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 김혜영씨(36)는 이들 부부의 ‘쌀 반되 인생’에 어릴적부터 끼어들었다. 재롱을 피울 나이에 부모의 가난을 알고 남들 공부할 때 동생들을 지켜봐야 했던 김씨는 자식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

 부모의 평생 후회가 된 김씨는 그러나 어엿한 두 아들의 엄마이자 부모의 곁을 지키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쌀 반되만 사오라고 하실 때마다 ‘언제면 쌀 반되 사오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불만도 많이 했지요. 그럴 때마다 어머니께 욕도 얻어먹고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철부지 노릇이었다는 맏딸은 아직도 리어카에 쇳덩어리를 싣고 오일장에 나가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듯 눈가를 붉혔다.

 배운 사람보다 없고 못 배운 사람이 사회에 더 많이 베푼다는 말을 잘 이해한다는 김씨. 없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도와주는 부모의 눈가에서 그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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