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태지도 35. 제주시 해안동

노형동 자연마을 전통·문화 프로그램 진행
하천·본향당 등 자연·역사 탐방 매력 더해 
4·3 비극 간직...개발 속 다양한 변화 기대
 

고즈넉한 돌담과 하천, 가는 길마다 옛 제주의 모습이 현대화에 익숙한 탐방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노형동의 자연마을 가운데 하나인 해안동. 전통을 지키고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주민들의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을탐방은 해안초등학교(교장 장승련)에서 시작했다. 해안초는 문화체험, 예체능·환경 교육 등의 특성화과정으로 최근 '제17회 전국 아름다운 교육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장승련 교장은 "마을이 노형동에 속해있지만 교통·시설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가 크다"며 "마을 어르신을 해설사로 한 유적지 탐방·노인회관 재능기부 공연 등 주민과 협업해 애향심을 높이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장의 설명대로 초등학교 주변에는 흔한 상점, 가게 등을 찾기가 어려웠다.

노형동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대화가 보이지 않는 마을이었지만 그만큼 제주의 옛 모습은 남아있었다. '내창'으로 부르는 어시천 풍광과 마을에 자리잡은 팽나무를 감상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힐링으로 다가온다.

'해안동 수퍼'에서 따뜻한 음료로 손을 녹였고 캘리그라피, 요가 프로그램 등 주민들의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체육활동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해안동문화의 집에 도착했다.

이어 마을 중심부에서 거리가 멀어 인적이 드물지만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곳으로 알려진 본향당을 찾으러 나섰다.

먼저 동당은 마을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했다. 과수원길을 지나야 하고 매립지에 가려져있었지만 큰 팽나무 한 그루가 신목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돌아온 길을 되짚으며 마을 서쪽에 위치한 서당에도 들렀다. 동당과 서당은 하르방신과 할망신이 각각 자리잡은 곳으로 주민들은 '대별왕동당지신'과 '송씨할망신'에게 제사를 봉행하고 있다. 
 

다시 어시천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고 남일교, 개소교, 이생교 다리를 지나 잃어버린 마을인 '리생이마을'에 도착했다.

리생이마을은 300년전 설촌된 이후 주민들이 밭농사와 목축을 생업으로 평화롭게 살던 중산간 마을이지만 제주 4·3 당시 전소됐다. 현재 남아있는 옛 집터와 올레, 무성한 대나무 숲이 쓸쓸함을 더하며 '뼈 아픈 역사를 되새겨보라.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며 표석을 세운다'는 비석이 평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마을은 '바다와 같이 평온하기를 기원한다'는 지명유래와 맞물린다. 4·3의 비극을 딛고 일어선 해안동의 제주다움과 주민 단합은 마을을 지나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끝> 김영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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