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으로 '행복지수' 높인다 1. 프롤로그 - 안전, 새로운 패러다임 대두

세계 31개국·365개 도시 공인받아
사고·손상 줄이기 지역 사회 동참
인적·경제적 손실 최소화에 기여

제주도, 국내 최초 3차 인증 도전
사고손상 사망률 감소 등 효과커
"최고 가치이자 인류 공유의 자산"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안전이 대두하고 있다. 안전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31개국·365개 도시(1월31일 기준)가 국제안전도시로 인증을 받았을 만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가 올해 국내 최초로 3차 재인증을 받을 경우 청정과 공존의 미래비전 가치에 안전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국제안전도시란

국제안전도시(Safe Community)는 1989년 스웨덴에서 열린 제1회 사고 및 손상예방학회에서 안전도시 선언문이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선언문에는 '모든 인류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 안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안전도시는 지역사회의 사고와 손상을 줄이기 위해 행정기관을 비롯해 전문가 단체, 시민사회단체, 시민 등 다양한 생활행태별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들 구성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모든 연령과 환경을 대상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고취, 안전생활 실천, 안전무화 형성을 통해 시민들에게 발생하는 손상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는 결과적으로 사고와 손상으로 인해 발생되는 인적 및 사회·경제적 손상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된다. 

이처럼 지역사회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안전증진사업을 국제적으로 공인(인증기관 스웨덴 스톡홀롬 WHO 지역사회안전증진협력센터)해 주는 것을 국제안전도시라고 한다. 

국제안전도시 공인기준은 △지역공동체 안전증진 책임이 있는 각계각층으로부터 상호 협력 기반 마련 △모든 연령·환경·상황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 △고위험 연령·환경·계층의 안전증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 운영 △사고예방 프로그램은 사용가능한 모든 근거를 기반 △손상의 빈도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 △손상예방 및 안전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효과 평가 △국내외 안전도시 네트워크 지속적으로 참여 등 7개다. 결국 국제안전도시는 '안전한 도시'라기 보다는 '안전해 지기 위해 지역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도시'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국제안전도시 관심 집중

우리의 건강을 우지하고 증진시키는데 있어 가장 큰 위험요인은 질병에 걸리거나 여러 요인과 환경으로 다치게 되는 경우, 즉 손상이다. 대부분의 경우 질병은 중요한 건강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것에 반해 다치는 것은 건강문제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손상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우연히 일어나는 결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손상의 원인과 위험요소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해 개인의 행동, 물리적·사회적 환경 등에 대한 다분야간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손상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국제안전도시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수원시(세계 63번째)를 시작으로 2007년 제주도(세계 117번째) 등 11개 도시가 인증을 받았다. 이 가운데 현재 공인이 유지된 도시는 제주도 등 8곳이다. 

또 전북 전주시와 세종시 울산 남구 등 7곳이 올해 또는 내년 공인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안전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인증을 받는 지역도 적잖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등 3곳이, 전 세계적으로는 스웨덴 등 16개국에서 84개 도시가 재인증을 받았다.

△인증효과는 

제주도는 2004년 10월 국제안전도시협력센터를 방문,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된 안전도시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 안전도시 사업추진 의사를 타진하고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논의하면서 제주국제안전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7년 국제안전도시로 공인을 받은 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사고손상 감소와 안전증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손상감시시스템을 구축했고, 안전도시 조례로 제정했다. 안전정책 포럼 등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2012년 2차 공인을 받은 직후 제2기 제주국제안전도시 사업 전략을 수립해 추진했다. 안전과 사고손상예방에 대한 국내외 공동대처를 위해 국제안전도시 네트워크에 참여했고, 119구급대와 도내 6개 종합병원간 구축된 손상감시 시스템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예방 프로그램에 접목, 사고손상을 저감시키고 있다. 

국제안전도시 인증효과는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공인 후 사고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사고손상사망자수가 2007년 79.1명에서 2012년 74.1명, 2015년 64명으로 감소했다.

또 전체 사망자 가운데 사고손상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1년 13.9%에서 2015년 11.7%로 하락했다.

△제주 3차 재인증 도전장 관심

최근 인구·관광객 급증, 차량 증가, 개발사업 추진 등 제주지역에서 사고손상 발생 가능성도 점차 커지면서 국제안전도시 사업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15년 안전도시위원회를 대폭 확대해 기관·단체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3차 공인과 안전도시의 완전정착을 위해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추진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진행 중인 제3기 국제안전도시 사업의 장기목표는 2021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사고손상 사망률을 57.6명까지 줄이는 것이다. 연도별로는 2017년 61.8명, 2018년 60.7명, 2019년 59.6명, 2020년 58.6명, 2021년 57.6명으로 매년 1.1명씩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중기 과제는 제주 손상감시 시스템 운영 고도화, 고위험 취약계층 등 맞춤형 사고예방 프로그램 확대, 지역 내 민간단체 등 상호 협력 기반 강화, 국내외 안전도시 네트워크 협력 강화, 안전도시 관련 연구기관 설립, 국제안전학교 운영 확대로 학교 손상 예방 강화, 안전사고 주의보 발령으로 안전수칙 생활화, 재난안전체험관 설립 등 안전 체험교육 인프라 구축·운영 등을 추진한다.

특히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제주국제안전도시 중장기 추진방향 등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지역사회 안전도시 네트워크 확대로 다양한 사고손상 예방 정책을 발굴하는 등 제주국제안전도시 4차 공인준비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국제안전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손상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기후환경과 교통, 산업, 사회문화의 새로운 변화 속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전은 제주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이자 인류가 공유해야 할 자산"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임채현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임채현 제주국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안전의 최종 대상은 자동차나 건축물, 기계·기구가 아닌 '사람'이다"이라며 "안전의 대상 뿐 아니라 이러한 안전을 만들어 가는 것도 시스템을 작동하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안전도시의 허브라 할 수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의 국가들 역시 '사람'과 '신뢰'에 빙점을 찍고 있다"며 "그래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안전도시 인증에 필요한 요구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선진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안전도시 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한 기술이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이 기술이나 시스템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그리고 구성원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안전도시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안전문화가 확산될 때 비로소 한 단계 성숙한 안전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올해는 제주도가 우리나라 최초로 3회 연속 WHO국제안전도시를 공인 받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최초 공인을 받은 지 만 10년이 되는 성숙의 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이전 10년은 국제안전도시의 인증요건에 지역사회를 맞추어가는 안전도시의 도입기라고 볼 수 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제주국제안전도시가 성장해가는 성숙기다"라며 "제주 지역사회에 국제안전도시를 맞추어가는 '제주화' 과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주도의 이번 3차 공인은 국제안전도시를 넘어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사람'과 '신뢰'를 바탕으로 민관이 함께 참여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사람의,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제주형 국제안전도시 모델을 만들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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