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기념사

1990년 6월2일 대한민국 언론사에 첫 발을 내디딘 제민일보가 오늘로 창간 27주년을 맞았습니다. 

제민일보가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속에서도 '인간 중시·정론구현'의 초심을 4반세기 넘도록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창간 당시부터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성원하고, 질책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덕택입니다.

27년전 오늘을 돌아볼 때 제민일보 창간은 언론자유를 갈망하던 도민들의 염원으로 가능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민주화 열기가 무르익던 제주에서도 '참 언론'과 '신문 다운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3500여 도민 주주와 전국 언론동지들의 힘으로 마침내 창간호가 독자들에게 배달됐습니다. 창간호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언론자유의 가시밭길을 묵묵히 걸으면서 도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참언론을 캐어낸 마중물이었습니다. 

제민일보가 창간 스물일곱돌을 맞지만 지역사회 성장 방향을 둘러싼 각계각층의 주장이 분출하면서 지속가능한 제주발전과 도민 이익 극대화를 실현하는 더 큰 책무도 부여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구·관광객 증가를 수용할 안정적인 상·하수도 공급은 물론 개발과 보전을 조화롭게 유지할 친환경 성장관리는 간과할 수 없는 우리지역의 최대 현안입니다.

투자유치와 제2공항·신항만 건설 등 대형 SOC사업도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치유는커녕 확산 일로에 놓여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보전의 가치가 충돌하지만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할 상호신뢰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한 가치만 강요되면 다른 가치들은 설자리를 잃거나 서로 충돌하는 등 조화롭고 지속적인 제주발전을 정체시키거나 가로막기에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묶어냄으로써 도민 이익과 제주공동체 발전을 이끄는 정론직필의 길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진위를 가리기 힘든 정보와 헛소문이 난무하지만 보다 폭 넓고 깊이 있는 취재, 특정계층과 이익집단에 흔들리지 않는 정확하고 공정한 진실 보도로 독자들의 신뢰에 보답하겠습니다. 신문은 역사의 기록이기에 기록한 역사가 정확하고 올바른지도 늘 성찰하겠습니다.  

도민들이 표출하는 다양한 여론과 공론을 실어나르기 위해 편집자율권 신장과 언론윤리 확립을 기반으로 고품격 신문을 제작하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겠습니다.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장기 기획물, 타지역과 외국 선진사례까지 포함한 심층적이고 전문화된 양질의 보도로 도민이 신뢰하는 지역신문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습니다. 

창간 27주년을 맞은 오늘도 도민들이 달아준 참언론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제민일보는 그간 일궈온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토대로 불편부당한 권력 감시와 비판의 초심을 십분 발휘하면서 지역언론의 위기를 당당히 뚫고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미디어 환경변화가 시련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독자·도민을 최우선 고객으로 삼으면서 고품격 신문 제작에 땀방울을 쏟아 붇겠습니다. 독자·도민의 사랑과 신뢰를 먹고 사는 언론의 영향력을 오로지 제주공동체 이익 실현에만 쓰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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