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편집국장

지난주 그날, 많은 이들이 TV 앞에 앉아 눈시울을 붉히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5월18일 거행된 제37주년 5·18 기념식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처음 치러진 이번 기념식은 통합과 화합의 자리가 됐다는 평가와 함께 행사 하나하나가 모두 화제가 됐다. 4년만의 대통령 참석, 진심을 담아 5·18 진상규명과 민주화정신의 복원을 천명한 대통령의 13분 연설, 자신의 생일이 아버지의 기일이 돼버린 유족과 함께 눈물 흘리고 따뜻하게 보듬어안아 위로한 대통령, 그리고 9년만에 부활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까지. 

기념식이 끝난 후 인터넷상에는 "1시간여의 기념식을 지루한 줄 모르고 끝까지 봤다"거나 "기념식을 보면서 울컥하기는 처음이다", "진심과 감동이 느껴졌다", "이게 나라다"는 등의 반응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또 미처 생중계를 보지못한 사람들은 인터넷 동영상을 찾아보고, 관련 기사를 찾아 읽으며 정권 교체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음을 다시한번 실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확연히 달라진 5·18기념식에 특히 제주도민들이 느낀 감동과 여운은 어느 누구보다 더 컸을 것이다. 제주도민들에게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5·18에 대해 말한 '정의롭지 못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현대사의 또 하나의 비극'인 4·3이라는 공통된 아픔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마땅히 국가가 보듬고 치유해야 할 아픔이지만 5·18처럼 4·3도 국가로부터 외면받았다. 도민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대통령의 4·3위령제 참석은 2006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1년간 이뤄지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자신이 4·3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이후에도 단 한차례도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극우보수세력으로부터 계속되는 폄훼와 흔들기, 4·3의 상징곡이라 할 수 있는 '잠들지 않는 남도'의 위령제 합창 불가까지 4·3과 5·18은 여러가지 면에서 닮았다. 그렇기에 제주도민들은 이번 5·18기념식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겪었던 아픔에 공감하고 5·18정신의 복원에 박수를 보내고, 나아가 4·3 해결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어느때보다도 더 크게 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진상조사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공식사과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의 4·3은 잃어버린 9년이 돼버렸다. 지난 정부에서 사실상 멈춰버렸던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 등 4·3 완전해결을 위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희생자 인정이 단 한차례에 불과했던 만큼 정부 차원의 희생자 결정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 이를 위해 희생자와 유족의 심의·결정을 상설화하는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 유족들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배·보상 등 지원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는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해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지지부진한 행방불명인 유해발굴과 유전자 감식을 통한 가족찾기 사업도 서둘러야 한다. 또 4·3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희생된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도 꼭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제주를 찾아 "4·3은 제주의 오늘이고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다"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완전히 이뤄지도록 필요한 입법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으로서 4·3 추념식 참석도 약속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4·3 완전해결에 대한 도민들의 희망과 기대감도 한껏 커지고 있다. 

내년이면 제주4·3은 70주년을 맞는다. 2018년 4월3일 그날, 제주도민들이 대통령이 참석한 위령제에서 4·3의 상징곡인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함께 부르며 지난 37주년 5·18 기념식의 뭉클했던 감동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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