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11. 아아용암과 식생

한경-안덕곶자왈지대는 상록수림, 낙엽수림, 낙엽수와 상록수가 섞여 있는 숲 등 세가지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곶자왈 내 종가시나무 숲.

한경-안덕곶자왈지대 상록수림·낙엽수림·혼합림
해발고도에 따라 단풍·때죽나무 등 분포 비율 달라

파호이호이용암이 주를 이루는 선흘곶자왈의 식생은 어떠한가. 가까운 교래곶자왈은 전이용암으로 돼 있는데 식생은 서로 다를까. 용암이 기반을 이루고 있는 곶자왈에서 여러 다른 식생이 출현한다면 그 용암의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제주도 동부지역의 곶자왈 식생을 살펴봤다.

△세가지 형태로 구성

곶자왈 중 아아용암으로만 돼 있는 곳은 애월과 안덕곶자왈지대 2곳뿐이다.

나머지는 아아용암과 함께 파호이호이용암도 같이 분포한다.

어느 정도나 섞여 있는지를 보면 아아용암과 파호이호이용암의 분포 비율이 한경곶자왈은 75:0.5(%), 조천곶자왈은 69.3:16.6(%)이었으며, 구좌-성산곶자왈은 50.6:40.8(%)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거의 전부 아아용암으로 돼 있는 안덕곶자왈과 상당부분이 아아용암으로 돼 있는 한경곶자왈의 식생은 선흘곶자왈이나 교래곶자왈의 식생과 다를까.

이 지역의 식생에 대해서 자세하게 연구한 바 있다. 강홍구, 김찬수, 김은식 등은 2013년 학술지 '마린 앤 아일랜드 컬처스'(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에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제목을 번역하면 '한국 제주도 곶자왈에 대한 인간의 영향, 재생 및 보전'이다.

이 논문에서는 한경-안덕곶자왈지대의 식생을 다루고 있는데 이곳은 선흘곶자왈과는 제주도의 중심을 기준으로 대칭이 되는 곳이다.

이 곶자왈의 식생은 상록수림과 낙엽수림으로 돼 있다. 상록수림은 주로 종가시나무로 돼 있다. 낙엽수림은 낙엽수들만으로 돼 있는 식생과 상록수가 섞여 있는 식생으로 구분된다.

이 곶자왈의 숲은 크게 상록수림, 낙엽수림, 낙엽수와 상록수가 섞여 있는 숲의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숲 상층부 대부분 차지

여기에서 관심을 끄는 내용은 이들의 분포에 있다.

낙엽수림은 평균해발 353m의 비교적 고지대, 상록수림은 평균해발 134m의 저지대에 분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낙엽수와 상록수가 섞여 있는 식생은 상록수림과 비슷하게 평균해발 128m에 분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해발고의 차이일까. 그러면 상록수림과 상록수와 낙엽수가 섞여 있는 숲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낙엽수림의 경우 58종의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단풍나무 15%, 때죽나무 13%, 예덕나무 8%, 팽나무 7%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런데 숲의 최상위층만 조사해 봤더니 때죽나무 23%, 예덕나무 15%, 팽나무 13%, 단풍나무 12% 순이었다. 이들 4종이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54종을 다 합해도 37%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은 모두 낙엽수인데 이 숲의 상층부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종가시나무 압도적

문제는 이 나무들의 성격이다. 이들 중 단풍나무를 제외하면 모두가 숲이 파괴된 후에 극상으로 가는 도중에 나타나는 종이라는 것이다.

낙엽수와 상록수가 섞여 있는 숲은 어떤가. 여기엔 51종의 나무로 돼 있었다. 새덕이가 13%, 단풍나무 10%, 때죽나무 8%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숲의 최상층을 구성하는 종만을 보면 팽나무 13%, 때죽나무 12%, 새덕이 11%였다. 이들 중 새덕이는 상록수에 속한다.

그 외에도 숲속에 있는 종들 중에서 참식나무 같은 상록수들이 많아 이 숲을 상록수와 낙엽수가 섞여 있는 숲으로 구분할 정도였다.

역시 문제는 이 나무들 대부분이 생태학적으로 극상을 이루지 못하고 그 도중에 나타나는 분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록수림은 어떨까. 이 숲에는 종가시나무가 48%로 전체를 압도했다.

다음으로는 역시 상록수인 생달나무가 6%, 낙엽수인 팽나무가 역시 6%, 상록수인 조록나무 5% 순이었다.

그 외 30종에 달하는 종들은 모두 5% 미만으로 미미했다. 이 숲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종가시나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한경-안덕곶자왈 용암숲의 수수께끼

방목·땔감채취 등
주민 영향 적잖아

'세가지 숲은 왜 이렇게 다르게 되었을까' '왜 천이 도중에 나타나는 종들이 많을까' '왜 상록수림에 종가시나무가 압도적으로 많은가' 등 세가지의 의문점이 제기된다.

한경-안덕곶자왈지대의 식생은 몇 가지 점에서 독특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 형성돼 있는 숲은 생태학적으로 3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상록수림, 낙엽수림, 상록수와 낙엽수가 섞인 숲이다.

상록수림과 상록수와 낙엽수가 섞인 숲이 있는 곳보다 낙엽수림은 해발고도 200m 정도 고지대에 만들어져 있다.

이 현상만으로 해발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을 테지만 그러면 상록수림과 상록수와 낙엽수가 섞여 있는 숲의 관계까지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후요소와 토양요소를 모두 고려해 분석한 결과는 건조한 곳엔 낙엽수림, 덜 건조한 곳에 낙엽수와 상록수가 섞여 있는 숲, 그리고 가장 건조한 곳에 상록수림이 만들어져 있음이 밝혀졌다.

이런 결과로 보면 종가시나무는 생태학적으로 비교적 건조한 곳을 선호하는 종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이 숲이 만들어지는 동안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는 지역주민의 역할이다.

나무의 나이는 대부분 26년생에서 55년생이었다. 대략 40~50년 된 숲이다. 이것은 약 50년 전까지 이 숲은 이와는 달랐을 것이란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방목, 목재조달, 숯 생산, 땔감 채취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숲은 자연림이라고 할 수 없다. 선흘곶자왈 숲처럼 극상에 도달하지 못한 아극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숲에서는 천이 도중에 나타나는 종들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상록수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종가시나무는 개체수도 많지만 대부분 한번 잘리고 난 후 다시 움이 돋아 생장한 개체들로 돼 있다. 그 굵기는 5~10㎝에 불과하다.

이것은 한 그루터기에서 여러 개의 움이 돋아 생장이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굵기의 나무들을 기준으로 더 굵고 가는 개체들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종가시나무가 지배하는 숲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