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18. 제주고사리삼

우리나라의 특산식물로 유명한 제주고사리삼은 전세계 파호이호이용암 중 제주도내 조천-선흘곶자왈에서만 분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사진은 곶자왈에서 서식하고 있는 제주고사리삼.

파호이호이용암에서도 조천-선흘곶자왈에만 분포
장마철 끝나는 7월 하순부터 돋아 9월 하순에 만개
세계적 학술지에 10개속 내 별개의 아과 형성 게재

△낙엽수림에서만 발견

세계적으로 제주도 파호이호이용암에서만 자라는 식물이 있다. 바로 제주고사리삼이다.

제주고사리삼은 우리나라의 특산식물로도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도 조천-선흘곶자왈에만 분포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경미, 신정훈, 정헌모, 김해란, 김정호, 신동훈, 유영한 등 공주대학교 연구팀이 2012년 한국습지학회지 14권1호에 이와 관련 자세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제주고사리삼이 분포하는 곳은 해발 88~165m로 원래 상록활엽수림이 분포하는 곳이다. 그런 이 종은 독특하게도 상록활엽수림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낙엽수림에서 발견된다.

△모두 합쳐 하나의 잎

제주고사리삼의 생활사에 대해 현화자, 문명옥, 최형순, 김찬수 등은 2014년 한국자원식물학회지 27권 1호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제주고사리삼은 언 듯 보면 지상부에 줄기, 잎, 포자낭줄기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모두 합쳐 하나의 잎이다.

이 식물의 지하에는 대량 50㎝에 달하는 길게 옆으로 벋는 줄기가 있다. 이 지하 줄기는 해마다 옆으로 벋으면서 잎을 지상으로 내는 것이다. 이것이 관찰 가능한 제주고사리삼이다.

지하줄기의 모양은 좀 더 복잡한데 '엽흔'이라고 하는 구조도 관찰할 수 있다. 잎이 해마다 새롭게 발생하였다가 탈락하는 과정이 몇 년 동안 반복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이 잎이 발생하는 계절이 이 자생지의 상층을 이루는 나무들, 그리고 이 자생지에 물이 고이는 시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즉 장마철이 끝나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7월 하순부터 이 잎은 돋기 시작한다. 그리고 9월 하순 대부분의 잎들이 나온다. 자생지가 마르고 다른 나무들의 낙엽이 저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왕성하게 광합성을 한다. 이후 12월 말부터는 낙엽이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파호이호이용암으로 된 제주도 곶자왈 환경이 만들어 내는 생물진화의 독특한 메커니즘이다.

△10개 속 중 1속

제주고사리삼은 2001년 선병윤, 김문홍, 김철환, 박종욱 등이 '한국 제주도에서 자라는 고사리삼과의 1 신속 만규아(Mankyua)'라는 제목으로 택손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사실 이와 같은 관속식물에서 새로운 속이 발견된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속이라고 하는 것은 일정 수준에서 분류학적 특성들을 공유하는 과 내 종들의 집합이다.

제주고사리삼을 새로운 속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은 고사리삼과 내의 다른 종들과는 확연히 달라서 이 종이 들어갈 만한 속이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과라고 하는 분류계급 내에 여러 속이 있을 경우 어느 일정 수준의 특성을 공유하는 것들을 모아서 아과를 설정한다.

제주고사리삼은 고사리삼과에 속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사리삼과에 들어가는 종들은 112종이 알려져 있다. 이 종들은 10개의 속으로 묶을 수 있다. 제주고사리삼은 바로 이 10개 속 중 1속이라는 것이다.

2013년 시노하라 와타루 등 8명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시스테마틱 보태니라고 하는 학술지에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그들은 고사리삼과는 4개의 아과로 구분할 수 있었는데 그 중 제주고사리삼은 단 1개의 종만으로 아과를 형성해 제주고사리삼아과를 새롭게 설정했다.

이것은 제주고사리삼이라는 종은 같은 과를 구성하는 10개의 속들 내에서도 이질적이어서 별개의 아과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최근 양치식물계통학연구자그룹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전 세계 68개 연구기관에 소속된 95명의 관련학자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현존하는 양치식물의 분류'라는 논문이 지난해 저널 오브 시스테마틱스 앤드 에볼루션이라는 학술지에 발표됐다. 이 논문에서 제주고사리삼은 당당히 1개의 종만으로 제주고사리삼아과, 제주고사리삼속으로 기록됐다. <끝>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전문가 기고]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라는 제목으로 총 19회에 걸쳐 보도했다. 본 기획보도의 핵심은 '곶자왈은 독특한가'였다.

제주도 곶자왈은 다른 용암지형 또는 여타의 지형들과는 지질학적, 생물학적 측면에서 차별되는 그 무엇이 있는가이다.

제주도 곶자왈은 제주도라는 공간에 형성돼 있다.

각각이 모두 별개의 화산체인 400여개의 오름 중에서 불과 5%도 되지 않는 20여개의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넓은 용암대지를 형성했다.

이 용암대지는 여러 곳에 산재하는데 제주도 면적의 6.1%에 달한다.

그런데 어떤 오름에서 유래했는가에 따라 용암의 유형이 제각각이다. 즉 그 용암의 물리화학적 성질이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좁은 지역에 이처럼 많은 단상화산군이 만들어진 건 지구 전체적으로 독특한가?

그 중에서 분출한 용암의 유형이 다양한 건 일반적인가 아니면 제주도에 고유한 현상인가. 본 보도를 통해 세계 여러 지역과 비교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떠올랐다.

이 곶자왈지대에 따라 식생도 달랐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종들 중 난대와 아열대에 분포하는 상록성의 나무들은 종에 따라 선호하는 입지 조건이 미묘하게 다르다.

붉가시나무는 수분이 많은 곳에, 종가시나무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지역에, 개가시나무는 좀 더 건조한 지역에 분포하는데 이것은 용암의 투수력과 관련이 깊다.

또한 구좌곶자왈지대에 형성된 비자림도 웅장하게 자라는 비자나무를 지탱할 수 있는 용암으로 돼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목련은 오직 동부지역의 파호이호이용암이나 전이용암지대에서 발견된다.

이것은 이 종의 생태학적 특성과 이 지역의 기반암인 용암과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연구할 만한 과제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작은 풀 종류들도 용암의 유형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져 주고 있다.

밤일엽이라고 하는 종은 수분이 풍부한 조건을 갖춘 곳을 선호한다는 양치식물임에도 제주도에서는 가장 건조한 서부 지역 아아용암지대에서만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반면에 제주고사리삼은 물이 풍부한 선흘-김녕곶자왈의 습지에만 자라고 있다.

이와 같이 제주도 곶자왈의 식생을 보면 용암의 물리적 특성, 즉 용암의 종류에 따라 생태계도 달라지는가. 그리고 곶자왈 속의 생명들은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나라의 용암대지 또는 곶자왈에 상응하는 지형과 기후대의 그것과는 차별되는가 하는 의문들을 던지고 있다. 본 기획을 통해 떠오른 이런 분야들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연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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