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독서산책 26. 레프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삶의 다양한 가치에 대한 질문·답 단편작으로 표현
반성·성찰의 자세, '함께하는 공동체' 의미 등 교훈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이맘때쯤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정리라는 것을 하고, 또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위한 계획이라는 것도 동시에 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연하장이나 카드를 고른다고 고민하며, 그 종이 위에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면서, 일 년 동안의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정리의 한 과정이었다.
행복이 사라진 사회
하지만 요즘은 나조차 그런 과정을 생략해 버리는 이유로 얼마 전 모임에서 누군가가 전해준 카드 한 장에 고마워하고 더 신나했는지 모른다. 그 카드 한 장이 나에게 오기까지 그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카드를 고르고, 아이들을 다 재워놓고 늦은 시간 피곤함과 함께 글을 써 내려간 것이 상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난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휴대전화 문자로 안부를 궁금해 하며, 일년의 고마움을 부랴부랴 전할 것이 분명하다.
시대가 변했으니 방법적인 것도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종이 한 장의 따뜻함을 전하는 마음 씀씀이, 잠시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는 여유가 없어지면서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도 사라지는 것 같다.
올해 OECD가 발표한 삶의 질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34개국 가운데 28위다. 자살률은 압도적인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일과 삶의 균형 부문은 OECD가 조사한 국가 가운데 꼴찌고 고용률도 선진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수치상의 결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행복과 거리가 아주 멀다. 실제로도 요 몇 달 우리의 주위를 보면 행복이란 단어보다는 불신과 배신, 갈등, 분노, 억울함, 허탈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왜 우리나라는 행복하지 못할까. 중학생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꿈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망설이지 않고 말을 한다. 아이들의 대답 속에 우리나라가 왜 행복하지 못한지를 너무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꿈조차 꾸지 못하게 했다는 것을 아이들의 대답으로 알 수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행복의 기준은 돈이 아닌데 언제부터 우리는 돈을 최우선으로 했는지 참 답답하다.
행복의 비결을 물어보면 답은 다 비슷하다. 가족·친구·신뢰·배려·조화·자유·여유·소소한 일상 등 열대지방도 황량한 북쪽 나라도 다르지 않았고 경제 수준이나 문화의 차이에도 답은 같았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가장 필요한 단어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촛불집회에서 무작정 분노를 표출하며 억울함을 느끼기보다 점점 긍정적인 면을 보려하는 높은 시민의식을 봤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지금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기본의 중요함을 알고 정직과 성실이 존중되고 올바른 생활의 태도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비리와 억울한 대우를 당연하게 느끼지 않는 자세를 갖기 위해 모두가 촛불을 켜고 있는지 모른다.
행복이란 어쩌면 혼자 이루기는 어렵지만 함께하면 의외로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며 허한 마음과 나랏일로 유난히 어지러운 마음에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어본다. 늘 우리가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는 물음과 답을 작가는 여러 편의 단편으로 이끌어 낸다.
내 모습을 살피게 하는 단편들
가난한 수선공 시몬 앞에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미하일이 나타난다. 6년의 시간이 흐르고 미하일은 자신의 신분을 이야기한다.
그는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온 천사였다.
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여인에게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 없었고, 그 부유한 신사도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일년 동안 신어도 닳지 않는 장화인지, 아니면 그날 저녁에 관 속에서 신을 슬리퍼인지를 아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라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
"제가 사람의 몸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까닭은 제가 앞날을 고민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가던 남자와 그 아내의 마음에 사랑이 있어 저를 불쌍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두 고아가 살아갈 수 있었던 까닭은 모두가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한 여인의 마음에 사랑이 있어 그 아이들을 가엾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모든 사람은 그들이 자신을 돌보고 앞날을 계획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라며 나머지 답도 말해준다.
또 하나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에서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죽게 되는 파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파홈의 하인은 주인의 괭이로 땅을 파고 그를 묻었다. 파홈이 차지한 땅은 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길이, 고작 3아르신(1아르신은 71㎝)이었다. 그것이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의 전부였다'라는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소중하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지만 멈추지를 않는다.
잠시 멈춰 나를 돌아보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 줄의 간단한 메모라도 하며 나의 모습을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얼마 전 초인종을 눌러 많은 이를 구한 한 청년을 기억하고 있고 우리에게는 이런 보석과도 같은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내가 찾는 무엇인가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며 2016년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자.

레프 톨스토이(1828-1910)
러시아의 소설가·사상가로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일컬어지고 있다.
톨스토이는 1852년에는 처녀작 「유년시대」를 발표해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그 후 러시아 농민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뜬 그는 농민계몽을 위해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를 세우고 농노해방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1869년 「전쟁과 평화」로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으며, 러시아의 현실과 고통받는 러시아 민중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해 생동감 있게 그려내 오늘날까지도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로 인정받고 있다.
도덕적 필연성과 합리적 기독교 윤리에 바탕해 농민적 무정부주의, 악에 대한 무저항 정신으로 대변되는 그의 사상은 한때 전 세계로 퍼져 '톨스토이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작품으로는 「안나 카레리나」 「부활」 「참회록」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 이반」 등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