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close

제민일보

사이드바 열기
HOME 기획연재 영화 읽기를 통한 치유의 인문학
"기억이 전부는 아니예요 그러니 Vis ta Vie"영화읽기를 통한 치유의 인문학 16. 자아를 찾아 떠나다
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입력 2017-08-11 (금) 09:04:11 | 승인 2017-08-11 (금) 09:08:28 | 최종수정 2017-08-11 (금) 09:07:03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은 누구인가요?" 라는 물음에 당황한 적 있다. 적잖이 받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매번 답을 못한다. 부끄럽진 않지만 뭔가 모를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불편함의 정체에 대해 아마 프로이트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누군가의 질문이 당신의 무의식을 자극했기 때문이오" 라고.

프로이트는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건 무의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몸의 기억에 '나'가 있다.

문제는 몸이 기억하는 나에 대해 나는 모른다는 것이다. 기억은 그렇게 쉽게 되살아나지 않는다. 우연성에 의한 강렬한 자극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은유들이 세상에 둥둥 떠다니고 있지만 그 속에 나의 잔영들을 대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한 민감성이 나에게 있는가도 관건이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오프닝 자막에 흐르는 내용이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영화는 이 소설에 대한 오마주로 보아도 무방하다.

꿈을 대신한 은유의 공간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은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나를 찾는 여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부드러운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따라 유년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우연히 방문하게 된 이웃집, 마담 프루스트가 내준 차를 마시곤 과거의 상처, 기억을 더듬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폴(기욤 고익스 분)은 쌍둥이 이모와 함께 사는 33세 청년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충격으로 실어증을 앓고 있다.

이모들은 그런 그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키우려고 한다. 하지만 별 야심이 없는 폴은 이모들이 운영하는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으로 소일한다.

그에게 부모에 대해 기억하는 게 거의 없다. 하지만 마담 프루스트(앤 르 니 분)가 건네는 차와 마들렌 과자, 음악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과 만나게 된다. 한없는 사랑으로 그를 바라보는 엄마에 비해 아빠에 대한 기억은 폭력적이다. 아빠는 너무나 무섭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억의 조작, 그것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은 과거와 현재, 환상과 실제, 초현실과 현실이 만나는 비밀의 공간이다. 마담 프루스트도 정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녀가 작은 아파트에 꾸민 정원은 그런 그녀의 꿈을대신해주는 은유의 공간이다. 마치 프로이트의 의자와 같다.

폴은 부모를 잃고 꿈 마저도 쌍둥이 이모에 의해 결정된다. 매사에 의욕이 없었고, 이모들 뜻대로 자라질 못한다. 어떤 기억들, 해명되지 않은 과거들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폴은 마담 프루스트 비밀의 정원 덕분에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혼란스러운 과거의 유령은 그에게 거친 답 하나를  던져준다.

"현재를 살아라.", 그리고 "난 너를 사랑해.". 그를 미워했을 거라 생각했던 아빠도 사실은 그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폴은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뱃심이 두둑해진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 사랑 없이도 가능할까? 

기억 혹은 어떤 시간에 대하여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에서 마담 프루스트 역을 맡은 앤 르 니(Anne Le Ny)가 만든 영화 '코르누아이'도 기억 혹은 어떤 시간에 관한 영화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에서는 폴이라는 남자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여정을 보여주었다면 '코르누아이'에서는 오딜(바네사 파라디 분)이라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오딜은 고모가 물려준 집을 상속받기 위해 해변가 옛집으로 떠난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을을 떠났고, 도시에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애인이 있지만 유부남이다. 임신이라는 걸 확인하곤 더욱 우울해 있다. 처분하기 위해 찾아간 옛 집에서 그녀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너는 너를 사랑하지 못해서 슬픈 거야"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음성이다. 

시골 옛집, 그곳은 그녀에게 과거이며, 잃어버린 아버지이며, 결핍의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와 무의식적이지만 직접적으로 연결된 장소라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는 어떤 공포와 연관성이 있다.

아버지의 기침, 그리고 죽움, 버려졌다는 느낌. 그것이 그녀를 뒤따라 다니면서 정상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10년 전 남자 친구도 그녀를 버렸다. 이유는 허락 없이 임신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임신이다. 오딜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한다.

오딜의 병은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짓 믿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자주했다. 그녀의 논리는 단순했다. '아버지도, 남자 친구도 떠났다. 그건 내가 못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들을 용서해주어야 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신념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옛집에서 만난 환영들은 그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오딜은 아기의 영혼을 작은 배에 실어 바다로 띄워 보낸다. 작은 배가 파도에 떠내려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기우뚱 기울다가도 제 길을 잃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오딜은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는 미안함과 가여움, 후련함과 뿌듯함이 묻어 있다.

다시 살기로 다짐한 자신에게 평온과 인식을 기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마담 프루스트가 불쑥 튀어나와서 이렇게 외칠지도 모른다. "오딜, Vis ta Vie(네 삶을 살아라)!"라고.

강은미 문학박사·제주대 스토리텔링 강사  webmaster@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icon
"제민일보 네이버에서 본다"

도내 일간지 유일 뉴스스탠드 시행

My뉴스 설정방법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