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제주형 도시재생의 키워드로 8. 교토 아네야 코지 마을

아네야코지 마을은 교토에서도 오래된 료칸(旅館'숙박시설)을 비롯해 수백 년 전통의 가게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꼽힌다.

1995년 고층 아파트 신설 계획 저지 위한 고민에서 출발
'함께 할 수 있는' 기준 설정 주민 주도의 도심 재생으로 
다양한 의견 존중·마을 고유가치·적극적 정보공유 '경쟁력'

교토에는 특별한 수식어가 하나있다. 1869년 수도를 도쿄로 넘겨줄 때까지 1000년간 일본의 심장부이면서 국제도시이었던 이유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막강한도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 말고 최근에는 하루 평균 제주도민 수준인 65만명이 이동하는 '교토역'과 마을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전통과 현대의 공생이다. 쉽지 않아 보이는 공생의 예는 교코 구도심 아네야코지 마을에서 찾을 수 있다.

△ 느릿한 마을의 시간이 의지로

아네야코지 마을은 교토에서도 오래된 료칸(旅館'숙박시설)을 비롯해 수백 년 전통의 가게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꼽힌다. 교토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이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오래된 목조 2층의 마치야가 많다는 점이다. 직주공존 또는 직주근절 등 녹차 도구의 판매와 수리, 표구, 일본전통의상 제작 등을 생업으로 하는 집들이 교토의 역사·문화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는 듯 느껴지는 마을이 주목받는 이유는 '골목 품질관리'라는 주민협의체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곳을 일본 내에서도 대표적인 도심 재생형 마을 만들기 사례로 만든 것은 1995년 구성된 주민협의체다.

1995년 4월 오사카가스 본사는 20여년 간 어린이 놀이터와 임대창고로 사용하던 마을 토지에 고층 아파트 신설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주민들은 공익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이익을 앞세워 마을의 본질을 흔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고층 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그렇게 같은 해 10월 아네야코지 마을을 생각하는 모임이 설립됐다.

1년여의 다양한 반대 운동으로 계획을 철회시키는 성과를 얻었지만 그 것이 끝이 아니었다. 중립적 위치에 있는 (재)교토시 경관마치츠쿠리 센터를 중개자로 대학교수와 전문가 등으로 '지역공생토지이용검토모임' 발족했고, 2년간 17차례의 회의 통해 토지 이용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지역 생업과 문화성 연결, 도심 거주 방안 등을 연구하게 했다. 이들 노력을 통해 당초 계획 11층 높이는 8층으로, 용적률로 400%에서 250%로, 공급방식도 분양형에서 임대형으로 바꿨다. 2002년 9월 완공된 아바넥스산조 아파트는 100년 수명의 건축구조로 마치야 이미지화한 공간 구성과 옥상 채소밭 등 마을의 일부가 됐다.

△ 지속적인 연구와 조율

개별 이해관계의 조정을 넘는 가치의 공유를 위한 마을 만들기 발전 사례는 도시 재생으로 이어진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아네야코지 마을에서 배양되고 계승되어 온 숭고한 정신성은 마을에 살면서 일하는 것이 자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다양한 사람들의 제안을 중시하고 마을의 고유 가치를 발견해 이를 공유하는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게 시도한 첫 사업이 오래된 점포와 저명 서예가가 제작한 간판에서 착안한 '간판이 어울리는 마을 만들기'다. 지장축제일(8월 24일) 저녁 간판과 마치야에 야간 조명을 밝히고 호롱불을 나열해 마을 전체를 빛으로 밝히는 이벤트는 교토시 최초의 주민 주도 이벤트다.

이후 지역 주민과 기업, 행정 협력체계 형성 위해 2003년 1월 NPO 법인 도심마을 마치츠쿠리 넷도 설립한다.

21세기형 도심 재생 비전으로 '아름다운 도시 교토 만들기'를 설정하는 한편 에도시대 마을자치관리체계였던 마을 헌장인 '마을 규약'제정 위한 연구 모임 만들고 현재에 적용했다.

건축협정지구 신청서를 만들어 교토시에 신청하는 것으로 교토시 도심부 13개 주민자치모임, 협정자 97명, 협정구역 2만여㎡를 아우르는 건축협정도 실현해 냈다.

골목 주변에 건물을 신축하려면 주민에게 먼저 알리는 법규 제정을 교토시로부터 이끌어내기도 했다.

△ 조화로운 마을 분위기에 한 뜻

특색 있는 경관의 보전 및 복원이 도시재생의 한 축으로 지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네야코지 마을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면서도 겉돌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옛 방식 그대로 7대째 화과자를 만드는 가게가 있고, 지금은 쓰임이 덜한 표구 가게도 운영되고 있다. 그 사이로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마을 주민간 전통을 지키기 위해 체결한 기본적인 협정(건축물 입면처리, 지붕형태, 입간판, 창문형태 등) 덕분이다. 자발적 규약에 따라 마을 회의와 결정된 내용을 마을 길목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으로 공유한다.

1995년 시작 이후 지속적으로 마을 경관과 활용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준수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고마치야와 조화로운 마을 분위기 창조와 지역 매력.활력을 증진하기 위해 '거리분위기 환경 정비 사업'과 마치츠쿠리 협정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적주공존형 환경 유지를 이뤘다.

만약 행정 주도로 이들 사업이 진행됐다면 아파트에 밀려 고마츠야는 하나 둘 사라졌을 것이고 마을의 색깔을 잃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의 손으로, 마을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을사람들을 위한 마을에 공감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자율과 공생의 마을 운영 원칙 확립과 참여하기 쉬운 활동을 전개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인터뷰> 긴키대학 경영학부 김상준 교수

"일본 도시재생의 특징 중 하나가 '지역 문화'다. 낡거나 오래된 것이 아니라 소중한 문화자원이라는 판단 아래 이를 간직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던 것이 도시재생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일본 내에서 여러 도시 창생 사례에 참여했던 김상준 긴키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아네야마치 마을이 보여준 것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거나 역사적인 자원을 간직했기 때문 보다는 도시 경관에 대한 행정 의지와 전문가들의 참여, 주민들간의 대화와 타협이 밑바탕을 이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네야코지마을의 경우는 '전통 경관'에 대한 믿음이 컸다.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한 것이 주효했다. 이른바 품질관리다.

김 교수는 "만약 행정이 중요했다면 가능했을까 싶을 만큼 주민협의체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고민해 왔다는 점"을 아네야마치의 특징으로 꼽았다.

실제 1995년 협의체가 구성된 이후 이 곳에서는 지속적으로 '마을 만들기'사업이 진행돼 왔다. 최근 사례로는 2015년 3월부터는 진행되고 있는 지역경관 조성 협의회 제도를 통한 의견교환 사례다. 협의회 활동 구역에서 건축 등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경관법 등의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협의화와 의견 교환을 '의무화'했다. 이들 지역에는 풍속영업법 상 풍속영업을 하는 건축물이나 성풍속영업을 용도로 하는 건축물 마작이나 빠칭코 등 사행성 또는 유사한 목적의 건축물, 노래방 등을 허락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상업 용도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이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는다"며 "게시판 외에 소식지 등을 통해 이를 결정 내용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받는 일련의 과정이 도시재생의 연속성을 담보하고 있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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