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5. 용암 형태

송당곶자왈 전경.

암석 전 단계로 굳어지기 전까지 멀리 흘러
아아 1000~1100℃·파호이호이 1100~1200℃

㈔곶자왈사람들이 지난 2015년에 펴낸 「제주, 곶자왈」에는 '오래전 바다 밑이 열리고 격렬하고 웅장한 몸짓으로 제주가 만들어졌다. 수십만년 동안 제주 땅엔 붉은 용암이 용솟음치다 1000년 전 마지막 용암 활동으로 대지를 이루었다'는 문구가 있다. 화산 활동으로 터져 나온 용암 위에 형성된 생명력 넘치는 숲이 바로 곶자왈이다. 곶자왈의 형성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제주섬을 뒤덮고 있는 용암의 형태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라틴어 '라베스'서 유래

용암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녹은 상태의 암석이다. 식어서 굳어진 암석도 용암이라고 한다. 화구에서 분출한 직후의 용암은 보통 700~1200℃의 액체 상태다.

용암류는 비폭발성 분출로 흘러나온 용암의 흐름이다. 흐름이 멈추면 용암은 암석으로 굳어진다. 결과적으로 용암은 돌이지만 암석의 전 단계이고 점성이 물의 10만배가 넘어 식어서 굳어지기 전까지는 아주 멀리 흐를 수 있다.

'용암'(lava)이란 말도 이탈리어에서 나온 말인데 '떨어지다'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다'는 뜻의 라틴어 '라베스'(labes)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암은 '틱소트로피'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현상은 물체를 정지 상태로 둘 때에는 유동성이 없으나 진동시키면 유동성을 가지는 성질을 말한다.

적당량의 수분을 포함한 진흙을 계속 두드리다보면 어느 순간 흐물흐물해지는 것처럼 용암은 마그마 상태에서부터 높은 압력과 열 그리고 폭발 시 강력한 진동이 가해져 마치 물처럼 유동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거친 표면의 현무암질

용암류는 대체로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뉜다.

아아용암은 그 중 하나로 '클린커'라고 하는 쪼개진 용암 블록들을 만드는 거칠고 잡석 같은 표면을 한 현무암질 용암이다.

클린커의 표면은 다량의 용암류 중심부를 감쌈으로써 그 내부는 냉각되지 않고 원활하게 흐를 수 있게 한다.

내부의 흐물흐물한 용암이 아래로 흘러가면서 클린커들은 표면을 따라 운반된다. 아아용암의 선단부분에서는 이렇게 냉각된 조각들이 가파른 경사면으로 굴러 떨어지고 그 뒤를 이어 용암류들이 덮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아아용암류의 아래·위 모두에서 용암파편들의 층이 만들어진다. 아아용암류에서 하나로 합쳐진 용암공들은 두께가 보통 3m 정도다.

아아용암은 일반적으로 파호이호이용암보다 점성이 높다. 그래서 파호이호이용암은 장애물이나 급경사를 만나 흐름이 사나워지면 아아용암으로 바뀔 수 있게 된다.

아아용암은 1000~1100℃ 상태로 분출한다. 제주도에 널리 퍼져 있는 곶자왈이라고 하는 곳의 용암들은 이와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용암동굴 만들기도

파호이호이용암은 표면이 매끈하거나, 물결모양 또는 새끼줄모양을 한 현무암질용암을 가리킨다.

이러한 표면은 겉이 마치 점차 굳어가는 빵 껍질처럼 된 상태에서 유동성이 큰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파호이호이용암류는 냉각된 빵 껍질을 균열시키면서 지속적으로 뚫고 나온 작은 귓불이나 발가락 같은 조각들이 연결되면서 흐르는 것과 같다.

이런 방식의 흐름으로 최소한의 열만 손실하면서 낮은 점성을 유지하는 곳에서는 용암동굴을 만들기도 한다.

화도에서 멀어질수록 열 손실에 따른 점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파호이호이용암류는 아아용암류로 바뀔 수 있다. 파호이호이용암류는 1100~1200℃다.

대부분의 용암류는 길이가 10㎞ 이내지만 일부 파호이호이용암류는 50㎞를 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암괴용암류가 있다. 이들은 점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아아용암보다 두껍고 무거운 편이다. 아아용암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용암은 규장질 유문암이거나 안산암으로 돼있다.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제주도 동부지역 일대의 오름들. 사진=김 진 작가

침수화산·복합화산체론 등
오름 기생·단성화산 엇갈려


제주도의 형성 과정에 대해 한라산을 형성한 융기화산체가 해수로 침수돼 만들어진 섬, 즉 '침수화산'이라는 학설과, 침수화산이면서 형태는 복합화산과 유사하다는 '복합화산체론'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고기원 박사를 비롯한 박준범, 강봉래, 김기표, 문덕철 등의 학자들은 다소 다른 견해를 보인다.

이들은 국지적이며 간헐적인 화산활동기가 50만 년 전까지 지속됐으며, 이후 30만년전에서 10만년전까지 제주도 지형의 골격형성기를 거쳐 10만년전 이후부터는 현재의 제주도 지형 형성기였다고 주장한다.

또 제주도가 한라산체를 중심으로 하는 복성 복합화산체와 수많은 단성화산체로부터 분출한 용암류 및 화산 쇄설물이 층상으로 누적돼 형성된 것이며, 복합화산체론 및 '현무암질 화산지대론'과 부분적으로 부합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연설명은 완곡하게 표현했을 뿐 복합화산체론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현무암질 화산지대론은 브레나를 비롯한 크로닌, 스미스, 손영관, 마스 등이 발표한 학설로, 백록담은 물론 수많은 오름들은 기생화산이 아니라 각각 별도의 화산체로서 단성화산이라고 한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기생화산이란 전통적으로 본 화산 측방의 작은 규모의 화산을 일컫는데 이것은 주로 마그마 방에서 상승한 마그마 플룸(마그마 상승류)이 지표를 뚫고 상승하면서 마치 나무가 가지를 치듯 여러 곳으로 분출해 생긴 화산을 칭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수많은 분화구를 갖고 있는 후지산이다. 

이에 대해 손영관 등은 오름들은 마그마 방에서 각각 별도의 마그마 플룸이 상승하여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사쿠라지마는 정상부에 두 개의 분화구가 있는데 역시 별도의 마그마 플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주도, 백록담 분화구, 오름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서로 어떤 관계인가. 바야흐로 수백만년에 걸친 제주도 탄생에 얽힌 비밀의 문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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