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7. 엇갈리는 학설

구좌-성산 곶자왈.

송시태 박사 "4개 오름서 분출한 용암류로 곶자왈 형성"
안웅산 박사 등 "동거문오름에서 네차례 분출돼 이뤄져"

같은 곶자왈 놓고 암석학적 기재 포함한 다른 가설 제기

제주도의 곶자왈은 용암류로 돼 있다. 유형별로는 아아용암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파호이호이용암도 꽤 높은 비율로 섞여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이며, 전이용암도 관찰되고 있다. 각각의 성분 분석 결과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분출 기원과 시기도 서로 다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곶자왈 용암의 분출 시기는 언제일까.

△형성과정 가늠 기회

화산 활동 시기가 수천만년 전인지 아니면 수천년 이내의 최근이었는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 대지는 최초에 어떠한 생명체도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땅 속에는 씨앗 등 생명들이 남아있기 마련이고, 이 후의 생태계를 주도한다.

곶자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곶자왈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전문가들이 곶자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어떤 과정으로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곶자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개 오름서 용암류 분출"

구좌-성산곶자왈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4개의 단성화산 즉 동거문이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백약이오름에서 분출한 용암류로 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었다.

이에 대해 처음으로 기술한 송시태 박사는 곶자왈지대를 '종달-한동 곶자왈용암류' '세화 곶자왈용암류' '상도-하도 곶자왈용암류' '수산 곶자왈용암류'로 구분된다고 제시했다.

이 중 종달-한동 곶자왈용암류는 동거문오름에서 시작돼 한동리 방향으로 해발 30m의 해안 저지대까지 총연장 11㎞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세화 곶자왈용암류는 다랑쉬오름에서 시작돼 4.7㎞의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상도-하도 곶자왈용암류는 용눈이오름에서 시작돼 지미봉 근처까지 총연장 5.6㎞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수산 곶자왈용암류는 백약이오름에서 분출돼 수산리 마을 서쪽 해발 50m 지점까지 총 5.5㎞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분출기원 오름과 용암류의 길이만 아니라 폭, 두께 등을 구성 암석의 암석학적 기재를 포함해 제시했다.

△"용암기원은 동거문오름"

반면 안웅산 박사 등은 아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곶자왈의 토대가 되는 용암류는 4개의 오름에서 분출한 것이 아니라 동거문오름에서 크게 네 번에 걸쳐 순차적으로 분출했다는 것이다.

안 박사 등에 따르면 첫번째 용암류는 종달-한동 곶자왈의 일부, 상도-하도곶자왈, 세화곶자왈 지역 내에 분포한다.

두번째 용암류는 첫번째 용암류가 흐른 세 갈래의 흐름 중 상도-하도 방향을 따라 흘렀으며, 세번째 용암류는 동거문오름의 남서부에서 북쪽으로 흘러 지금의 종달-하도곶자왈 지역과 비자림 부근까지, 그리고 네번째 용암류는 동거문오름의 트여진 방향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흘렀다.

여기에서도 물론 용암의 기원과 도달지점, 용암의 암석학적 기재를 제시했다.

△완벽한 학설은 없다

같은 곶자왈에 대해 4개의 서로 다른 용암기원에서 분출해 형성됐다는 주장과 단 하나의 용암기원에서 네차례 분출해 만들어졌다는 주장 중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전자를 주장하는 송시태 박사는 곶자왈을 학문의 영역으로 이끈 장본인으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과감히 반론을 제시한 안웅산 박사 등은 최신 장비를 동원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기에 승패는 없다.

분명한 것은 두 주장 모두 가설이라는 점이다.

가설이란 끊임없는 반론과 재반론을 통해 과학계 내에서 동의를 확보하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져 정설로 발전해 나간다. 설령 좀 더 진전된다 해도 완벽한 학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화순곶자왈.

동거미오름 용암류 9400년전 이후 분출
제주도 곶자왈 용암 매우 젊은연대 보여


곶자왈을 구성하는 용암들이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관해 연구한 결과들이 있다.

요약해보면 동거문오름이 쏟아낸 용암류는 약 9400년전 이후에 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대를 측정할 당시 사용된 시료는 동거문오름 분석구의 직하부 고토양이므로 이보다 젊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선흘곶자왈 용암류는 1만1000년 이내로 더 젊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조천곶자왈은 1만1000년, 애월곶자왈 1만400년, 한경곶자왈 6000년, 교래곶자왈 8000년으로 모두 1만년 내외의 나이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분석한 연대 중 가장 젊은 것으로 보고된 용암은 약 5000년전의 안덕곶자왈이다.

안웅산, 손영관, 강순석, 전용문, 최형순 박사 등이 지난 2015년 지질학회지 51권 1호에 발표한 논문 '제주도 곶자왈 형성의 원인'과 안웅산, 최형순 박사가 지난해 지질학회지 52권 4호에 발표한 '매우 젊은 곶자왈 용암류의 연대: 곶자왈 형성의 주요 원인' 논문에서 이와 같이 직접 측정하거나 다른 학자들의 자료를 인용해 곶자왈이 어떻게 형성되는 지에 대해 고찰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첫째, 제주도 곶자왈 용암은 매우 젊은 연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토양이 퇴적되거나 침전되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농사에 적합할 정도의 토양층을 생성할 수 없어 농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자연숲, 즉 곶자왈로 남게 되었다고 해석했다.

둘째, 지형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용암류 상에서도 지형적으로 평탄한 부분은 경작지로 활용되는데 비해 지형 기복이 심하고 경사가 급한 부분은 곶자왈 혹은 부분적인 수목지역으로 남아 있는 예가 있다.

이것은 지형 기복 및 지형 경사가 심하면 심할수록 농경지보다는 곶자왈로 잔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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