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관음사에서 제18회 한라산 영산대재
산신·해신·삼성시조 등 수호신에 평화 발원
유네스코무형유산 영산재 탐라국 전통 결합

6일 산사음악회 등 올해 전야제 분리 개최

숨가쁘게 달려온 여름을 지나 안정과 치유를 찾게 되는 계절, 가을이다. 짙푸른 녹음도 이제 옷을 갈아입을 채비를 마쳐간다. 그중에서도 한라산에서는 단풍보다 평화의 기운이 먼저 무르익어가고 있다. 제주를 평화의 땅으로 온누리에 알리면서 이 땅에 항상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는 '한라산 영산대재'다. 

제주의 독특한 영산재

'한라산 영산대재'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2009년)이자 국가무형문화재(1973년)로 지정된 불교의식인 영산재(靈山齋)에 속한다. 영산재는 2600여년 전 인도 영취산에서 석가모니가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던 모습을 재현하는 의식이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 함께 부처의 참 진리를 깨달아 해탈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뜻이 담겨 있다.

전국적으로 영산재가 열리지만 특히 제주의 한라산 영산대재는 독특한 형태로 눈길을 끈다.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 뿐만 아니라 한라산신을 비롯해 탐라바다 해신, 탐라주재 천신, 설문대할망, 영등할망, 탐라개국 삼성 시조신 등 제주의 수호신들에게도 감사의 인사와 공경을 표하는 '경신공양제'가 함께 열린다.

불교적 세계관 뿐만 아니라 자연의 신들에게 올리던 '풍운뇌우제' 등 민속신앙적 제의식들이 결합해 탐라 천년의 세월동안 면면히 내려온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라산이 예로부터 민족의 영산으로 신성하게 여겨져 왔고, 특히 제주불자들은 한라산과 바다에 천신들이 있어 세상을 이롭게 도와주고 있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라산 영산대재는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과 공동체적 삶의 입장에서 원혼을 천도시키고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또 제주인들의 문화적 삶의 원형을 복원하는 전통문화축제라 할 수 있다.

올해 영산대재 전야제도 풍성

제주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한라산 영산대재는 1999년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원형이 복원돼 올해 제18회를 맞고 있다.

올해 영산대재는 도민과 관광객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도민 화합과 평화를 발원하는 뜻을 담아 오는 10월7일 오후 2시 관음사 미륵대불 앞에서 봉행된다. 

이날 영산대재는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인 천수바라와 육법공양, 권공, 축원이 먼저 진행되고 제주 수호신들에게 발원하는 경신공양제가 천수바라, 경신복찬의식, 헌화·헌등·헌과·헌미·헌향, 축문, 축원 등으로 이어진다.

축문은 총제관을 맡은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이 맡고, 고경실 제주시장과 이상순 서귀포시장은 부제관으로 참여한다.

이어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대법회와 4·3영령 등 조상들에 바치는 관음시식이 열려 한라산을 평화의 등불로 물들인다.

영산대재 전날인 10월6일 오후 5시에는 전야제 성격의 한라산 산사음악회가 관음사 경내에서 열린다. 영산대재와 함께 열렸던 산사음악회가 올해부터 분리돼 열린다.

산사음악회에는 꾸준한 방송활동과 공연, 영화·드라마 OST로 사랑받고 있는 남성포크밴드 '자전거를 탄 풍경'을 비롯해 가수 강소리, 소프라노 현선경, 제주팝스오케스트라, 1004댄스스쿨 only&one, 소리모아 오카리나앙상블, 관음자비량합창단, 제주브라스퀸텟 등이 출연해 차분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문의=관음사 종무소(755-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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