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증으로는 인정되지만 범행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합의부(재판장 김창보 부장판사)는 9일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법률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이모피고인(40)에게 “피해자의 진술 외에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평소에 피고를 알고 있는 피해자가 피고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범인을 뒤쫓은 피해자 동생 역시 피고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진술은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어 피고가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잠을 자다 느닷없이 당하는 바람에 범인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고, 비록 목소리만으로 범인이 누구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하더라도 순간적으로 ‘착각’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의 옷에 묻은 혈흔이 피고의 혈액형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범인이 흘렸다는 정황은 없지만, 진짜 범인의 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유죄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경우’”라고 말하고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동생의 진술만으로는 다른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칠 지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범인을 만들지 않는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입각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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