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의 도매시장 가격은 출하시기와 지역 그리고 시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얼마나 좋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느냐 하는 문제 역시 결코 이에 못지 않다. 이른바 비상품(非商品) 감귤로 불리는 덜 익거나 병들고 상처난 것 그리고 너무 크거나 작은 감귤의 유통은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전체 감귤가격의 하락을 불러 일으키는 주인(主因)이 되고 있다.

그것은 농산물도매시장의 구조를 아는 사람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장에 상장된 수 많은 감귤상자 가운데 선정된 어느 한 샘플에서 비상품 감귤이 나오기라도 하면 다른 감귤은 아예 뜯어보지도 않고 비상품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다. 심한 경우에는 경매에 오르지도 못한 채 시장 구석에 방치된다. 출하초기에 평균 1만7000원에 거래되던 감귤이 최근에는 6000~8000원까지 하락한 것도 바로 이러한 현상이다. 이것만 봐도 비상품 감귤의 출하가 얼마나 가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규격과 가격이 세분화되고 있는 도매시장에서 비상품 감귤은 최저가격으로 낙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비상품 감귤의 출하가 끊이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같은 문제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님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은 비상품 감귤을 절대 출하하지 않겠다는 농가와 중간상인들의 의식부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물론 당국의 단속에도 문제가 없는 바는 아니지만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에 스스로 맞춰나가는 의식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출하가 계속된다면 제주감귤은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거의 같은 시기에 출하되는 사과와 배·단감이 제주감귤에 비해 가격이 두 배이상인 점에서 보더라도 감귤은 이미 벼랑끝에 몰린 상태이다. 다른 과일과의 차별화는 고사하고 좋은 감귤, 맛있는 감귤을 생산하겠다는 의욕마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농가 개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당국의 역할이 한데 모아질 때에만 가격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더이상 비상품 감귤을 출하해선 끝장이라는 강력한 의지만이 제주감귤을 살릴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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