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 우물터 추억 스민 그리움의 공간

 애월읍 상가리에 자리잡은 ‘굇물’은 자연정화라는 습지 본래의 기능 못지않게 이 마을의 공동우물터로 자리잡아 왔다.

 50대이상 장년층에게는 그리움의 공간이다.유년시절 그곳에 얽힌 추억이 아직도 쟁쟁쟁 울리는 놋주발과 같다.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TV·신문마저 없던 터라 공동우물터가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만남의 장소였다.

 그러나 그때 물을 같이 길던 소꼽친구들은 50대 이상 장년이 돼 뿔뿔이 흩어졌다.

 우물터도 인적이 뚝 끊겨 손톱만한 미학적 허세마저 모두 무너져 내리고 단지 세월에 의해 빛이 바래지고 있다.

 ‘굇물’은 상가리를 관통하는 중산간 도로변에 터잡고 있다.인근 하가리 마을 쪽에 있는 것이 ‘굇물’이고 그 반대 편에 있는 게 ‘새물’이다.

 이곳 사람들은 ‘굇물’하면 물동냥을 떠올릴 정도로 소중한 식수원이었다.

 변규철 상가리장(59)은 “수도가 들어오기 이전에는 물이 워낙 귀해 목욕도 금했다”고 말했다.

 또 물이 많이 고이게 하기 위해 매년 바닥의 뻘을 내치는 일을 정례적으로 실시했다.

 마을사람들은 ‘굇물’의 용출량이 부족하자 일제때인 1940년대 초반에는 마을에서 인근의 부지를 매입하고 ‘새물’을 팠다.아직도 ‘새물’입구 돌담에는 우물을 팠던 때의 기록인 듯 ‘쇼오와(昭和)’로 시작되는 글귀가 어렴풋이 남아 있다.

 ‘굇물’은 원래 크기보다 절반이상 매몰됐다.‘거지덩굴’과 ‘머루’등 덩굴식물로 둘러싸인 ‘굇물’은 중산간 도로 개설과 확장으로 인해 상당부분 잘려나가 면적이 60㎡밖에 안된다.

 그러나 여전히 물이 솟아나고 장마때면 흘러넘쳐 주변에 200㎡규모의 배후습지를 형성하고 있다.이 일대에 자생하고 있는 주요 식물로는 ‘골풀’과 ‘역귀’를 꼽을수 있다.

양홍기 상가리 개발위원장(64)는 “엣날에는 ‘굇물’인근에 ‘우끄릉물’이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지금은 매립돼 창고터 또는 밭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바닥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못속으로 들어갔다.밟히는 느낌이 부드럽다.바닥이 뻘로 돼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뻘 속에 숨어있던 생명체들은 침입자의 발길을 느끼며 숨어들었으리라.뽀글뽀글 가느다란 물방울만 낼 뿐 그 생명체를 잡기위해 손으로 한참을 파보지만 어느새 다른 곳으로 옮겼는 지 찾을 길이 없다.

 마을 사람들은 ‘굇물’과 ‘새물’이 상수도 보급과 함께 식수원으로 쓰임새를 잃게 되자 하가리의 연화못에서 잉어와 붕어를 잡아다가 풀어놨다.뻘을 걷어낼 때에는 ‘드렁허리’도 간혹 잡힌다고 한다.

 ‘군사니물’은 상가리 입구에서 남쪽으로 3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2개의 연못으로 구성됐고 크기가 100㎡가량된다.

 여름이면 활짝피어나는 연꽃은 연화못의 연꽃을 동네 개구장이들이 이곳에다 옮겨 심은 것이라고 한다.

 꽤 오래전의 일인 듯 바로 옆에 들어서 있는 절 이름이 ‘연화정사’이다.

 주변에는 제주말로 ‘모신잎’이라고 불리는 모시풀과 계요등,칡,댕댕이덩굴,찔레꽃 등이 눈에 띤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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