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18. 유네스코 후속작업 3

유용예 작 할망바다.

지난해 등재 후광 예상 초과…수위 조절 주문도
단발성·문화 홍보 치중에 공동체 관리 등 문제로
올해 60개 사업 206억원 투입…80% 소득 보전

지난해 말 제주해녀문화의 전승·보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만들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보호 모범 사례로 만든다는 구상이 나왔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3차 어촌지도자 특강에서 특별히 '언급'한 내용이다. 제주해녀문화 이해와 확산을 위한 지원과 바다환경 관리 등을 그 방안으로 제시했다. '실질적인 노력'은 올해부터다.

# 등재 이후 관심 비상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화로 지난해 제주해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각종 문화 행사에서 '해녀'라는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것이 힘들 만큼 많았다. 지난해 단일 문화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제주비엔날레에 등장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했을 정도였다.

올해도 이달 6일과 14일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한 극단 배우가(家)의 창단 기념 작품 '좀녜'가 각각 제주시와 서귀포시 무대에 올랐다. 제주 출신 강용준 작가가 1991년 쓴 희곡 '좀녜'를 각색한 이 작품은 고향을 떠나 물질을 해야 했던 출향해녀의 고달픈 삶과 목숨을 걸어야 했던 난드르 작업 등을 조명하며 관심을 모았다.

12일에는 제주해녀항일기념사업위원회 주관의 '제주해녀항일운동 86주년 제24회 제주해녀항일운동 기념대회'가 해녀박물관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그동안 기념식 중심이던 것에서 벗어나 해녀항일운동 시극 '거침없이 가리라!'가 시도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는 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해녀항일운동의 주역 부춘화·부덕량·김옥련 해녀대표의 흉상을 해녀박물관 광장에 건립하는 계획 등이 공개됐다. 제주해녀항일운동 성역화사업에 대한 의지도 확인했다.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다. 지난해도 연초 해녀 문화 콘텐츠 추가와 상설공연화 기대감을 반영한 '호오이 스토리'가 무대에 오르며 크고 작은 이슈를 만들었고, 해녀항일기념사업회의 '해녀항일운동 성역화'건의가 있었다. 제10회 해녀축제 무대에 '해녀 금덕이'가 올려지기도 했다.

# 가치 제고 보다 해녀어업 보호

제주도의 해녀문화 전승·보전 의지는 지난해 11월 30일 수립·발표한 '제2차 제주해녀문화의 보존 및 전승 5개년 기본계획'에서 엿볼 수 있다.

2021년까지로 8개 분야 69개 사업에 1222억 6200만원을 투입한다는 것이 골자. 전체 예산 중 절반 이상(643억 8200만원)이 지방비다. 해녀문화 전승과 관련한 예산은 264억 700만원으로 전체 21.6% 수준이다. 나머지 예산은 해녀 소득 보전과 해양 환경 관리 등에 투입된다.

제주도는 올해 이중 7개 분야 60개 사업에 206억원을 투입한다.

해녀 가치 제고 및 공동체 전통문화 전승 관련 6개 사업에 3억6000만원, 해녀어업보존발전포럼 및 전국 해녀 교류행사 등 9개 사업에 2억8600만원, 제주해녀문화 콘텐츠 개발·해녀문화 창작 지원 등 6개 사업 8억4300만원, 해녀박물관 공영관광지 기능강화·해녀축제 추진 등 12개 사업에 12억9700만원 등을 배정했다. 29개 사업에 27억8600만원이다.

해녀 어업보호와 소득보전을 위한 소라가격 안정 지원 등 3개 사업에 18억2000만원, 해녀 복지 증진을 위한 진료비 지원 등 7개 사업에 98억1000만원, 해녀소득 향상 및 작업개선을 위한 패조류 투석과 친환경 해녀 탈의장 시설 개선 등 17개 사업에 62억2600만원 등이 배정된 것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하다.

올해 처음 9월 셋째 주 토요일을 '해녀의 날'로 지정해 해녀축제 규모와 위상을 키우는데 따른 파급 효과라던가 제주도 인재개발원의 '제주해녀문화 이해' 교육과정 신설 등의 환경 조성 작업에 대한 기대감은 별도다.

# '생업 파생' 한계 극복 과제

해녀 공동체는 물론이고 지역사회는 아직 이런 분위기를 크게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치가 높았던 이유도 있지만 분명히 무엇을 할 것이란 방향성이 부족한 이유가 더 크다.

최근 논란이 된 신규 해녀 초기 정착금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 예다. 지난해 의원 발의로 만들어진 '제주특별자치도 해녀어업 보존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 따른 사업이지만 지원 결정 이후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조례 제정 과정은 물론이고 시행안을 만들면서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기는 했지만 그 시작이 해녀가 아닌 지자체와 도의회라는 점에서 현실성이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수차례 지적했지만 고령인 해녀들이 바다 작업 중에 목숨을 잃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지자체는 매년 기능이 향상된 해녀복을 지급한다. 해녀들은 눈이나 비, 역대 최대 한파 속에서도 물때를 놓치기 아깝다고 바다에 나간다.

'살아있는'과 '생업에서 파생된'이란 수식어가 갖는 책임과 부담은 예상보다 크다. 도가 기대하는 유산보호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기한 미스 매치에 대한 공동체 내부의 자율적 조율과 전승·보전 영역의 해석 확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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