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제주형 도시재생의 키워드로 9-에필로그 1 제주의 현실과 과제

제주시 원도심. 자료사진

정부 핵심 국정과제 뉴딜 정책 지자체 경쟁 치열
전국적 관심사 불구 제주 차원 논의 원론 되풀이
기존사업 부실 학습효과 등 생태계 구축 우선 주문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지자체간 경쟁이 어느 때 보다 뜨겁다. 대상지로 선정되면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지난 10월말 사업지 선정 공모에서 경쟁률 3대 1을 기록했다. 올해 70곳 추진에 지자체 196개,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 제안 16개 중 212개가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5만㎡, 1000 가구 이하 소규모 주거지에서 추진되는 '우리 동네 살리기' 사업이 64개로 가장 많았다. 최종 결정은 12월 중순으로 예정됐다.

제주 체감도 미지근

내년도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전국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제주 지역 내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하는 중앙 공모와 관계없이 광역지자체에 선정권한을 준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적어도 2개 사업이 예정된 때문이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타 지역과 달리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동네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주거 여건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마다 지역에 맞는 구상과 방향을 설정하는데 혈안이 된 상태다.

제주도도 정부의 뉴딜 사업 구상이 나온 후 지난 7월 24일 관련 12개 부서, 도시재생지원센터, 제주개발공사, LH, 제주연구원 등으로 꾸려진 TF팀을 구성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도 환경도시위원회를 주축으로 '제주형 도시재생을 위한 우리의 역할' 토론회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색깔이나 방향은 모호하다.

오는 30일과 12월 1일 예정된 도 일원 도시재생 전략계획(안)에 대한 주민과 관계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오는 30일 서귀포시 문화강좌실 오후 2~4시·제주시 김만덕기념관 대강당 오전 10시~낮12시)도 '추진 전략 수립'이 목적이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지난 9월 진행한 2017 도전포럼 in JEJU .

'도시'담론, 자체 역량 등 과제

이쯤 되면 제주도의 도시재생 전략과 정부의 뉴딜 사업이 헷갈린다. '도시재생'이란 개념이 처음이 아닌데다 '무엇이 도시인가'하는 담론부터 분명한 것이 없다. 구분하자면 제주도시재생권역은 2025년 도시기본계획 생활권 구분을 기초로 6대 권역으로 나눠 전략계획(안)을 마련했다. 이미 전략계획이 수립된 제주시와 서귀포시 원도심 지역 외에 활성화지역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자발적 재생의지와 지역 주도사업 연계성을 감안해 뉴딜 사업 등 정부 주도 사업과 연계하고 활성화지역에 속하지 않은 지역도 자체적인 추진기준을 만들어 지원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최소 2개 사업을 뉴딜 정책에 맞춰 진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방침에 맞춰 기존 계획을 수정·보완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다. 광역 부문 신청을 받은 사업이라 하더라도 국토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전국 기준에서 제주를 부각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이다. 어디까지 '도시'로 볼 것인가 하는 원론적 부분부터 쉽지 않다. 믿기 어렵지만 제주는 전국 단위 쇠퇴도 기준을 적용할 때 지표상 도시재생 가능 수준이 낮다. 그래서 꺼낸 논리가 '각종 시설 인프라가 오래돼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슬럼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지속가능 환경 구축 멀어

자체 추진도 쉽지 않은 것이 전국 지자체 중 국비 지원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곳은 서울특별시가 유일하다. 서울의 경우 씨앗사업과 희망지사업 등으로 도시새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대학 등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도시재생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태동도 없는 상태로 한참 뒤쳐져 있다.

비교적 예산 지원 규모가 큰 사업을 유치하기에는 환경적 한계가 있다는 점, 지역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뉴딜 정책 등 정부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점, 기존 사업 추진 부실 학습효과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는 국비사업으로 전국 4곳이 낙점된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사업을 반납했다. 기존 임차인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1년 안에 완료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제주 외에 대구도 비슷한 이유로 해당 사업을 반납했다. 지속하기로 결정한 2곳은 '가능한 것'으로 사업을 축소해 올해 안 마무리 기준을 맞췄다. 특별취재팀

<인터뷰> 이승택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

이승택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제주의 약점으로 꼽았다.

타 지역에서 앞 다퉈 연구보고서 등을 쏟아내고 있지만 제주는 적극성에 있어 다소 뒤쳐진다. 도시재생이라고 하면서 아직까지 '도시'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구체적인 전략 계획에 있어 분명한 목표 설정이 아쉽다는데 공감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자체 도시재생 사업이 가능한 곳은 서울뿐"이라며 "지역으로 갈수록 연구가 부족하고 도시재생을 끌어갈 생태계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기준은 제주도 빗겨갈 수 없다.

'지역 주도'와 '원도심'의 함정도 있다. 

2000년 이후 제주도와 제주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용역을 실시했지만 '타당성 부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나 문화예술거점사업, 공방거리 조성 사업 등이 잇따라 진행됐지만 주관 부처에 따라 지원 규모나 성격이 다르다 보니 수 백 억원의 예산을 들여 불협화음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 주도 역시 주민이 구심점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사전 공감대와 소통 부족의 한계를 노출했는가 하면 유사 사업 논란과 갈등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 센터장은 "좋다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수용하고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더불어 각종 사업에 대한 정보 공유와 조정 등 플랫폼 기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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