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화공원을 방문한 13개국 방문단이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헌화하고 있다.

평화공원 외국인 방문객 지속 증가…국적도 다양
베트남·아프가니스탄 등 자국 비교하며 아픔 공유

"제주4·3의 아픈 역사가 내 나라의 현재와 너무 닮아 더욱 슬픕니다"

제주4·3 국제화가 '공감'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9일 제주4·3평화공원(이하 평화공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평화공원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모두 830여명이다. 국적별로는 일본 517명, 중화권 32명, 영어권 259명, 기타 22명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월 47명, 2월 56명, 3월 281명, 4월 1~8일 446명 등 제주4·3 70주년 추념식에 가까울수록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평화공원으로 발길했다.

특히 무료 개방에 따른 입장권 미배부로 사전에 접수한 단체 방문객만 집계되고 있기 때문에 가족 단위 개별 관광객 및 별도의 안내사와 동행한 단체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 방문객 수는 더욱 늘어난다는 게 평화공원의 설명이다.

평화공원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 증가는 4·3 국제화로 이어지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국민들의 희생을 경험한 국가의 국민들은 자국의 역사와 4·3을 비교하며 아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제연합(UN) 훈련연구기구인 '유니타르'(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를 통해 평화공원을 찾은 13개국 방문단은 4·3의 비극을 직접 목도하며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파푸아뉴기니,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네팔, 부탄, 인도,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교환학생,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4·3의 원인과 전개, 결과, 진상규명과정 등을 살피며 제주의 아픈 역사를 공감했다.

이들을 안내한 현동학 제주영어관광통역안내사는 "베트남에서 온 분들은 4·3 행불인 묘지를 보며 '우리나라에도 전쟁 중 실종된 사람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교환학생은 '제주4·3은 지금도 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비극'이라며 슬퍼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주의 국가에서 온 외국인 중 일부는 4·3의 원인에 대해 '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을 당해야 하느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라며 "연수, 다크 투어리즘, 관광 등 평화공원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방문객들은 자국의 역사, 혹은 현재의 상황과 제주4·3을 비교하며 공감하려 한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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