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4. 제주 오름의 탄생

오름이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년 정도로 땅이 흔들리며 갈라진 후 진한 유황냄새를 동반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땅이 부풀어 오르고 엄청난 쇄설물이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산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름은 제주도 전역에 흩어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그 수가 무려 455개에 달한다. 사진은 다랑쉬오름.

높이 400m 오름 형성되기까지 불과 1년 걸려
높은·다랑쉬 '스트롬볼리식' 도너리 '하와이식'

높이 400m가 넘는 오름이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년 정도다. 땅이 흔들리며 갈라진 후 진한 유황냄새를 동반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땅이 부풀어 오르고 엄청난 쇄설물이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산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름은 제주도 전역에 흩어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그 수가 무려 455개에 달한다.

△분석구·마르 등 화산체 다양

제주의 오름 수가 문헌에 따라 354개, 367개, 375개 등으로 다양한 이유는 화산체의 판정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오름들은 '오름'이라고 하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볼 수도 있겠지만 지질학적으로 보면 만들어지는 과정, 형태, 지질특성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에는 전통적으로 오름이라고 하고 있는 분석구를 비롯해서 마르, 응회환, 응회구, 용암돔, 소순상화산 등 다양한 화산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형태의 오름들은 알고 보면 모두가 별개의 화산이다.

화산이란 '지하에 있는 용융물질의 저장소가 구멍이나 틈을 통해 지표에 열려 녹은 돌, 가스, 화산재를 분출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의하면 화산활동만으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출한 물질이 화구주위에 모여 이룬 화산체를 합해 화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산활동을 통해 쏟아져 나온 많은 물질들을 화산분출물이라고 한다. 화구에서 분출하는 연기나 구름같이 보이는 분출기둥은 대부분 수증기라고 한다.

파리쿠틴오름의 경우 한창 분출할 당시에는 하루 1만6000t의 수증기가 나왔다. 그 다음으로는 이산화탄소, 승화된 유황, 황화수소, 아황산가스, 염소, 염화수소 등이 분출했다.

기체만이 아니라 고체들도 분출한다. 우선 화산재가 하늘을 자욱하게 만든다. 그 다음 여러 형태의 돌멩이들이 튕겨져 나가듯 하늘 높이 솟구친다.

이들은 크기에 따라 화산암괴, 화산력, 분석, 화산재, 화산진 등으로 불린다. 어떤 경우에는 뜨거운 용암이 날아올라 회전하면서 화산탄이라고 하는 형태를 만드는 경우도 생긴다.

△분화형태 따라 구분

이탈리아의 스트롬볼리화산. 사진=위키피디아

그런데 화산이라고 해서 모두가 이와 같은 과정이나 분출하는 모습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화산활동이 얼마나 강력한가에 따라 구분한 학자가 있다. 우선 하와이식 분화를 들 수 있다. 이 분화형태는 대량의 용암이 흐르는 특성을 갖는다. 마그마의 점착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가스폭발과 암석의 포출(包出)이 거의 없다. 하와이의 칼라우에아와산이 대표적이다.

스트롬볼리식 분화도 있다. 하와이식 분화보다 마그마의 점착성이 높다. 암석을 분수처럼 뿜어 올리는 모습을 한다. 용암의 분출과 약한 폭발이 비교적 규칙적으로 번갈아 일어난다. 이탈리아의 스트롬볼리섬에서 일어난 분화의 양식을 따라 이렇게 부른다.

다음은 플리니우스식 분화다. 이 분화형태는 화산분화 가운데 가장 폭발적인 형태다. 엄청난 가스와 돌멩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분출물을 뿜어내 수십㎞ 상공으로 날려 보낸다. 분화초기부터 하늘로 올라간 분출물이 태양을 가리고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점착성이 매우 높은 마그마가 일으키는 화산이다. 필리핀 피나투보화산이 1991년 대폭발을 일으켰을 때 이와 같은 분화양상을 보였다.

펠레식 화산이라는 분화형태도 있다. 마그마의 점착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용암은 줄줄 흐르지 않고 화산의 꼭대기에서 굳는다. 이 덩어리를 용암돔이라고 한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용암돔이 붕괴하면 안에 축적돼 있던 마그마가 분출해 화쇄류가 발생하는 형태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대체적인 분화형태를 고려해 화산에 따라 구분한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같은 화산이라도 분출시기에 따라 다른 경우도 있다.

높은오름이나 다랑쉬오름 같은 분석구들은 스트롬볼리식 분출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화산체가 높고 경사면의 각도도 비교적 크다. 

도너리오름은 하와이식 분출이었을 것이다. 점착성이 낮은 용암이 수㎞를 흐른 것이 그 이유다. 어쩌면 파리쿠틴오름식 분출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초기엔 스트롬볼리식이었다가 종반엔 하와이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용암은 다름아닌 곶자왈의 모체다.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한라산 백록담. 사진=김 진 사진작가

마그마 중심부 밀어올리며 백록담 만들어
일부 학자들 "순상 아닌 침수화산" 주장도

제주도는 약 358만년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선 교수를 비롯한 정차연, 현원학, 송시태 등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첫 단계인 약 78만년전까지는 분지가 만들어지고 해수면이 상승해 바닷물에 잠긴 시기다.

다음 단계는 약 60만년전까지로 분지가 점차 융기해 육지가 되고, 일부에서 파호이호이용암이 분출했다.

지금으로부터 50만년 전까지인 세번째 단계는 이 전 단계의 화산활동이 끝난 후로 바다 환경이 아니라 하천 환경이 돼 퇴적이 일어났다. 특히 중부지역 즉 지금의 한라산이 있는 지역은 넓은 하곡을 이뤘었다.

네번째 단계는 한라산현무암군의 파호이호이용암과 아아용암이 분출하고, 후기 분석구들이 형성된 시기다.

마지막 다섯번째 단계는 한라산의 돔상 융기시대로 요약된다. 마그마가 제주도의 중심부를 밀어 올렸는데 이 때 정상부가 소규모 함몰해 백록담이 형성됐다. 이 백록담 용암돔은 7만년전에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통해 제주도는 화산도가 아니라는 점, 따라서 한라산은 순상화산처럼 보이지만 복합 화산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즉 제주도는 마그마의 관입과 분출에 의해 중심부가 융기돼 한라산을 형성한 융기 화산체가 해수로 침수돼 만들어진 섬으로서 침수화산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특히 백록담이 분화구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제주도가 화산섬이 아니라는 것으로 아주 획기적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