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에서 키워가는 희망 5. 옷 수선실 양영순씨]

양영순씨(65)는 27년째 한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좁은 공간의 옷 수선실을 지키며 주변사람들에게도 무한 나눔을 실천하는 등 인생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양경익 기자

17살부터 재봉틀 배워…소아마비에도 무한 나눔
올해의 장애인 상도 수상 "언제나 감사한 마음"

"평범한 수선실이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꿈을 키워나가는 행복한 공간입니다"

제주시 제주중앙지하상가에서 옷 수선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양영순씨(65)의 인생 이야기는 한편의 영화와도 같다.

벌써 27년째 한 평 남짓한 좁은 수선실에서 옷과 씨름하고 있는 양씨가 재봉틀을 지나고 손바느질을 거치면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 같은 옷들은 어느새 새 옷으로 변신했다.

이런 그녀의 인생도 평범하지만은 않았다.

생후 9개월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온 양씨는 17세가 되던 해 남들은 학창생활을 즐길 나이지만 그녀는 일찌감치 돈을 벌어야 했다.

이후 어떤 허드렛일이라고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지만 장애의 벽은 너무 높았다.

간신히 한 의상실에 취직한 양씨는 부지런히 재봉틀 기술을 배워 익혔으며 이제는 이 동네에서 옷 수선의 달인으로 통하고 있다.

양씨는 "처음에는 식모로 들어가 주인이 잠들면 밤에 수선하는 등 닥치는 대로 기술을 배웠다"며 "이후 칠성통을 전전긍긍하며 지난 1992년 제주중앙지하상가에 옷 수선집을 차려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어린시절부터 휠체어에 의지해 온 양씨지만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아낌없는 봉사로 도내 나눔 문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해 노래봉사, 재능기부 등을 아끼지 않은 양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에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하는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양씨는 "움직이기 힘들던 시절 주위 사람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며 "가진 것에 항상 감사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웃과 나누기 위한 생각만 하고 있다"고 연신 흥얼거렸다.

하루 10시간씩 옷 수선을 하면서 주변사람까지 생각하는 그녀의 좁은 수선실은 어떤 곳보다도 따뜻한 온기가 가득 차 있었다.

양씨는 "믿고 찾아오는 손님들 덕에 인생의 행복을 배우고 있다"며 "언제나 주변사람들과 어울려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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