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4월이 오고 유채꽃도 피었습니다. 봄이 되면 우리 유족들은 희망을 안고 추념식에 참석했지만 실망과 분노를 안고 돌아갔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년 전 이 땅 제주에 불어닥쳤던 4·3의 비극은 너무도 많은 것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사상과 이념의 굴레가 씌워진 채 이유없이 도민 30만명중 3만명이 국가 권력에 의해 처참하게 학살되었고, 집과 마을이 불에 타고 공동체가 완전히 파괴 되었습니다. 국민을 지켜주어야 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인권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곳 제주도 대한민국이며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그 참혹한 현장에 계셨던 미망인과 생존희생자, 원로 유족분들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어려운 걸음을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이분들도 대한민국의 아버지이며 어머니이십니다. 어떻게 이들을 모른 채 하겠습니까. 이분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고 70년 동안의 한을 덜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존경하는 대통령님

많은 과제들 중에서도 제주 4·3을 국정 100대 과제로 채택해 주셨고, 4·3중앙 위원회가 열렸으며, 희생자와 유족 추가신고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4월 18일, 이곳 평화공원을 방문하셔서 '제주 4·3은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하시며 '민주 정부는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진상 규명과 국가 차원의 배보상을 포함한 완전한 명예회복을 약속하시며 국가의 책임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각 당의 대선 후보자 분들도 한결같이 특별법 개정을 포함한 4·3해결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유족들과 도민들은 오늘을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제주 4·3특별법이 제정된지 18년이 되었습니다. 4·3의 미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전제 되어야 하고 특별법 개정 없이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국가의 입장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답을 찾아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존경하는 도민 그리고 국민여러분!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그러나 4·3을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제주말로 '속숨허라', 말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말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모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현대사의 큰 비극에 대해 누구나 그 진실을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제 진정한 명예회복을 이루도록 하고,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 상생할 수 있도록 큰 전환점의 계기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제주4·3영령님들이시여!
저희들을 남겨두고 이 세상을 떠날 때 얼마나 가슴아픈 눈물을 흘리셨습니까? 누가 저 어린 것들을 보살펴 줄까 걱정이 되어 얼마나 힘들게 눈을 감으셨습니까?
오늘 이 곳에는 대통령내외분과 각 정당 지도부와 많은 국민이 함께 해 주고 계십니다. 우리 모두는 영령님들께 고개숙이며 평화와 통일의 소중함을 되새길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4·3영령들이시여! 이제 맺힌 한을 푸시고 저희 후손들을 굽어 살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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