 등을 통해 제주 문화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감성을 녹여내온 이승후 작곡가도 '네젓는 소리에 의한 이어도 사나'를 선보인다. 노동의 힘겨움을 달래는 받는 소리 "이어도 사나"에서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살핀다.

홍덕기 작곡가의 '해녀 노젓는 소리'는 지역마다 다른 후렴을 살피고 그 중 제주시와 인근 지역의 소리를 중심으로 편곡 작업을 했다. 메기는 소리와 관계없이 속마음을 풀어냈던 해녀들의 자유로움을 살렸다.

안현순 작곡가는 영화 '물숨'을 보고 난 후의 감동을 담은 '해녀의 길'을 소개한다. 가족을 잃고도 당장 생사의 위기를 겪고도 마음 단장을 하고 바다에 나서는 해녀들의 삶과 모습에 대한 절절함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조치노 작곡가(제주대 교육대학 음악교육과 교수)는 자진모리 장단을 바탕에 깐 '제주찬가'로 호흡을 맞춘다.

이들 곡은 칸투스합창단, 펠릭스합창단, 제주초등교직원합창단,신성동문합창단, 제주부부합창단 등 제주 대표 아마추어 합창단을 통해 소개되며 그 매력을 더한다.

창작곡 무대는 22일 오후 8시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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