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20. 유네스코 후속작업 5 시카와현 노토 지역

노토 계단식 논.

'지역 중심'협의체·관학 협조 시너지…전승·보전 강점 경쟁력으로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세계농업유산 연계점 '문화'로 극대화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지역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세계중요농업유산 타이틀을 확보하게 된 배경에는 '공동체'가 있다. 오랜 전통에 대한 자부심에 더해 지역 발전을 위한 전승·보전 의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이는 '제주해녀문화'로 그려야 할 미래의 한 예일 수도 있다.

△'주민 주도'의 힘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는 어패류나 산나물 등 바다와 산을 바탕으로 한 자연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무엇보다 옛 모습 그대로의 자연이 남아있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급속한 사회·경제 발전 속에 이런 배경은 반대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이를 기회로 판단했다.

바다를 향해 펼쳐지는 계단식 논을 이용한 영농법과 풍경을 지켰다. 쌀 수확이 적어 발달하게 된 특유의 제염법(아게하마식 제염·해수를 모래 위에 뿌려 햇빛으로 건조시켜 소금을 만드는 방법)이며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노토 각지에서 풍어와 풍작을 기원하는 '기리코(등롱) 축제'와 겨울 수확에 감사하는 '아에노코토(수확제)' 모두를 지역 경쟁력으로 바꿨다.

근·현대화 속에 사라져가는 지역 사회 환경을 활성화한 전통적인 농업과 문화, 경관에 더불어 생물다양성 보존 노력 등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세계농업유산으로 확인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된 의식을 '문화유산'으로 인정하며 지역 정체성과 자부심을 끌어올린데 이어 그 배경이 되는 환경과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방안을 접목시키는 것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어낸 사례다.

중요한 것은 이 중심에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사토야마 사토우미 공동체'다. 직접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사업의 중심에 서고 행정과 일반 지역주민, 대학 등 고등교육연구기관 등이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유산 등재가 아닌 녹색관광 선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 공동 브랜드와 홍보를 통해 지역 특산물 등의 가치를 끌어 올리고 있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실제 미에현에 이어 이시카와현이 아마(海女)를 현지정 문화재로 지정해 활용하게 된 배경에는 이들 학습효과가 주효했다. 노토 농업유산 등재 후 만들어진 20여개 브랜드 중 4분의 1이 아마와 관련한 것이다.

역시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오이타현 쿠니사키 무사지역도 '주민 주도'로 효과를 봤다. 

무사지역 세계중요농업유산추진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평범한 주민들이다. 이들 지역은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펀드형식의 지역 기금을 조성했다. 기금은 브랜드 활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별도로 어린이 교육 등에 집중적으로 쓰인다.

이시가와현 축제.

△문화 부가가치에 주목

활용방법도 보다 다각적이다. 그 중하나가 지난해 열린 오쿠노토 국제예술제다. 오쿠노토 스즈시를 무대로 9월 3일부터 10월 22일까지 진행된 행사는 전 세계 예술가 등에 개방되며 약 50여개의 작품과 프로젝트로 꾸려졌다.

'과소화·고령화 등으로 경쟁력을 잃은 땅끝마을'이라는 일반의 기준을 일본 각지의 생활문화가 모여 현재까지 다양한 전통축제로 전승된다는 장점으로 다시 읽었다. 온난화 등 환경 위기와 자본주의의 논리성에 균열이 생기면서 생겨난 고민을 문화 원형과 전통을 통해 풀어내도록 했다 참가 아티스트들이 지역의 땅과 삶, 사람들의 매력을 재발견하도록 했는가 하면 걷고 또 머물도록 하면서 가능성을 찾아냈다. 

오쿠노토 국제 예술제 공식 프로젝트 '오쿠노트'(일본어 발음으로는 오쿠노토)가 대표적이다.

오쿠노토의 매력 재발견을 위한 참가형 프로젝트는 현재 오쿠노토에 살고 있거나, 여행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접점이 있는 이들이 찾은 지역을 수집해 찾은 100개의 매력으로 정리했다.

한해 수많은 문화행사가 열리고, '해녀'를 주제로 한 전시·공연이 넘쳐났지만 어떤 연결고리도 만들지 못한 제주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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