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도심 전경.

2006년부터 대전역 중심 원도심 부활 등 고민 지속
주거환경 개선·근대문화유산 활용 등 유동인구 유인
장소성·역사성 중심, 젠트리피케이션 최소화 실험도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본격 출발을 알렸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국토교통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지난해 선정된 전국 16개 도시재생 지역에 대한 활성화 계획을 심의?의결됐다.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 계획도 이중 하나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둔 중심시가지형으로 추진하게 된다. 일단 자리는 깔았지만 '원도심'이란 단어가 지닌 장소성과 역사성 등을 어떻게 활용·관리할 지는 여전한 과제다. '원도심 르네상스'를 내건 대전형 도시재생 계획을 살펴본다.

△ 사람이 답이다

'뉴딜 사업'이란 꼬리표를 달고 일단 출발선에 섰지만 도시재생 방향은 제각각이다.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국비 91억원과 지방비 91억원 등 총 182억원이 투입되는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 계획에는 구 공공청사를 활용한 창업지원센터 조성, 역사문화자산을 이용한 광장과 올레길 조성, 스마트 주차장 설치 등이 포함돼 있다.

대전광역시의 원도심 마중물 사업은 2020년까지 국비 180억 원을 포함, 총 360억 원을 투입해 대전 동구 중동의 연면적 2만㎡ 규모의 주차장 부지에 인쇄출판 협업공장과 대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할 콘텐츠 창작소 등이 입지할 도심형 산업지원 플랫폼을 비롯해 중앙로 신구 지하상가 연결, 중앙로 보행환경 개선 등으로 원도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1차적으로 유동인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 부처 이전 등 세종시의 지속적인 경제적 규모 상승에 따른 낙수효과도 감안했다. 앞서 4월 중소기업청 심사를 통과한 '근대문화예술특구'지정과 연계한 재생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2차 중기사업으로 옛 충남도청사 활용과 대전역세권 개발이라는 2개의 허브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대전 근대건축 현황.

△ '근대역사도시'강점으로

대전시는 지난 2006년부터 대전역 주변 원도심 재생 사업에 손을 댔다.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던 중심지는 기반시설과 건물들의 노후화로 활력을 잃기 시작했고 1990년대 둔산 신시가지 개발과 충남도청 이전으로 균형이 흔들렸다. 

'아직'이라고 하지만 대전이 그리고 있는 원도심 재생 그림에는 '근·현대유산'에 대한 고민이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옛 충남도청 본관(등록문화재 18호)은 지역 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 충청지원(등록문화재 100호)에는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라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대전문화재자료 46호인 대전여중 강당은 대전 갤러리로 다시 태어났다. 테미고개 인근에 있는 충청남도 관사촌은 옛 충남 도지사공관(대전문화재자료 49호) 등이 있는 충남관사촌을 문화예술촌으로 바꾸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12월 조성 기본 계획 수립 후 현재 도지사공관과 10개 관사 매입·보수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상권을 살리면서 근대역사도시로 정체성 확립과 문화예술 기반의 품격 있는 생활환경을 구축한다는 그림을 같이 그리고 있는 셈이다.
 

대전 스카이 로드.

△공동화 해소 주민이 직접

도시재생의 그늘로 꼽히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있어 대전이 시도한 실험은 예상 외 성과를 냈다. 1980?90년대 영화관과 예식장 등 문화시설이 모이며 최고 번화가였던 옛 제일?대전극장 거리의 변화다. 원도심 공동화 여파로 1층을 기준으로 최대 80%대 공실률을 기록했던 거리는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의 유도로 세계음식거리 등 기존 상업 환경과 차별화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2018년 완공 목표의 보도교가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시너지까지 생겼다. 빈 점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정이 바뀌었지만 임대료 인상 등의 부작용은 아직 없다. 앞서 지역 상점가와 맺은 협약 덕분이다.

올 1월 맺은 협약에는 거리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는 대신 3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고 이후 3년간 물가상승률 범위 내 임대료 인상과 운영위원회 차원의 거리 특화계획 수립 등의 내용을 담았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언론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개해 시민 감시 장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고 미 편집부 부국장 대우, 김지석 정치부 차장대우, 한 권 사회경제부, 한지형 편집부 기자

<인터뷰> 송복섭 한밭대 교수

"대전 사례를 성공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시도로 향후 진행 방향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송복섭 한밭대 교수(전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는 대전 원도심을 따라 걸으며 몇 번이고 "조금 더"라는 말을 했다. 사업 추진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미리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다. 

송 교수는 중심성·역사성·장소성을 강조한 대전형 도시재생에 있어 민·관의 적절한 협력을 강조했다. "대전이라는 도시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편이다. 재생 사업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전제하고 "캐미스트리트 구상도 처음에는 힘들 거라고 했지만 수차례 협의를 통해 전체 43개 점포 중 40곳이 동의를 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대전 도시재생 구상에 대해 "지속적인 중심지 이동에 따른 동서 균형과 역사 문화적 가치 유지 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고 부연한 송 교수는 "보존과 발전의 조화, 그리고 '걷기 좋은 환경'이 재생의 원동력이란 공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고 활용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핵심"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생력을 키우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대전과 배경이 다르기는 하지만 제주 역시 '안주' 개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행정이 자기보호적인 소극적 행보가 아닌 연계 장치로 적극성을 띠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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