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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주민 삶과 함께 한 '말물'[제민일보·JDC 공동기획/ 제주환경 자산 용천수를 찾아서] 2. 도두동 말물
고영진 기자, 강지환 기자
입력 2018-05-22 (화) 16:03:49 | 승인 2018-05-22 (화) 16:09:29 | 최종수정 2018-06-22 (화) 09:15:18

식수.생활용수 등 이용…현재 목욕탕 활용중
남탕 용출량 감소 고갈 위험…평가점수 최악

"소중한 자연유산…미래세대에 온전히 전달"

제주 섬의 마을들은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제주시 도두동도 용천수에 의존해 마을이 생겨났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도두동의 용천수는 용량도 풍부하고 수질도 좋아서 그냥 마시기도 한다. 

특히 신사수 마을에서 나는 '말물'은 많은 수량과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며 식수와 생활용수 등으로 활용되는 등 주민들의 생명 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말물 남탕의 수량이 감소하면서 고갈 위험에 직면해 있다.

△사수동 사람들이 만든 신사수 
신사수 마을은 사수동이 없어지면서 새로 생긴 마을로 하수처리시설 건설과 제주국제공항 확장 등으로 고향을 떠났던 사수동 사람들 중 일부가 정착해 만든 마을이다.

신사수 마을은 도두동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용담동과, 서쪽으로는 도두1동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또 남쪽으로는 제주국제공항이, 북쪽으로는 태평양과 맞닿아 있다.

△물맛 유명한 말물
신사수 마을 중심에는 '흘캐'라고 불리는 포구가 있다. 이 포구에는 '말물(斗水)'이라는 용천수가 솟아나고 있다.

흘캐 포구 안에서 솟는 산물인 말물은 그 모양이 말(斗)안에서 솟는 물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만물'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흘캐 포구 안에서 솟는다 해서 '흘캐물'로도 불린다.

말물은 예로부터 맛이 좋기로 유명했던 감천이었다. 한때는 용출량이 풍부해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 마을 아낙들이 모여 빨래를 하며 수다를 떠는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여름이면 온 마을 주민이 만물에 모여 목욕도 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무더위를 이기기도 했다.

과거 말물은 여탕은 2단, 남탕은 3단의 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여탕의 1단은 마시는 물로 이용됐으며 2단은 빨래터 구실을 했다.

남탕은 3단 모두가 목욕하는 곳으로 이용됐다. 바닷물이 빠질 때(썰물) 용천수가 같이 빠져 물이 없을 때는 1단에서 목욕을 했고 물이 가득 찼을 때는 3단에서 몸을 씻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수도 보급 등 사회가 변하면서 지금은 목욕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것이 여탕이고 바다 쪽에 있는 것이 남탕이다.

△말물 보존 대책 절실
이처럼 지역 주민과 함께 해온 말물, 그 중에서도 특히 남탕이 고갈되고 있어 보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16년 12월 제주도에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말물 남탕의 용출량은 1일 평균 0.1㎥로 이고 인근에 위치한 여탕의 용출량 7291㎥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이다.

역사문화, 접근성, 용출량, 수질, 주민 이용, 환경 등을 평가한 보전관리평가 점수도 20점 만점에 12점에 불과하다. 반면 인근에 있는 여탕은 16점을 받았다. 역사문화와 접근성, 수질 등에서는 남탕과 여탕 모두 같은 점수를 받았지만 용출량에서 남탕은 1점을 받는데 그쳐 3점을 받은 여탕과 격차가 벌어졌다.

이와 함께 용출량과 연관이 있는 주민 이용과 환경 부문에서도 남탕이 1점씩 낮았다.

△용천수 보존 목소리
오랜 시간 지역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자연유산인 용천수를 지키고 보존해 미래세대에 남겨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사수동 입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임승규씨(61)는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육체적인 노동을 하고 피로를 풀고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현재 말물 여탕 인근에 앉아 물을 맞았다"며 "하지만 방파제 공사를 하면서 물이 나오던 지점이 사라져 현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임씨는 "현재 남탕의 수량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한라산에서부터 내려오는 용천수가 도심 개발 등으로 인해 수맥이 끊기거나 막혔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부태진 도두동장은 "도두동에 있는 오래물 등 많은 용천수가 최근 들어 용출량이 줄기는 했다"며 "신제주 일대가 개발되면서 용천수 길을 건드려 해안 용출량이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용출량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용천수 실태를 밝힐 수 있는 객관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고갈 위험에 놓인 용천수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세대 위한 용천수 보존 필요"

김형철 도두2동노인회장(사진)

"미래세대에 제주의 자원인 용천수를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보존대책이 필요합니다"

도두동에서 태어나 80년 가까이 고향을 지키고 있는 김형철 도두2동노인회장(79)은 "예로부터 도두동은 어느 곳을 가던 맑은 용천수가 흐르는 것으로 유명했다"며 "말물은 도두동 용천수 중에도 시원하고 깨끗하기로는 으뜸이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예전 말물은 주민들의 식수로, 빨래를 하는 생활용수로, 여름에는 물맞이 장소나 식료품 보관 장소 등으로 언제나 주민들의 삶과 함께 했다"며 "이런 말물이 최근 수량 감소 등으로 예전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거 같아 아쉽다"고 피력했다.

이어 "과거 말물은 지금 모습과 달리 여탕 인근에 있었다"며 "매립사업 등으로 인해 마을 모습이 변하면서 말물의 위치나 수량 등도 변화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현재 남탕의 말물이 바다로 나가는 구멍이 매립돼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청소 등에 어려움이 많다"며 "용천수와 관련해 시설을 하거나 보수 등을 할 때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미래세대는 말물 등 용천수를 책 속에서만 배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며 "미래세대와 현재를 살고 있는 세대 모두를 위해 용천수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영진 기자, 강지환 기자  kyj@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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