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미하엘 엔데(1929~1995)는 ‘환상을 제조하는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독일의 동화작가.79년 첫 번역판(도서출판 두레),96년 개역판(문예출판사)에 이어 2000년 도서출판 비룡소가 선보이는 「끝없는 이야기」(전3권)는 현실과 환상을 잇는 마법의 주문으로 시작된다.

 어머니가 없는 주인공 바스티안은 아버지의 무관심과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소심한 소년.바스티안의 유일한 장기는 꿈과 환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어느날 반 아이들에 쫓기던 바스티안은 우연히 고서점의 문을 열게 되고 시선을 끄는 책 한권을 훔치게 된다.

 마법의 책을 여는 순간 바스티안은 사람의 아이에게 새 이름을 받지 못하면 멸망할 이기에 처한 ‘어린 왕녀’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든다.환상계가 위기에 처하자 도깨비불,바위를 먹는 괴물,난장이 등이 어린 왕녀를 찾아가고,바스티안은 환상계를 살릴 수 있는 마법의 목거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분신을 책 안으로 들여보낸다.

 이 책은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라는 두 개의 공간적 배경을 갖고 있다.이 두 세계의 구분은 자주색(현실)과 초록색(환상) 활자로 구분했는가 하면 26개 알파벳이 들어간 삽화를 각장마다 넣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꾸민 작가의 의도를 반영했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는 주문은 얼핏 보면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강조처럼 보일지 모른다.하지만 주문은 “자기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라는 뜻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를 바꾸는 일”이라는 말로 요약된다.소망을 하나씩 이룰수록 인간 세계의 기억을 하나씩 상실하게 되고 나아가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하고 마는 주인공을 통해 ‘참된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즉 무한대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에게 헛된 환상은 인간뿐만 아니라 이 세상까지도 파멸시킨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런 의도는 때문일까 열쇠 없는 문을 열려면 모든 의도를 잊어버리고 아무것도 원치않아야 한다고 말할 때,슬픔과 기쁨같은 극과 극이 사실은 한몸에 존재한다고 말할때,또 아름다움이 끔찍할 수도 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른이란 과거의 아이였던 어떤 인간이며 아이란 어느날 어른일 인간’작가의 생각은 어른과 아이의 세계를 잇는 아름다운 동화를 만들어냈다.제목이 얘기하듯이 이책은 현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에게는 환상의 세계가 있음을,환상의 미몽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이에게는 우리가 뿌리내여야 할 곳이 결국은 현실이라고 끝없이 이야기한다.<각권 7500원><고 미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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