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13. 에필로그

특별법 제정·대통령 사과 등 성과…'흔들기' 여전
유족회·경우회, 화해·상생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세계화 통한 전국화 장벽 해소…도민 자긍심 고취
과제도 산적…제주도 국비 2억 신청 걸음마 시작

피처럼 붉은 동백꽃이 송이채 툭툭 떨어지듯 안타까운 목숨들이 이유도 모르고 세상을 떠난지 이제 60여년. 그동안 제주4·3은 국가 원수의 사과와 추념일 지정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제주4·3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제주4·3 전국화 작업과 명예회복, 배·보상 문제 등 과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2018년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역사라는 이름으로 감춰졌던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기억을 기록으로, 그 기록을 다시 유산으로 만드는 작업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섬의 아픔을 세계인이 공감하는 그 날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 요원한 제주4·3 완전 해결

제주4·3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4·3특별법)과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발간, 제주4·3평화재단 출범, 대통령 사과, 국가추념일 지정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제주4·3 완전 해결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4·3특별법과 일부 희생자 결정에 대한 위헌 및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물론 망언을 쏟아내며 끊임없이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첫 국가추념일인 66주기(2014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으면서 4월이면 정부의 과거사 청산 의지를 묻는 작업을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제주4·3을 축소·왜곡한 국정 역사교과서가 지난해 말 공개됐다 폐지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 화해·상생의 상징 제주4·3

제주4·3은 섬에서 발생한 사건의 개념을 넘어섰다.

지난 2013년 8월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특별자치도재향경우회는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화해와 상생을 선언, 65년간 갈등을 털어낸다.

이들 단체는 "지난 세월의 갈등을 뒤로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나아갈 것을 도민들에게 알린다"며 "이념적인 생각을 버리고 조건 없는 화해와 상생으로 도민화합에 앞장서며 지난 세월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4·3 유족과 경우회원들은 모두가 피해자라는 공통분모 속에 화해와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공유하며 평화와 인권의 미래를 함께 그리고 있다.

△ 전국화 장벽 세계화로 넘는다

69년 전 평화롭던 제주 섬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던 비극은 살아남은 이들과 학자, 언론 등의 노력으로 기억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를 제대로 활용, 이 땅에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는 것을 막고 또 후세에 남기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제주4·3의 가치를 확인, 지금도 계속되는 '4·3흔들기'의 명분을 상쇄할 수 있다.

또 제주도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사회 역사 발전을 위한 전기 마련도 기대된다.

특히 제주4·3 기록물을 전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인증 받음으로서 세계화에 성공한다면 아직은 요원한 전국화의 장벽도 손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

△ 제주4·3의 현재 

이 같은 기록유산 등재 필요성에도 불구, 제주4·3 앞에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제주4·3 기록물 기록유산 등재라는 목표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등재 대상이나 계획, 방법 등의 제시는 부족한 상태다.

문화재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공모 신청 자격이 기록유산을 소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 개인, 기록유산의 중요성과 신청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 또는 전문가 단체로 규정하고 있지만 제주4·3은 추진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제주4·3 70주년을 맞아 도민 동의를 얻어 유족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칭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또 방대한 자료 가운데 기록유산 등재기준을 충족하는 기록물을 선정해야 하고, 아직도 각종 기록들이 국내·외에 분산돼 있어 기록물 수집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걸음마 뗀 제주4·3 세계화

제주4·3을 세계인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움직임이 미약하게나마 시작됐다.

제주4·3 기록물 중 세계기록유산 등재 검토 대상은 문서 2만3838건과 사진 1046건, 영상 1932건, 단행본 8건 등 모두 2만6824건에 이른다. 검토 대상물 중에는 4?3희생자 신고서 원본과 후유장애자 사진 등은 물론 제민일보 4·3취재반의 '4·3은 말한다' 등도 포함됐다.

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는 최근 행정자치부에 4·3 전문인력 채용과 기록물 조사 및 수집 등 4·3 세계기록유산 등재 준비에 소요되는 국비 2억원을 신청했다.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제주의 역사는 1988년 제민일보 4·3취재반의 노력으로 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어렵게 세상과 마주한 제주4·3의 기록을 지속가능한 기록유산으로 등재할 때 화해·상생의 공동체 정신 후세에 전해지고 제주가 진정한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인터뷰>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이뤄져야 합니다"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전국화 장벽을 넘기 위한 방법으로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관 인증을 통한 세계화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양 회장은 "희생자 및 유족 등의 고령화 등으로 제주4·3 완전 해결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의 의무"라며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족과 제주도, 도의회 등 관계 기관이나 조직에서 완전 해결의 한 방법으로 기록유산 등재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등재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제주4·3을 부정하는 세력의 주장을 잠재울 수 있고 특히 세계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제주4·3의 완전 해결에도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제주4·3이 세계에 알려지면 이를 바탕으로 제주4·3과 관련된 당사자 국가와 국제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앙정부도 한 발 물러서서 관망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요구했다.

또 "희생자와 유족 등에 대한 배·보상 문제와 4·3 수형인에 대한 실질적인 명예회복, 희생자 및 유족 신고 상설화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기록유산 등재는 제주4·3 완전 해결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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