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감제주 감동제주] 제주경제 키우는 마을기업 2. 서귀포귀농귀촌 2 협동조합 '제주살래'

2013년 설립된 제주살래는 마을기업을 통해 이주민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고 다양한 경제활동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살래'를 이끄는 조합원들. 김용현 기자

귀농귀촌인 독서모임서 출발
마을경제발전 활동으로 진화
은퇴 해녀 수익 사업 등 창출
방송·영화 등 가치 확대 목표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 '제주살래(대표 안광희)'는 제주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어가기 위해 설립된 마을기업이다. 돈을 벌기 위해 공동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를 닮은 끈끈한 공동체를 이어가고 주민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다양한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름 그대로 처음에는 귀농귀촌인을 중심으로 마을기업이 설립됐지만 현재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발전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

△토박이·이주민 마을공동체로 뭉쳐

최근 제주지역은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제주에서의 삶을 희망하면서 '이주열풍시대' '제주이민시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주민들은 당초 기대했던 제주의 삶과 달리 지역주민과의 갈등, 경제문제 등의 여러 장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 '제주살래'는 마을기업을 통해 이주민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고 다양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13년 7월 설립된 제주살래는 서귀포시 남원읍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귀농귀촌 이주민들이 함께 '협동과 협업'을 통해 '공존과 공생'의 길로 나가고, 농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살래의 첫 시작은 귀농귀촌인들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독서모임이었다. 이주민들이 제주의 삶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 구성된 '남원북클럽'을 구성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독서회원들을 주축으로 지역주민과 이주민들이 잦은 만남을 통해 제주정착문화의 대표사례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구체화됐고, 공동체와 사회경제라는 가치실현을 위해 마을기업이자 협동조합을 결성키로 뜻을 모으면서 현재의 제주살래가 탄생하게 됐다.

제주살래는 설립 6년만인 지난해 11월 행정자치부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제주의 대표적인 마을기업이자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성공 이유는 바로 지역주민과 이주민이 마을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기업활동을 한 것이 주된 이유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살래는 일반기업의 기본목적인 수익의 극대화가 아닌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발전시키며, 사회적경제의 가치실현을 통해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마을주민과 함께 경제수익사업과 교육문화사업, 지역공헌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제주가치 보존 계승, 마을공동체 강화, 경제주체 확립 등의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다. 

△경제·문화 공헌 확대 '꿈'

고령으로 아니면 건강상 문제로 더 이상 물질을 할 수 없는 해녀들은 생계를 위해 고향과 같은 바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퇴한 해녀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해녀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 제주살래의 '엄마의 바다'다.

제주살래는 은퇴한 해녀들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삶 그리고 문화를 콘텐츠로 한 향초를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동시에 해녀로서 자부심과 정체성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제주에서도 감귤주산지인 남원읍 주민들을 위해 감귤 구매량의 10%를 적립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사랑의 감귤 공급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남원읍에서 경쟁력이 있는 고사리·옥돔·흑돼지 등의 농수산물을 직거래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우리마을 꾸러미 사업'도 진행하는 등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마을의 자연과 문화가 결합된 제주형 작은 결혼식을 열어주는 '제주 연리지' 사업을 통해 숲과 오름 등 다양한 지역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경제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남원1리 어촌계와 연계한 '그림 그리는 해녀' 사업의 경우 50명의 해녀가 미술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올해 북미 3대 영화제인 휴스턴 국제영화제 여성이슈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원읍 17개 마을을 순회 상영하던 청춘극장은 지역 주민들의 지지로 남원읍사무소 내에 별도의 청춘극장 상영관을 마련했다. 

특히 지역주민과 이주민들이 함께 마을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마을홍보와 다양한 소식 등을 알리기 위해 도내 최초의 마을중심의 팟케스트 방송인 '제주살래 방송국' 사업을 진행해 온라인상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문화생활에 접할 기회가 적은 농어촌 어린이들을 위해 재능기부자를 모집한 후 문화교육을 실시하는 남원읍어린이문화예술학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뷰] 안광희 제주살래 대표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여전히 끈끈한 마을공동체가 살아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경제를 도입한다면 다른 지역에 비해 성공적인 마을기업을 육성할 수 있습니다"

안광희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 '제주살래' 대표(46)는 미국 뉴욕 등에서 광고·공연기획자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다 제주 정착을 선택했고, 지역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성공모델을 찾기 위한 구상중 하나로 '마을기업' 사업을 시도했다.

안 대표는 "마을기업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성공할 수 없고, 지역의 문화와 생활, 그리고 경제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제주살래는 '그림 그리는 해녀', '청춘극장', '마을방송국' 등 지역밀착형 문화 및 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동체를 하나로 뭉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경제활동이며, 반드시 지역자원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은퇴해녀에게 단순히 돈벌이용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해녀문화를 향초에 입히면서 자부심을 갖도록 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제주감귤을 경제자원을 넘어 공공재와 복지재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찾다보니 '사랑의 귤 공급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현재 마을의 잠재가치를 찾아내 새롭게 넓히는 것이 마을기업의 역할이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살래는 지난해 12월 남원초등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남원읍주니어드론팀인 슈퍼비를 창단한 것을 시작으로 드론을 이용한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안 대표는 "드론산업 인력의 양성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핵심인력에 대한 교육투자는 국내 드론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며 "천혜의 환경을 가진 제주에서 드론은 교육시장을 중심으로 환경과 안전, 관광과 IT 분야 등과 융복합하며 대한민국 드론산업을 선도할 것"이라며 올해 제주살래가 추진할 새로운 역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