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14. 비자림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림은 '순림'으로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은 비자림에서 자생하고 있는 비자나무.

해발 100~1000m 분포범위 넓지만 매우 드물어
평균나이 316년생…줄기 직경에 따라 각기 달라
비자림 기반 '용암'…아아·파호이호이 비율 반반

△1999년 조사 2878그루

제주도 서부지역 곶자왈에만 자라는 나무로 개가시나무가 있었다. 아아용암으로 돼 있는 안덕-한경곶자왈에만 자라는 것이다.

그에 대응해서 동부지역 곶자왈에만 특이하게 분포하는 나무도 있다. 바로 비자나무다.

비자나무는 제주도 전역에 분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포 범위는 넓다. 대략 해발 100m에서 해발 1000m까지 분포하지만 매우 드물다.

그러나 동부지역 곶자왈인 구좌읍 평대리의 비자나무림은 다르다.

1999년 한국수목보호연구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4.8㏊에 줄기 직경 6㎝ 이상인 나무가 2878그루나 자라고 있다.

나무의 높이는 작은 것은 2m에서 큰 것은 17m에 이르고 있다. 나무줄기의 직경은 10㎝ 이하 168그루, 그 이상 20㎝ 이하 209그루로 점차 증가하다가 41~50㎝ 571그루, 51~60㎝가 714그루로 정점을 찍는다. 다음 61~70㎝가 480그루 이후 급격히 적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나무의 높이와 흉고직경을 연관한 크기로 보면 직경 50~60㎝이면서 높이 11m인 나무가 177그루로 가장 많았다.

그 외는 이보다 가늘고 높거나 굵고 낮은 나무들이지만 대체로 비자림의 비자나무는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평균 나이 316년생

나이는 어느 정도일까. 비자나무는 성장이 매우 느린 종이다.

직경 10㎝ 이하 168그루의 평균 나이는 64년생이었다. 그 다음 20㎝까지는 평균 103년생, 가장 많은 나무들이 모여 있는 구간인 직경 52~60㎝의 평균 나이는 298년생, 직경 122㎝ 이상 11그루의 평균 나이는 678년생에 달했다. 이들 전체의 평균나이는 316년생으로 평균 흉고직경은 50.4㎝, 나무 높이는 대략 11m이다.

서부지역 안덕-한경곶자왈지대에만 특이적으로 자라는 개가시나무의 평균 나무 높이는 10m, 흉고직경은 22.6㎝이다.

물론 이 나무들이 모두 원래의 생장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때 베어진 후 밑동에서 움이 터서 자라는 나무들이 포함됐다 해도 동부지역 구좌-성산곶자왈지대에 자라고 있는 비자나무에 비한다면 나무의 재적기준으로 볼 때 불과 1/3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수분조건 매우 양호

비자림은 곶자왈에 형성돼 있는 것이고 이렇게 거대하게 자라는 나무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비자림의 기반은 용암으로 형성된 곶자왈이다.

곶자왈을 이루고 있는 용암은 다 같은 용암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밝힌 바 있다.

예컨대 한경곶자왈은 거의 아아용암으로 되어 있다. 그에 비해 선흘곶자왈은 대부분 파호이호이용암으로 돼 있다.

비자림의 용암은 어떨까. 절묘하게도 아아용암과 파호이호이용암의 비율이 50.6:40.8(%)로 거의 반반씩으로 돼 있다.

전용문 제주세계유산본부 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비자림으로 한정할 때 파호이호이용암과 아아용암의 전이적 특성을 갖는 용암들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교래곶자왈 같은 전이용암지대나 돈내코계곡 같은 수분조건이 양호한 곳에서 매우 웅장하게 자라는 붉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의 예를 통해 보는 바와 같이 구좌곶자왈의 비자림의 경우도 수분조건이 매우 양호하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세계 최대 '순림' 자랑

6종 중 1종 제주·일본 분포
자연림에서 비롯한 아극상


평대리 비자림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자랑한다. 이에 대해 사실인지 여부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답은 '그렇다'이다. 비자나무 숲이라는 측면에서다.

식물학적으로 비자나무속에는 6종이 있다. 아시아에 4종, 북미에 2종이 분포한다. 아시아 종 중 3종이 중국 특산종이고 1종이 제주도와 일본에 공통으로 분포하고 있는 비자나무다.

중국의 자료에는 비자나무가 일본의 특산종이라고 하지만 정작 일본의 자료에는 제주도와 공통종이라고 기록돼 있다.

일본의 비자나무 분포에 대해서는 최병기와 이진범이 2015년 한국전통조경학회지에 발표한 '천연기념물 제374호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림의 식물생태학적 가치제고'에서 다루고 있다.

일본의 비자나무 식생도 우리나라에서처럼 상록활엽수림대에 있다.

그러나 일본전나무, 솔송나무, 편백, 금송 등 여러 침엽수종과 함께 다양한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종이 같이 자라고 있어서 평대리 비자림 같은 순림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평대리 비자림은 순림으로서 세계 최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 비자림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위 논문에서는 인공기원의 숲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기준으로 ①주변지역으로의 비자나무 개체 및 삼림의 확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②개체군이 비교적 균등한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③숲 내 다수 지역에서 규칙적인 열분포를 나타낸다는 점 ④군락 구성종 가운데 다수종이 국내 자생분포 불가종이거나, 난해종들이며, ⑤식재기록이 분명한 한반도 비자나무림들에서도 이들 종의 식재가 비자나무와 함께 이루어졌음이 알려져 있어, 역사 문화적 배경아래 유사한 조성패턴을 통했을 것으로 유추된다는 점, ⑥자생지에서조차도 비자나무 위주의 단순우점상관을 형성하지는 않으며, ⑦지역의 잠재자연식생으로 고려되는 상록활엽수종에 의해 개체의 경쟁적 도태가 발생하고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①주변지역은 인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공간이고, ②와 ③은 평균 316년생으로 거의 정규분포를 보여 사실과 다르며, ④와 ⑤는 사실관계의 확인이 필요하고, ⑥과 ⑦은 숲이 자연적으로 성립한 후 목적 수종 외를 제거함으로써 아극상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인공림이라면 최초의 묘목기원, 왜 이곳을 입지로 선정했는지, 곶자왈에 조림한다는 것은 지금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왜 넓은 여타지역을 놔두고 이런 곳을 선정했는지도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비자림에서는 인공림에서는 볼 수 없는 유전학적 특징이 보이는데 이 결과는 논문으로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외 여타 곶자왈의 식생사를 볼 때 비자림은 자연림으로 출발해서 오랫동안 관리해 형성된 아극상의 한 형태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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