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10. 붉가시나무 숲

한남곶자왈의 붉가시나무 숲.

선흘·한남곶자왈 등 붉가시나무 군락 식생
기온·강우 편차 심한 대륙성기후에 잘 적응

△회복 단계 특징 확인

파호이호이용암으로 돼 있는 선흘곶자왈의 식생은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같은 높이가 15m 이상 자라는 큰 상록수들로 되어 있다.

붉가시나무도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이성권은 「동백동산에서 나무와 마주하다」라는 저서를 통해 붉가시나무가 동백동산의 초지대를 비롯해서 탐방로 변에도 많이 자란다고 한다. 다만 나무가 너무 커서 전체를 잘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선흘곶자왈과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교래-한남곶자왈지대의 식생은 어떤가.

이 지역은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소재하고 있는 곳에서 남원읍 한남리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한남연구시험림까지를 아우르는 곳이다. 면적 36.4㎢로 곶자왈지대 중 가장 넓다. 따라서 식생도 다양하다.

이 곶자왈지대도 면적이 넓은 만큼 다양한 용암유형으로 구성돼 있을 테지만 주로 전이용암으로 돼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이곳의 식생에 대한 논문은 전철현, 원현규, 김하송, 조영준 등에 의해서 2016년 한국도서연구 28권 1호에 발표된 바 있다.

교래곶자왈을 탐방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상록수로서는 붉가시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구실잣밤나무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개서어나무, 단풍나무 곰의말채 같은 낙엽수들도 많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 중에 예덕나무, 팽나무 같은 종들이 꽤 많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의 식생이 오랫동안 자연 상태로 유지돼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종들은 숲이 파괴되고 난 후 회복 단계에 나타나는 특징을 가진 종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 섞여

한남곶자왈의 식생을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구실잣밤나무군락, 붉가시나무군락, 종가시나무군락으로 돼 있었다.

그 중의 일부는 개서어나무라든지 소나무 같은 종들이 상당히 많이 섞여 있다.

이 지역 식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붉가시나무숲이다.

이곳의 붉가시나무들은 아주 작은 어린나무에서 직경이 1m에 달하는 큰 나무들까지 다양하다. 이것은 이 지역 원래의 식생이 붉가시나무숲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개서어나무, 소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동백나무 같은 종들과 경쟁관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붉가시나무숲은 비교적 고위도 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울릉도와 덕적군도까지 분포하고 있다. 주로 산지대 사면, 능선, 계곡에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

기온과 강우의 계절적 편차가 심한 우리나라 대륙성의 기후에 가장 잘 적응한 형태의 상록수림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러한 형성 조건들은 붉가시나무는 자기가 살 곳을 그렇게 까다롭게 선택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극상의 숲 비교해야

문제는 이처럼 교래-한남곶자왈의 숲도 극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심의 핵심인 곶자왈을 형성하고 있는 용암의 유형에 따라 식생도 달라지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극상의 숲을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그 울창하다는 선흘곶자왈도 아극상이고 교래-한남곶자왈도 아극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장기간 이 숲에서 각종 나무들을 벌채해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현재의 숲을 가지고는 같은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그 숲의 기질에 따라 식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기 위한 비교는 불가능한 것이다.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생명활동·소멸 반복…'식생천이'

불·벌채·방목 등으로
극상전 멈춘 '아극상'
교래곶자왈이 대표적


식생이란 흔히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모여 살고 있는 식물들의 집단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이 속에는 큰키나무, 작은키나무, 풀 같은 지면을 덮고 있는 종류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종으로 구상돼 있는 식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물체 같은 일생을 갖고 있다.

태어나서 왕성한 생명활동을 하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식생천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현상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유발하는 측면도 있지만 식생이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그 변화를 통해 그 자신도 변화한다. 이것이 식생에서 나타는 독특한 현상인 천이라는 것이다.

천이의 단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극상은 클라이맥스라고도 한다. 천이에 의해 군집 조성이 점차 변화해 그 지역의 환경조건에서 장기간 안정을 지속하는 상태에 있는 군집을 말한다.

동일한 기후조건과 토양조건이라면 동일한 극상군락으로 수렴한다고 믿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습도가 적당하고, 온도 역시 식생의 생장에 알맞은 지역에서는 보통 극상군락은 교목림이다.

저온 건조 때문에 삼림이 성립할 수 없는 곳이나 해안, 고층습원 등에서는 황원이나 초원이 극상이 된다.

기타 토양이나 인위적인 상황을 포함한 생물적인 조건에 의해서 그 지역의 극상과는 다른 군락이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전극상, 후극상, 방해극상, 아극상 등으로 구분한다.

극상은 인위적 교란뿐만 아니라 자연의 파괴력에 의해 끊임없이 크고 작은 교란을 받으며 동시에 그 수복과정도 진행되고 있으므로, 극상인 숲 내부에는 항상 부분적으로 이차천이 도중인 곳이 있게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아극상이란 단계가 있을 수 있다. 불, 벌채, 방목이나 홍수 등의 교란 때문에 극상군락의 직전 단계에서 천이가 멈춰 겉보기에 안정된 군락으로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숲이 극상이 되는 상록활엽수림지역에서 정기적인 벌채 등으로 낙엽수림으로 된 상태 등이 그 예이다. 교래곶자왈인 경우는 이러한 상태의 대표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극상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생태학에서는 매우 치열하게 연구되었다. 최근에는 기후만이 아니라 토양조건에 따라 형성된 안정된 식생도 극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지사적, 지리적 조건에 따라 군락을 구성하는 종류가 다르면 다른 종에 의해 극상이 성립하고, 동일기후라도 지형, 모암, 풍화정도에 따라 다른 극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여러 가지 용암의 유형, 즉 아아용암, 파호이호이용암, 전이용암과 같은 용암의 특성, 형성된 시기, 풍화의 정도에 따라 극상의 모습이 달라질지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