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으로 '행복지수' 높인다 10. 일본의 국제안전도시 추진 과정

일본은 고베항에 1995년 발생한 고베대지진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피해 당시의 일부 모습을 보전하면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제안전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경익 기자

인증 후 행정 소극적 태도 민간 참여·협력 강화로 극복
안전한 학교 관심 급증…최근 3년 14곳 가입·14곳 추진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국제안전도시 사업의 후발주자지만, 그 어느 국가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특히 행정주도에서 주민 주도로 추진체계를 전환하면서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효과를 높이고 있다.

안전한 마을 협력

국제안전도시(Safe Communinty)는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아니라 태국에서 1980년대 중반 움직임이 있었고, 태국의 한 도시가 1991년 세계에서 3번째로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았지만 활동이 지속되지 못해 보급되지 못했다. 이후 우리나라와 대만의 연구자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중국에는 2002년에 소개되면서 국제안전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2000년대부터 일부 공중위생 분야의 연구자들이 국제안전도시 개념에 대해 관심을 들이기 시작했다. 또 지자체 차원에서는 2006년 교토부 카메오카시가 정식적으로 국제안전도시 인증에 착수했고, 2008년 3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인증을 받았다.

이후 국제안전도시 인증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14개 지방자치단체 등이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았고, 2곳은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과정서 난관 봉착

지진과 해일, 태풍 등 수많은 자연재난을 겪어왔던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안전'의 대명사로 꼽히는 국가다. 하지만 국제안전도시 인증 과정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이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미 고령자의 안부 확인과 방범 순찰 등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안전도시 인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지원하는 '일본국제안전도시지원센터'는 새로운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역 차원의 안전문제에 대한 정확한 파악 △안전 증진을 위한 지역의 노력과 과제와의 일치 문제 △효과적인 여부 △안전증진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평가 실시 시행 여부 등이다.

결국 국제안전도시를 추구한다는 것은 지역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데 우선적으로 무게를 두고, 그 과제의 해결을 위해 기존에 추진했던 안전증진 활동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기획·실천하고 그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완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10년간 협동체계 구축 등 성과

일본의 국제안전도시 사업은 사고손상률 감소 등 외형적인 효과도 거뒀지만, 안전증진 활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주민들의 인식개선 등 무형적 자산을 축적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지역의 안전문제 대처하기 위해 조직간·분야간 벽을 허물고 지역과 협동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또  '협동'을 근거로 효율적으로 안전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일본 국제안전도시 네트워크는 지역의 안전 문제에 대한 정보와 과제를 공유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지역 문제에 맞는 안전증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그동안 중앙정부에서 '지역의 실정에 맞는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는 지시가 있었지만 지역의 세부과제까지는 구체적으로 정해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국제안전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지역의 안전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가 명확해졌고,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밖에 안전증진을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을 평가하고 이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도 성과로 제시되고 있다.

일본의 과제와 향후 방향은

지방자치단체가 수요의 다양화와 지방분권 등 제도변화 등으로 그 범위와 책임을 확대하면서 안전문제에만 집중하는데 인력과 예산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 일부 지자체는 교체된 단체장이 국제안전도시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인증 후 시간이 지나면 행정의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는 최근 방재·방범 마을 만들기 등의 관점에서 '협동'과 '공조'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 주도가 아닌 지역 사회의 수평적 협동을 기반으로 한 안전한 마을 만들기 활동, 즉 국제안전도시 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최근 안전한 학교 만들기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안전학교(International Safe School, ISS)가 그것이다. 국제안전한교는 육체적·정신적인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 집단따돌림, 폭력을 예방함으로써 안전한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는 활동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안전학교에 가입한 학교는 150곳 내외로, 일본에서는 오사카 교육대학 부속 이케다 초등학교(2010년 3월)를 시작으로 17곳의 학교(유치원 포함)가 인증을 받았다.

특히 2015년 이후 14곳이 새롭게 인증을 받았고, 현재 14곳이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등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일본사회가 주력하고 있다. 

<인터뷰> "안전문제 대응 역량 지역발전 동력으로"

안전도시 사업 지속성 주민들 참여가 관건
제주 3차 인증 전세계 모범사례 공유 가능

"지역사회가 안전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응했던 역량이 축적되면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일본 국제안전도시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일본국제안전도시지원센터의 요코 시라이시 센터장(정책과학 박사)은 국제안전도시(Safe community) 사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요코 시라이시 센터장은 "일본의 국제안전도시 활동은 한국에 비해 수년 늦게 시작됐지만,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그 바탕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시라이시 센터장은 "일본 국제안저도시 사업은 한국과는 달리 행정이 관여하기는 하지만 예산을 대폭 지원하지는 않는다"며 "대신 지역주민과 단체 등을 중심으로 (국제안전도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안전도시 사업이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이어지려면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안전이 자신들의 복지문제와 직결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 국제안전도시 아시아 최초 3차 공인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시라이시 센터장은 "제주는 국제안전도시 7가지 인증 기준을 충족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안전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해왔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 수 있는 도시"라며 "제주의 성과가 세계 안전도시들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제주 국제안전도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할려면 주민들의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전개가 필요하다"며 "특히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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