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7.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가치-Ⅰ

제주해녀문화-유네스코, 제주해녀어업-어업유산 '연대 부각'
직업 성격 서남해안권 제외 지역성 바탕 공동체 구성 남달라
경험 바탕 '몸 기술'…한국 문화 연계성 등 학술적 가치 높아

이달 1일 '해녀'가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가 됐다. 한국 전통의 해양·어로문화를 대표하는 데다 시대 흐름에 맞춰 나름의 방식을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온 가치를 정부가 인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제주해녀'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보가 입수한 '해녀'국가무형문화재 지정가치 조사 보고서를 통해 그 이유를 살펴본다.

# 제주 중심으로 한반도 전파

'제주해녀문화'는 우리나라의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제주해녀어업'은 우리나라 1호 중요어업유산이다. 어떤 이유를 들어도 '제주해녀'가 해양·어로문화의 중심인데 이의가 없다.

제주대 산학협력단이 문화재청에 제출한 보고서는 해녀의 전승가치를 역사성과 학술성, 예술·기술성, 대표성으로 나눠 살폈다. 기본적으로 제주해녀는 제주의 전통문화를 대표하고, 동남해안권 해녀들에 대해서는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애착심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남해안권은 직업적 성격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밝혔다.

어느 바다에서 작업을 하든 민속지식에 기반한 정보를 전승하는 등 공동체성을 근간에 깔고 있다는 점에 주지했다. 

해녀라는 큰 의미로 봤을 때 한국 전통 해양 문화와 여성 중심의 어로 문화를 대표하는 존재로 시대적 변천을 넘어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을 살폈다. 특히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공유지의 지속적인 이용·배분에 대한 지혜가 공동체 유지의 원동력이 됐고 이것이 문화적 다양성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어업환경 조성과 공동체 전승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깥물질과 맥 같이해

한반도 지역 해녀의 유래와 역사는 제주해녀의 바깥물질과 연결됐다. 해녀가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 전반에서 전승됐다는 점을 감안해 해녀를 문화재로 등록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표 참조>

이 기준으로 한반도의 물질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는다. 제주해녀의 첫 바깥물질 기착지였던 부산 영도에는 19세기말(1887~1895년) 흔적부터 찾을 수 있다. 

경남 거제도의 경우 '한일 합방 전부터 제주해녀들이 계절에 따라 장승포, 지세포, 구조라, 옥포, 가조도, 정목 등지에 와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한 것 같으며, 일제 시대에 들어와서 이 지역에 이주·정착도 하게 된 것 같다'(장목면지·2011)는 기록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충남 서해안 지역에는 1917년 지금의 태안군 안흥면 사람이 제주해녀 몇 명을 고용해 물질을 처음 시작했다(서산군지·1926)는 내용이 전해진다.

바깥물질을 한 시기와 이주·정착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제주해녀가 등장하기 전까지 현지에서 여성이 아무런 장비 없이 물속에서 해산물 등을 채취했다는 언급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제주해녀를 한국해녀로 살펴볼 수 있다.

어떤 경로로 바깥 물질을 했건, 어쩌다 정착을 했건 하는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지방 현지 해녀가 생겨났던 시기는 제주해녀들의 바깥물질이 활발했던 1920년대~1940년대로 볼 수 있다.

# '여성어로' 다양성 확장

해녀에는 '생태친화적인 생업문화'란 대표성이 부여됐다. 서남해안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해녀가 지역 전통문화를 대표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현지 문화와 제주 문화가 물질이라는 전통적 어로문화를 기반으로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진화한 것 역시 문화 범주로 살폈다. 또한 자연적 생태주기를 이용하며 상호부조와 노동협업의 관습을 지켜온 '여성 어로'라는 특이성에도 대표성이 부여됐다.

이러한 특성은 한국의 무형문화재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해녀는 문화재보호법 제2조(정의) 2항에서 정의한 무형문화재의 범주 중 '한의약,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2014년 문화재 보호법 개정에 따라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를 특정하지 않는 사례에도 포함된다. 이들 두 장치를 모두 아우르는 유일한 종목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해녀는 무형문화재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계를 파악하는 중요한 아이템이 된다. 무엇보다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전통과 관습, 기술, 공동체의 진화는 어로  만이 아니라 여성과 신앙, 문학 등으로 확산되는 등 한국 문화와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경험을 통해 몸으로 배운 '몸 기술(Live-Ware)'라는 점이다. 이는 다시 생리학과 인체공학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어머니에게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전해진 인지적 지도는 보통의 연구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공고하다. 여성공동체 문화라는 측면에서 학제간 공동연구와 통시·공시적 연구, 문화간 비교연구 등의 자료로도 가치가 높다.

6월2일 해녀문화세션 운영

제주의 무형문화유산을 대표하는 '해녀문화'가 제주포럼의 안방마님을 역할을 한다.

오는 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2회 제주포럼에서 해녀문화 세션이 운영된다.

'아시아의 미래비전 공유'를 주제로 한 올해 제주포럼의 전체 세션은 모두 75개다. 그동안 해녀가 문화 프로그램이나 체험 형태로 소개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해녀 문화 세계화' 논의는 무형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6월2일 '애기바당에서 할망바당까지-해녀문화 세계화와 지속가능성' 주제로 진행될 해녀문화세션의 좌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보호협약 퍼실리테이터인 박상미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이 맡는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가 기조연설을 하고 응우옌 티히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평가기구 위원, 브렌다 백선우 사진작가, 고희영 영화감독, 이선화 제주특별자치도의원, 강애심 제주해녀협회장, 채지애 제주 해녀 등이 토론한다.

지난해에도 강경옥 제주해녀가 제주포럼 문화세션 중 청년리더 컬처서밋에 참여해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 좋은 바다밭'을 주제로 제주해녀문화와 제주 전통의 수눌음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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