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제주형 도시재생의 키워드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정책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윤곽을 드러내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 국정지획자문위원회가 경기도 수원 행궁동 일대 도시재생지구를 찾았다. 도시재생 정책을 가다듬는 자리에서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는 특별한 키워드 몇 가지가 나왔다. '문화 연계'와 '주민 역량'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주 역시 도시 개발이나 문화 재생 등에 한정하기 보다 지역과 연계해 생명력 있는 최적안이 절실하다.

세부적 로드맵 주문

지난달 28일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정책 중 하나인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 뉴딜사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매년 1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투입해 500여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살려내겠다는 구상이다. 재원은 중앙정부와 주택도시기금, 공기업 투자 등을 통해 마련되며 사업지 선정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위임된다.

제주를 포함한 모든 지자체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규모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관심만큼 우려도 큰 상황이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기존 도시재생사업을 철저히 분석해 세부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정책 사업들에 있어 시작도 전에 '땅값 상승'이란 부작용이 먼저 나타난 경우가 숱한데다 공동체 분열이란 홍역을 겪어왔던 학습 효과까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미미한 성과에 그쳤다.

실제 지난 정부들에게 추진했던 도시재생류 사업들이 남긴 후유증은 컸다. 일부 성공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정리된 지역에 돈과 자본이 몰리며 기존 거주민과 세입자를 밀어내고, 연쇄공동화라는 풍선효과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관 활력을 활용한다는 명분 아래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난개발과 부조화 등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선입견·학습효과 관건

'문재인표'이란 수식어가 만들어졌을 만큼 도시재생이란 단어에 대한 피로감도 크다. 개발 사업이란 선입견도 여전하다.

도시재생 사업이란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에 따라 발생하는 도심 공동화를 극복하고 침체된 지역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물리·환경, 산업·경제, 사회·문화적으로 도시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투입되는 예산과 성과 중심의 사업 추진은 이중 물리·환경적 개발에 우선순위를 주게 되고 후순위로 밀린 사회·문화적 개발은 도외시하는 실수를 반복하며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 지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은 '도시경제기반형'(역세권 산단 항만 등)이 35곳, '근린재생형 438곳(예정지역 포함)이다. 근린재생형에는 '일반 근린형(골목상권과 주거지 혼재)' '중심시가지형(상업, 창업, 역사 관광, 문화예술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우리동네 살리기형'(소규모 저층 주거밀집지역)과 '주거정비 지원형(저층 주거밀집지역의 정비사업)'이 새롭게 추가됐다. 수요 유입에 따른 임대료 상승 등으로부터 기존 세입자 및 영세상인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막고 공적 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포함했다.

하지만 기존 원주민의 재정착 한계, 트렌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 사업지 주변과 형평성 논란은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보여주기식 사업 견제

'낙후된' '노후된' '쇠퇴한'이란 설정과 지역 공감대를 우선하는 '문화재생'이 도시 재생이란 큰 그림 안에서 제대로 섞이지 못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는 도시재생사업이 지닌 태생적 한계와도 맞물린다.

도시재생지원법 상 도시재생사업은 '주민 제안에 따라 해당 지역의 물리적·사회적·인적 자언을 활용해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사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발전 및 도시재생을 위하여 추진하는 일련의 사업은 물론이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항만법.경관법.도시개발법.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등 기존 법률상 규정돼 있던 재정비 사업들을 재개발이 아닌 지역 재생이란 목적 아래 묶어놓은 개념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도시재생 사업지 선정 방법 및 가이드라인을 담은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10월초까지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접수받고, 특위 심의를 통해 12월 최종적으로 확정하게 된다. 선정 과정에서 △시급성 및 필요성(쇠퇴정도, 주민 참여의향 등) △타당성(예산, 부지 확보 등) △효과(삶의 질 개선, 일자리 창출 등) △부작용(젠트리피케이션 등)을 따져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지자체가 두 달 만에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재정을 따오는 방식'으로 설계된 사업에선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보다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과 사업계획·실행방안이 모두 갖춰져도 지역 주민 반발 등으로 사업이 지체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지금이야말로 제주에 맞는 어떤 형태의 도시재생과 지원을 설계할지 검토해야 할 때다.

국회 도전포럼의 '현장에서 도시재생' 세미나가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18일 국회도전포럼 '현장에서 도시재생을 말하다' 진행
협업 생태계 한계 도출…9월 7·8일 제주 현장 세미나


문재인표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주거환경 개선, 공공임대주택 공급까지 이른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예산확보와 관련 법령 및 제도 손질을 비롯해 지역간 갈등 등 각종 부작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해결 방법 모색을 위해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장에서 도시재생을 말하다'세미나가 열렸다.

국회 도시재생 전략포럼(도전포럼)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이날 세미나에는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 46개 도시재생사업지역에 설립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지원센터 관계자 130여명이 참석해 머리를 모았다.

도시재생 지원에 손을 댔던 이들은 한결같이 '사람'과 '소통'을 주문했다. 현장에서 나온 의견들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마을활동가와 코디네이터 부족과 주민협의체 부실, 지자체와 의회 협력 부족, 정부와 중간지원조직, 현장 소통 부재 등 촘촘한 운영에 있어 아직 손을 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이 우려됐다. 전국단위 도시재생 협의회의 필요성과 더불어 예산과 인력이 빠져나간 뒤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자생력 확보 방안도 요구됐다.

정부 주도가 중요할 것이 아니라 주민과 현장이 중심이 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한편 도전포럼은 지난 3월 창립 기념 세미나를 통해 '도시재생의 필요성'을 강조한데 이어 7월 부산 도시재생 현장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국회 세미나에 이어 다음 달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두번째 현장 세미나인 '스타트UP 도시를 뛰게하라 in JEJU' 세미나를 진행한다.

제주 세미나에서는 스타트업(민간) 중심으로 진행돼 성공한 사례들을 공유하며, 도시재생과 미래 도시, 스마트 시티 기술이 융합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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