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에서 키워가는 희망. 1. 구두 수선실 박재희씨]

박재희씨(62)는 45년째 한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좁은 공간의 구두 수선실을 지키며 세 아들을 건실하게 키우는 등 큰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김용현 기자

구두 수선 경력 45년…구두에 새 생명 불어넣어
소중한 공간 항상 '따뜻'…"언제나 감사한 마음"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서 행복을 키우는 이들이 있다. 물리적으로 한 평의 공간은 그대로 이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작은 일터를 소중한 꿈의 공간으로 삶의 희망을 키워나가는 이들을 소개한다.

"남들에게는 작고 초라한 공간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행복을 키우는 소중한 공간으로 이제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제주시 관덕로 인근의 한 구두 수선실을 운영하는 박재희씨(62)의 이야기다.

벌써 45년째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구두 수선실에서 닳고 해어진 구두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박재희씨가 망치질과 가위질을 거치면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 같은 구두들이 어느새 새 신발처럼 말끔해졌다.

이런 그의 인생에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기술이 중요했던 그의 어린시절 무작정 서울로 상경 후 구두 수선을 배우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양화점이 유행같이 번지던 시절 그는 명동 등에서 전전긍긍하며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고향이 너무나 그리웠던 그는 다시 제주로 내려와 터를 잡기 시작해 지금은 이 동네에서 손 빠르고 구두 잘 고치는 장인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박씨는 "서울에서 3년 정도 구두 수선을 배우며 일을 했지만 홀로 서울 생활은 사실 힘이 참 많이 들었다"며 "제주로 내려와 배우자도 만나고 지금은 아들만 3명으로 자식농사도 성공한 셈이다"고 연신 흥얼거리고 있었다.

수십년 간 구두 수선을 이어온 박씨는 몸은 성치 않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부자였다.

당뇨병을 앓아온 그는 9년전 큰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그의 구두 수선은 현재 진행형이다.

추운 날씨에도 온열기 하나에 의지한 채 일에 열중한 박씨는 "특히 추운 날씨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단골들 덕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보였다.

찾아오는 사람들도 이런 그의 열정에 따뜻한 마음을 얻고 가고 있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의 공간은 언제나 따뜻한 셈이다.

박씨는 "내 몸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을 때까지 구두 수선을 계속하고 싶다"며 "찾아온 이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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