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13. 개가시나무

현화자, 송국만, 최형순, 김찬수 등이 지난 2014년에 발표한 '국내 개가시나무 개체군의 분포 및 동태' 논문에 따르면 도내 개가시나무 667그루 중 98.7%인 668그루가 안덕-한경곶자왈에서 자라고 있었다. 사진은 안덕-한경곶자왈에 자라는 개가시나무.

도내 677그루 중 98.7% 안덕-한경곶자왈에 분포
건축재료·숯 제조·땔감 등 이용으로 벌채 후 자라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나무가 있다. 도토리가 달리는 상록수다. 우리나라에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는 13종이며, 그 중 상록수는 7종이다. 참나무 종류가 5종, 구실잣밤나무 종류가 2종이다. 이들 중 곶자왈에만 자라는 종이 포함돼 있다. 바로 개가시나무다. 이 나무는 유독 곶자왈 중에서도 안덕-한경곶자왈지대에 자라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존재다.

△국내 대부분 곶자왈에

개가시나무의 잎은 다른 참나무들보다 좁고,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잎 뒷면은 다른 참나무들에 비해서 유난히 뚜렷하게 분백색을 띄어 구분된다.

그러나 이 나무는 주로 유사한 종인 종가시나무들과 섞여 자라고, 나무가 높아 이런 특징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숲속에서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오래된 나무껍질이 밑에서 들리는 특징으로 전문가들은 비교적 쉽게 찾는다.

숲속에서 이렇게 찾기 어렵다는 개가시나무의 분포상황에 대해 연구한 사례가 있다. 현화자, 송국만, 최형순, 김찬수 등은 2014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 28권 4호에 '국내 개가시나무 개체군의 분포 및 동태'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제주도에 개가시나무는 677그루가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 98.7%에 해당하는 668그루가 안덕-한경곶자왈에 자라고 있었다. 나머지 9그루만이 선흘곶자왈과 서귀포 선돌 일대에 간간이 흩어져 자라는 것이 확인됐다.

이 정도면 국내에 자라는 개가시나무는 모두 안덕-한경곶자왈에 분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태학적 지위 대신

연구자들은 밀림 같은 곶자왈에서 어떻게 일일이 이 나무들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개가시나무는 봄에 새싹이 돋을 때 다른 나무들에 비해 훨씬 붉은 색을 띤다. 모든 나무들이 새싹을 내 연두색을 띨 때 이 나무들은 그들보다 훨씬 붉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연구자들은 이 시기에 촬영한 항공사진을 판독해 개가시나무를 찾아내고 이걸 근거로 현장을 찾아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분포현황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개가시나무의 주 분포지는 북위 33°11'~33°31', 동경 126°17'~126°44', 해발 78~342m였다.

그 중에서도 해발 100~200m에 전체의 86%인 582본이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나무들은 나무높이가 큰 것은 15m에 이르고 평균높이는 10m 내외였다. 나무의 굵기도 다양해서 가장 큰 것은 직경이 63.5㎝나 되었으며, 평균 22.6㎝였다.

또 이 나무들은 밑동의 직경이 153㎝나 될 만큼 크고 오래 자란 나무들이었으나 수차에 걸쳐 벌채된 것으로 관찰됐다.

그래서 지금 자란 줄기들은 잘려나간 밑동에서 새움이 터서 자란 것으로 평균 3.8개의 줄기로 돼 있었다.

이것은 개가시나무 역시 이 지역에서 건축재나 숯 제조 또는 기타 땔감으로 지속적으로 이용해 왔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우리나라에서보다 훨씬 많이 분포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북위 31~35°및 해발 고도로는 해발 1000m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경우 이 나무의 목재가 경제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해 오래전부터 대규모로 식재했다. 이로 인해 분포 범위가 더욱 확대된 측면이 있다.

또 일본에서 개가시나무는 계곡부의 습윤한 지역에 자란다. 이것은 투수성이 높아 건조한 환경을 유지하는 아아용암으로 된 안덕-한경곶자왈의 개가시나무 자생지 환경조건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결국 안덕-한경곶왈지대의 개가시나무는 선흘곶자왈과 교래곶자왈의 상록수림에서 붉가시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생태학적 지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게 하는 것이다.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곶자왈마다 서로 다른 참나무 분포

수분·건조도 따라 각기 달라
용암 유형이 식생 결정 추측


​개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들은 모두 참나뭇과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 참나무란 식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관행상 참나무라고하면 상수리나무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어로는 '초(아래아)낭'을 말한다. 아마 참나무는 이 초(아래아)낭에서 기원했을 것이다.

상수리나무는 흔히 도토리나무라고도 한다. 도토리나무는 그 외에도 참나뭇과에 속하는 나무들 중 낙엽수를 지칭하는데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들이다.

제주도에는 상록성인 참나뭇과 식물들이 많다. 그 중에서 구실잣밤나무는 제주어로 '제밤낭'이라고도 한다. 개가시나무는 '개가시낭', 종가나무는 '종가시낭' 붉가시나무는 '붉가시낭'이라고 한다. 모두 크고 굵게 자라 주로 건축재, 가구재, 마루판재, 숯제조용 등으로 요긴하게 쓰여 왔다.

곶자왈마다 대표할만한 나무들이 있다. 모두가 참나뭇과에 속하는 종들이다.

곶자왈이 아닌 상록수림 중에서 대표라고 할 만한 돈내코계곡은 수분이 풍부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해발고로 볼 때 낮은 곳일수록 구실잣밤나무가,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붉가시나무가 전체의 식생을 지배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선흘곶자왈은 파호이호이용암으로 돼 있는 곳으로 식생사로 볼 때 과거에는 구실잣밤나무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종가시나무가 가장 많고, 구실잣밤나무와 붉가시나무도 비교적 많이 분포하고 있는 숲이다.

전이용암으로 돼 있는 교래곶자왈은 붉가시나무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는데 오랫동안 벌채 이용한 결과 지금은 낙엽수들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록수로서는 아직도 붉가시나무가 가장 많은 숲을 형성하고 있다.

안덕-한경곶자왈은 투수성이 높아 건조한 환경을 유지하는 아아용암으로 돼 있는데 종가시나무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는 거의 없는 개가시나무가 분포하고 있는 것이 독특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지표에 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하에 어느 정도 수분이 유지되는 곳일수록 붉가시나무나 구실잣밤나무가 많이 분포하고, 건조한 곳일수록 종가시나무 또는 개가시나무가 많이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곶자왈을 형성하고 있는 용암의 유형이 지상의 식생유형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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