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1. 곶자왈 정의와 유래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도너리오름에서 분출한 용암류는 한림읍 월령리와 대정읍 영락리 일대까지 펼쳐져 있다. 지류 중 하나는 12.5㎞, 폭 5㎞에 달하는데 느릴 때는 시속 10㎞, 빠를 때는 60㎞로 맹렬히 흘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어·지리학·지질학사전 등 미등록…'방언 풀이'서 시작
수렵·목축·농경시대 이후 토지이용 다양화로 인식 급변
아아·파호이호이용암 등 지질학적 형태 놓고 견해 분분

1990년대 초반부터 언론과 각종 연구 자료에 '곶자왈'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어원과 의미에 대해서는 정립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곶자왈공유화재단과 ㈔곶자왈사람들 주최로 열린 '곶자왈의 정의(定義) 정립' 학술심포지엄에서도 곶자왈 자체를 '곳자왈'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곶자왈 보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명확한 정의 정립도 서둘러야 한다.

△분야별 정의 다양

곶자왈은 국어사전이나 지리학·지질학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용어로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이라는 방언 풀이에서 시작한다. 수렵·목축시대의 설명으로 이만하면 족했을 것이다. 

땅을 농림업적 측면에서 바라봤던 시기에는 '용암류지로서 용암의 풍화로 인해 돌이나 바위조각이 중력에 의해 쌓이는 곳과 화산분출시 화산력 비산에 의해 운반 퇴적된 지역으로 관목과 야생초가 자생하며 농림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했다. 그러나 토지의 이용도가 다양해지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면서 곶자왈에 대한 인식도 급속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개념과 시각 차이는 당연히 토지의 경제성과 직결되고 이해당사자간 이견도 첨예하게 대립하기에 이르렀다.

곶자왈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 지질학, 생태학, 인문학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많은 제안들이 나왔다.

우선 지질학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곶자왈지대를 '암설류의 양상을 보이는 암괴상 아아(아아 러블 플로) 용암류 분포지역'이라고 한다든지 '토양이 거의 없거나 그 표토층의 심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얕으며, 화산 분화시 화구(오름)로부터 흘러나와 굳어진 용암의 크고 작은 암괴가 요철 지형을 이루는 곳' '거력이상의 암괴가 우세한 연장성을 갖는 용암유역'이라고 한 것들은 대표적인 지질학적 정의들이다.

법률적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에서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으로 정의했다.

곶자왈공유화재단과 ㈔곶자왈사람들이 지난해 6월 김만덕기념관에서 개최한 '곶자왈의 정의(定義) 정립' 학술심포지엄.

△원주민 의성어서 유래

곶자왈이 화산활동으로 이뤄진 곳임에는 분명하다.

다양한 화산활동 중에서 용암분출이란 현상이 있었고, 이 용암이 굳어지면서 만들어진 식어버린 용암의 외형상 특성 또한 다양하다. 

용암을 구분하는 가장 초보적인 분류법이 용암의 표면이 비교적 매끈해 그 위로 걸어 다니기가 편한 용암인가, 아니면 가시처럼 돌기가 무수히 나 있어서 걸어 다니기가 무척 불편한 용암인가로 구분하는 식이다. 아아용암은 하와이 원주민이 이 용암 위를 맨발로 걸어갈 때 발바닥이 아파서 '아, 아~'하고 내는 의성어에서 유래했다. 

반대로 파호이호이용암은 표면이 매끄러워 '맨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용암을 나타내는데 아아용암에 대응이 되는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파호이호이용암은 반짝이고 매끄러우며 표면이 마치 유리질과 같다. 점성이 낮아서 빠르게 흐른다. 빠르게 흐르는 만큼 두께는 얇아서 보통 1~3m 정도다. 용암동굴과 용암터널을 잘 만드는 특성이 있는데 이들은 한번 형성되면 냉각을 방지하기 때문에 뒤이어 흐르는 용암이 더 멀리 흐를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아아용암은 표현하자면 잡석모양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점성이 높아서 느리게 흐르고 그로 인해 두께도 3~20m 정도로 두껍게 형성한다. 용암유로가 잘 만들어져 용암이 충분히 흐를 수 있게 한다.

곶자왈이 어떤 용암으로 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아용암으로 돼 있다는 설과 파호이호이용암으로 돼 있다는 견해가 상존한다. 아니면 오히려 더 넓다거나 이 둘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혼재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용암의 형태가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외 형태의 용암으로 돼 있는 곶자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분명한 입장이 없는 것 같다.

또한 화산에서 분출하는 용암은 모두 현무암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현무암은 전체의 90% 정도다. 나머지는 안산암 8%, 안산암과 유문암을 합쳐 2%를 차지한다. 

이러한 화산암류는 곶자왈에 있는지 없는지에 대서도 뚜렷한 연구결과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별취재팀=한 권 정치부·고경호 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전문용어의 대중화 아쉽다"

곶자왈 순수한 제줏말
통용 가능한 정의 필요

곶자왈에 대응하는 또 다른 말은 없을까. 곶자왈은 순수한 제줏말이다. 그래서 이 말이 갖는 의미가 국민 모두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으려면 국어 혹은 전문용어로라도 있는지도 검토해 봐야한다. 

예컨대 '교과서에 나오는 용암대지와는 어떻게 다르다' 식의 설명을 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토양도를 작성하며 사용했던 '용암류지'는 '용암류로 된 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지질학적 용어인 '용암류'에 땅을 더한 설명으로 비교적 잘 정의한 사례로 보인다. 

또 현재 미국에서는 라바 플로 필드(lava flow field)를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를 국내 전문가들 중에도 '용암유역'으로 번역해 쓰는 경우가 있다. 

용암평원(라바 필드) 또는 용암삼각주(라바 델타)라는 말도 흔히 쓰인다.

곶자왈을 정의하면서 아아용암, 파호이호이용암, 거력 같은 전문 용어를 써야하는 것일까도 의문이다. 예를 들면 아아용암을 쇄괴(碎塊)용암 또는 괴상(塊狀) 용암으로, 파호이호이용암을 밧줄무늬용암으로 부르기를 권하는 견해가 있다. 

어느 전문가가 제안했듯이 곶자왈을 '거력이상의 암괴가 우세한 연장성을 갖는 용암유역'이라고 정의해보자. 학문적으로는 대단히 잘 정의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 '거력'은 지질학에서 쓰는 말로 암석의 크기를 분류할 때 직경 26㎝ 이상을 지칭한다. 그러나 일반에서 이 '거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해설사도 알아야하지만 탐방객도 알아야하고 행정에서도 쉽게 통용될 수 있는 대중적인 정의는 없는 것인지, 일반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