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제주형 도시재생의 키워드로 7. 가나자와시민예술촌

가나자와시민예술촌내 전시공간.

폐방직공장이 문화공간 활용 전략 중심축으로
상업용 리모델링 고민중 시민 공간 활용 바꿔
'누구나' 이용가능한 '문화 흑자' 산실 자리매김

도시재생에 있어 '지역 고유 문화자원'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시장경제 논리로 보면 불편한 장치가 될 수 있는 것들이 도시 경제를 일으키는 창조적 원천으로 바뀐 것이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문화도시'를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설을 만들거나 확충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민의 생활문화 참여와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문화자치가 문화적 도시재생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경제 이익 보다 문화 효과 무게

일본 가나자와시민예술인촌은 가나자와시의 문화공간을 활용한 도시재생 전략이 중심축이다. 가나자와시의 구상은 도시계획, 문화정책, 산업정책을 통합해 보존과 개발의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도시의 문화 자원을 활용해 전통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키는 한편 현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재창조한다는 것에 도시재생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60년대 수도권 기본 개발계획으로 경제 성장 중심의 도시화를 진행했던 일본은 전 지역에 걸쳐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공동화와 전통문화 쇠퇴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가자자와시민예술인촌은 그 틈바구니에서 태어났다. 한 때 지역 여성들의 일자리를 책임졌던 방직 공장이 새로운 섬유 개발과 기성복 바람에 밀려 문을 닫았고, 이후 예술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해소할 공간으로 거듭났다.

가나자와시는 20년 전 폐업한 다이와 방적공장을 사들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쿄돔 야구장 2배 규모의 10만㎡ 부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상업시설로 리모델링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지극히 보편적인 계획을 추진했지만 이후 1년여의 고민 끝에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폐공장이나 버려진 창고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성공한 많은 사례들 중에 유독 이곳을 모범 사례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억 보존과 문화예술 재생 

가나자와시민예술인촌의 특생은 크게 6가지로 정리된다. 1순위가 '시민의 기억보존 장소를 유지하며 문화·예술 활동 공간으로 재생한다'이다. 시민 중심의 시설 운영은 기본이고 일본 내 공립 문화시설 중에서는 처음으로 '연중무휴·24시간 이용 가능'시스템을 도입했다. 문을 연 이래 한 번도 조정한 적이 없다는 저렴한 이용 요금과 시민디렉터 제도, 창작과 책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침을 앞세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설치 주체는 가자나자와시지만 관리주체는 공익재단법인 가나자와예술창조재단이다. 촌장을 포함해 9명의 전임 직원으로 사무국을 구성했다.

이용자의 78.1%가 가자나와 시내 거주자다. 나머지 이용자 중 이시카와현 내 거주자가 19.8%나 된다. 2015년을 기준으로 연간 이용자수가 17만5170명에 이른다. 2012년 19만9460명으로 정점을 찍었을 때에는 못 미치지만 시민 이용 시설이란 점을 감안하면 평년 수준이다.

공방 외에도 사토야마의 집(가나자와시 교외에 있는 오래된 민가를 이축, 시민교류를 위한 시설로 이용), 다이와마치 광장(재해시에는 방재거점으로, 평소에는 너른 잔디밭에 시민의 유식공간으로 활용), 가나자와 장인대학교(가나자와 전통의 장인기술을 전승, 인재육성 및 자료수집·조사·공개), 렌가테이(이탈리안 레스토랑)를 운영한다.

이용료 수입 일부를 제외하면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아직까지 외형상 큰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문화 수준은 늘 흑자라는 점이 강점이다.

△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한 해 얼마만큼 수익을 올리고, 공방별 이용률은 얼마나 되고 하는 것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가나자와시민예술촌은 기존 공장의 5개 창고를 멀티미디어 공방, 드라마 공방, 오픈 스페이스 공방, 스페이스 공방, 뮤직 공방, 아트 공방으로 나눠 문화예술 향유와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대중음악과 연극, 도예 등 체험 및 교육의 기회도 제공한다. 공방별 이용률만 놓고 보면 드라마공방이 79.4%, 뮤직공방이 평균 70%대로 상대적으로 활용률이 높은 반면 대연습실은 45.2%로 저조하다. 내용별로는 강연회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전체 38.0%, 전시·전람회가 33.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시민디렉터들이 다음해 사업 계획을 짜는데 반영된다. 주민들이 추천하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디렉터들이 주도하는 공간 활성화 사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주민은 '주인'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경험을 나누기 보다는 만들어내는 주체로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데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 이는 1989년 우츠야마 공예공방에서 2004년 21세기 미술관으로 이어진 가나자와시의 문화창조도시관(觀)과 맞닿는다.

<인터뷰> 후루타치 타케시 가나자와시민예술촌 촌장보좌

"처음부터 시민을 위한 공간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시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후루타치 타케시 가나자와시민예술촌 촌장보좌의 목소리에 자랑이 느껴진다. 가나자와시민예술촌은 가나자와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찾아오기 힘든 위치에 있다. 공장 부지다 보니 도심이나 주택지에서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는 다행히 여러 문화 프로그램에 있어 이점이 됐다.

후루타치 촌장보좌는 "이곳은 24시간 운영을 한다. 젊은 음악인들이 자신의 일을 하다 퇴근 후 찾아와 새벽까지 연습을 하고 가기도 한다"며 "도심에 있었다면 생활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있었겠지만 여기는 그럴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이 불편한 사정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사람이 찾아오는 공간"이란 설명으로 충분했다.

제주를 포함한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걱정은 해 본 적이 없다.

후루타치 촌장보좌는 "이 주변 땅값이 올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럴 목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며 "시민들이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하고 이용하는 곳인 만큼 목적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관심에 대한 반응도 의외였다. "올해도 몇 번이나 견학 요청을 받았다. 시민들이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이용하는 곳일 뿐 특별한 것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주변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얼마나 편하게 이용할 것인가가 목적인 공간"이라며 "출발점이 어디인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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